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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유한한 존재인지라 자기 시대는커녕 자신의 삶조차 온전히 책임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공동체를 이루어 역할을 나누고, 앞선 세대가 마치지 못한 과제를 뒤따르는 세대가 이어받는다. <역사와 책임>이란 제목이 엄중하지만, 누구에게 모든 걸 책임지라는 강요는 아니다. 짧고 좁은 이익에 눈이 멀어 다른 이의 피해와 희생을 돌아보지 않는 무책임함을 지적하고, 자리는 누리되 그 자리에 주어진 사명은 모른 체하는 태도를 바로잡자는 말이다.
오늘의 문제를 한국현대사의 흐름에서 폭넓게 조망하는 현재사학자 한홍구가 ‘역사와 책임’이란 주제를 꺼낸 이유는 1년 전 벌어진 세월호 사건 때문이다. 그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홀로 도망친 선장에게서 국민은 내버려둔 채 가장 앞서 서울을 떠난 어떤 대통령을 떠올린다. 세월호 참사를 부른 오늘 한국사회의 마음가짐이 어디에서 비롯하여 바뀔 여지도 없이 굳어버린 건지 돌아보며, 작은 기록을 남겼을 뿐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을 묵묵히 지킨 이들은 어디로 사라졌고,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매번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굳건히 빛나는 자리를 지켜온 이들에 비추어 본다. 역사는 책임지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한홍구의 말이 온전하려면, 바로잡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는 한국현대사의 질기고 질긴 악순환을 서둘러 끊어야만 할 것이다. 썩을 대로 썩어 잘라내야 할 잘못된 고리가 어디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놀라고 놀라면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