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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장미의 이름은 장미
2022년 소설/시/희곡 분야 5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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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희경이라는 지도 위에 찍힌 좌표"
    은희경의 소설에서 우리는 대체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을 발견한다. "누가 나를 쳐다보면 나는 먼저 나를 두 개의 나로 분리시킨다."고 말했던 <새의 선물> 속 진희처럼,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속 현주는 뉴욕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놓여있을 때 "질문을 던져 정면 돌파를 하기보다는 혼자의 짐작으로 그럭저럭 문제를 풀어나가는"(149쪽) 것을 택한다. 나를 들여다보는 나. 우리는 때론 은희경의 인물들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 상대방을 '왜곡'하고, 상황을 냉소하며 나 자신을 투과하는 눈. 스스로가 '독선적 진지함'(작가의 말)이라고 말하는 은희경적인 사람들의 일면이 여행을 만난다면.

    은희경의 뉴욕-여행자 4부작. 오랜 친구의 뉴욕 집에서 짧게 머물기로 한 '승아'에게 친구의 집은 상상보다 남루하고, 오랜 우정은 생각보다 얄팍하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이혼을 하고 홀로 뉴욕에서 어학수업을 듣는 마흔여섯의 내겐 같은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보다 인종도, 언어도, 성별도 다른 '마마두'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 연극을 쓰기 위해 짧은 뉴욕 생활중인 현주는 영어에 적극적이지 않은 자신에게 점차 흥미를 잃는 '로언'의 무관심을 느끼고,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오십대의 소설가인 '나'는 뉴욕에서 열릴 문학 행사에 동행한 팔십대의 어머니에게서 그간의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아연해진다. (<아가씨 유정도 하지>) 타인의 색다름을 발견하고, 실망스러운 자신을 발견하는 여행의 경험. 하지만 기꺼이 이 왜곡을 받아들이는 이들, 그들에게 있어 "누군가의 왜곡된 히스토리는 장밋빛으로 시작한다."(135쪽) 매 여행이 유쾌하지만은 않았음을 기억하면서도 우리는 다시 떠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은희경이라는 지도 위에, 가장 정확한 내가 좌표처럼 놓여있는 것을 알기에.
    - 소설 MD 김효선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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