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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내일의 연인들
2020년 소설/시/희곡 분야 28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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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조금은 덜 외롭도록 해주는"
    우리는 실패할 걸 알면서 산다. 삶은 실은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덜 젊은 날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이 죽음이라는 관념을 정영수의 소설처럼 생각해본다. "우리가 새 물건을 그만 사게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 내가 지금 사는 물건이 헌 것이 되는 걸 내 눈으로 보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은 얼마나 나이가 들었을 때일까." (<더 인간적인 말> 87쪽) 정확히 답할 수 없지만 우리가 삶에서 실패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정말 어쩌다 헤어졌을까?"(<내일의 연인들> 72쪽) 연인의 물음 이후 잠시 우리를 감싸는 적막. "그건 거부할 수 있는 종류의 감정이 아니었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을 선택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었는데"(<내일의 연인들>, 69쪽)라고 해명할 수밖에 없었던 사랑의 열기도 어느새 식어버린 자리. 연인과 나는 이혼을 앞둔 아는 누나가 비워둔 빌라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인생의 여름을 만끽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간 역시 언젠가 지나갈 것을 안다. 실패를 예감하고 있는 연인들의 도시 생활. 우리는 왜 소설을 읽고, 연인을 만나고, 대화를 하는가. 정영수의 두번째 소설집 <내일의 연인들>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문학적으로 시도한다.

    정영수는 작가의 말에 "문학이라는 언어로 나누는 대화가 우리를 조금 덜 외롭도록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소설을 쓴다고 말했다. 정영수의 시도들은 필연적인 실패를 전제로 하지만, 그 실패는 '차갑지 않다.' (평론가 신형철 추천의 글 中) <우리들>에서 시작해 <두 사람의 세계>에서 마무리되는 이 아름다운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무리되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며 다른 세계를 시도한다. 지적이고 위트있는 문장, 각 단편의 마침표가 찍힌 자리마다 멈추어 소설의 진폭이 만들어낸 공간감을 음미한다. "더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기에 거기 영원할 빛"(소설가 김연수 추천의 글 中)이 그곳에 머문다.
    - 소설 MD 김효선 (2020.11.10)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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