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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보라색 치마'라고 불리는 여자가 있다. 언제나 같은 옷차림에 감지 않은 머리를 한 그녀는 주기적으로 상점가에 나타나 크림빵을 산다. 주변에서 이상한 사람이라고 수군대건 말건, 동네 아이들이 놀리든 말든 '보라색 치마'는 상관하지 않는다. '전용석'으로 통하는 공원 벤치에서 오래도록 신중하게 크림빵을 음미하고, 표정 변화 없이 사람들을 지나칠 뿐이다. '나'는 그런 '보라색 치마'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중이다. 갑자기 말을 걸기도 머쓱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위해 묘안을 짜냈다. '나'가 다니는 직장의 구인광고가 나온 전단지에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서 전용석에 몰래 갖다놓은 것이다. 완전한 타인인 두 사람은 일방의 노력으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호의로 상대의 일상을 염탐하고 때로는 침범하기도 하는 '나'.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에는 독자가 화자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독특함이 있다. 담백하고 깔끔한 문장들 사이, 그 여백에 비언어적 표현이 녹아 있어 오묘한 여운을 남긴다. “읽을 때마다 장르가 바뀌는 이야기”, “정체불명의 인물을 거울삼아 화자의 본성을 파고드는 구조가 매우 성공적이다”라는 평과 함께 2019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작가 이마무라 나쓰코는 대학 졸업 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거치다 직장에서 갑작스러운 해고를 당한 것을 계기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변 현실에 대한 관심과 섬세한 관찰력으로, 현재 일본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