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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는 사람은 누구일까. 문학잡지 릿터에서 지난 해 여름 '나, 요즘 그림책 읽어'라는 커버스토리로 그림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소개했다.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의 작가 최혜진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용어를 두고, "어린이용 감정과 어른용 감정이 따로 있는지"(17쪽) 질문했다. (이를테면 육아 같은) 목적 없이 그림책을 사랑하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은 시대, 그림책 읽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에디터 최혜진이 소개한다. 좀처럼 낙담하지 않는 그림책 속 인물들처럼, 어려움을 넘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권윤덕, 소윤경, 이수지, 유설화, 고정순, 이지은, 유준재, 노인경, 권정민, 박연철을 만나 '돌파하는 힘'에 대해 묻는다.
<파도야 놀자> 이수지는 최혜진의 질문에 유연하게 대답한다. "새로운 작업을 구상할 때 늘 노는 기분을 느낀다"(93쪽)는 작가는 되묻는다. "재미있는 일이 통 없다면 '이 정도가 재미지'라는 기준이 높기 때문 아닐까요? 대충 재미있거나 조금만 재미있어도 재미있는 건데요."(99쪽) <팥빙수의 전설> 이지은은 눈호랑이를 만나는 고비, 팥할머니의 태도에 집중한다. "아 그렇구나. 일이 벌어졌구나. 그럼 겪어야지. 지나가야지." (193쪽) 역경 속에서도 내 삶에 집중해 잘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에서 삶의 방향성을 배운다. 애정어린 좋은 질문과 어우러진 내공이 느껴지는 대답. 그림책 그리는 이들의 공간을 촬영한 해란의 사진과 함께 영감이 빛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