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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온의 꿈은 빨강으로 시작하여 통에서 스르르 빠져 나가...' (<빨강의 자서전> 중) 어느 장부터 펼쳐도 문장이 시처럼 물결이 되어 흐르는 책, <빨강의 자서전>이라는 '시로 쓴 소설'로 우리 독자에게 친숙해진 앤 카슨의 시집 두 권이 출간되었다. 첫 시집 <짧은 이야기들>, 두 번째 시집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이 중 다섯 편의 장시와 한 편의 산문으로 이루어진 그의 두 번째 '시집'을 소개한다.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적인 문장은 역시 앤 카슨답다. 애인 로우Law가 떠난 뒤, 시의 주인공은 '북부 황야'에 사는 그녀'인, 어머니에게 향한다. 어머니는 '너는 기억하는 게 너무 많아'(24쪽)라고 말하는 사람이고 그는 어머니와 자신을 위해 에밀리 브론테의 전집을 챙겼다. (<유리 에세이> 中)
에밀리 브론테의 감춰진 삶과 교차되는 앤 카슨의 질문들. 여성의 기억력은, 벌거벗은 몸은, 그리스 신화를 읽는 입술은, 신화 속에서 여성이 지르는 비명은, 구약 속에서 묘사되는 여성의 상징은 무엇이 되나. 앤 카슨의 단어는 지면을 떠돌며 말과 이데아를 매끄럽게 흐른다. 여행과 시와 치유와 부조리 그 사이의 무엇, 당신이 읽고 싶은 그 무엇을 앤 카슨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