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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 요즘 일이 죽을 만큼 힘들대."에서 '죽을 만큼'이 과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안다. 매일 새벽 서너시에 좀비 같은 모습으로 택시를 타고 퇴근한다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근할 때마다 심장이 아프다는, 회사만 생각하면 숨이 안 쉬어지고 눈물이 흐른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제발 밥이라도 잘 먹고 몸 챙기라는 공허한 말이 진심으로 올라올 때, 우리는 일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과로죽음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과로죽음이 개별적 사건이 되어 눈앞에 일어났을 때 이 사회의 눈은 구조적 모순까지 닿지 못하고 개인의 비극을 형식적으로 가엾게 여기는 데 머무를까. 사회학자 김영선은 죽음과 업무 사이의 연결고리를 떼어놓는 언어, 담론, 장치, 권력을 지적하며 이 사이를 다시 촘촘히 이어가는 작업을 한다.
책은 여러 과로죽음의 케이스를 다루며 일터가 사회적 살인의 장소가 되어버린 현실을 분석한다. 신자유주의 시대, 과로가 더해진 경쟁적 성과 체제라는 구조를 지적하며 이 구조 속에서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의 삶을 살핀다. '과로죽음', '과로자살'이라는 말은 우리에겐 아직 낯선데, 저자는 노동자들이 과로로 죽는 현상에 대한 언어와 개념의 부재가 이 문제에 대한 본질적 논의를 어렵게 만든다고 말하며 사회적 현상에 이름을 붙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로 인한 병과 죽음의 책임까지 개인이 떠맡지 않기 위해서는 이 주제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최면에 취해 엉터리 주문들을 내면화하며 죽어가는 우리 삶 앞에 놓인 시급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