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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반부 중 일부를 영상화한다면 대략 이런 식일 것이다. 풀샷. 코뮌 진압 이후, 폐허가 된 파리의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클로즈업. 카메라는 마네의 일상을 좇는다. 마네는 초라한 집에서 편지를 읽고 있다. 마네의 팔을 따라가던 앵글은 편지에서 멈춘다. 발신자는 모네. 돈을 빌려달라는 내용이다. 화면이 전환되면 카메라는 이제 쓰러질 듯 가난한 모네를 따라간다. 화면의 분위기는 조금 어둡고 휑하겠지만, 동시에 어떤 반짝임도 있을 것이다. 많은 것이 무너져내렸지만 또 새로운 가능성으로 충만한 시기였으니까. 그 반짝임은 점점 빛을 더해 찬란한 새 시대를 열 것이었다.
예술적 생명력이 폭발하던 시대, 파리의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도서 3권이 출간됐다. 1871년, 코뮌 봉기가 끝난 직후부터 1929년까지 연도 순으로 서술된 이 책엔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드뷔시, 피카소, 헤밍웨이 등 우리가 사랑한 여러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개별의 삶과 여러 관계들로 각 해마다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 엮인 지점마다 자연스럽게 교차되어 전개되며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살아본 적 없는 시대에 대한 아련함과 그리움이 물씬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