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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일하게 하라'는 재테크 격언을 탄생시킨 곳. 돈으로 돈을 버는 그곳은 어디일까. 바로 금융이다. 그런데 이 책이 말하는 그곳은 금융이 아닌 기업이다. 애플, GM, GE 같은 일반 기업들 말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금융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단지 돈을 굴리면서 말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금융화(financialization)다. 금융화라는 말은, 세계화라는 말이 그런 것처럼, 어딘가 부정적 뉘앙스를 느끼게 하는데 이 책은 그 막연함을 걷어 내고 금융화의 문제점을 선명하고 극명하게 드러낸다. 당장 은행을 차려도 될 만큼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애플마저 회사채 발행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유력한 가설은 그것이 조세 회피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기업의 문제일까 아니면 금융의 문제일까.
CNN, 파이낸셜타임스 등에서 20년 넘게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저자는 조세 제도 등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의 문제를 가장 먼저 꼬집는다. 정치가 금융을 이용하여 기업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 월가의 금융 권력, 기업의 중역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기업, 금융, 정치는 공범이다. 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기업의 혁신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기업 금융을 담당하고 있거나 금융 기법이 아이폰만큼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 그러나 부의 공정한 분배 및 빈부격차 해소, 기업의 건강한 성장과 혁신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시간을 들여 굳이 이 불편한 문제들을 살펴보는 이유는 더 나은 경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