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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글쓰기를 배울 때, 교수님이 귀에 박히도록 강조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글 쓰는 기분에 젖어있는 상태를 경계하세요."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쓰는 기분만 내는 이들이 많고 그런 이들은 당연히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이번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멋대로 한 문장으로 추려본다면 "기후 위기를 막고있다는 기분에 젖어있지 마세요." 정도일 것 같다. 기분만 내면서 죄책감을 덜어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 책은 이미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우리가 살던 대로 살 수 있는 미래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어쩐지 확실한 실천은 어려운 애매한 상태의 사람들,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는 '왜 우리는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혀 기후 위기를 막을 행동을 실천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책을 연다. 왜 눈앞의 작은 위험에 대해서는 즉각 반응하면서 곧 다가올 거대한 재앙 앞에서는 눈을 돌리는지. 외면하고 싶은 마음의 손을 들어줘버리는지. 그러다 도움이 되지도 않는 작은 실천만 가끔 하고서는 위안까지 얻어버리는지. 그는 이 질문들 앞에서 스스로를 보호하지 않는다. 그 모순의 한가운데에 자신의 갈등하는 내면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우리 모두가 함께 이 나태한 태도를 떨칠 길을 찾아 나선다.
기후 위기 앞에서 위선은 곧 영원한 실패로 연결될 것이다. 무언가 하고 있다는 기분으로 만족할 수 있는 때는 진즉 지났다. 이제는 다 같이 발버둥을 칠 때다. 정확한 방향의 실천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 내 경우 나태해지던 마음에 이 책이 다시 불쏘시개가 되었다. 이 책이 아닌 무엇이라도 좋으니, 각자 어떤 계기들로부터 힘을 얻어 발버둥의 파도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