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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그야말로 갑자기 세계 인구의 2퍼센트가 사라져 버렸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없어진 것이다. 마치 성경의 휴거와 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이 사건이 휴거가 아니라고 가장 강력히 주장한 자들이 바로 기독교인들이었다. 만약 휴거라면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사라졌어야 했는데 실제로 사라진 자들의 종교는 무신론을 포함해 각양각색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이유를 알 수 없는 대규모 증발 사건이었고, 남은 사람들은 이 사건이 남긴 상흔을 안은 채로 살아가야 한다. 자신을 제외한 가족 모두가 사라져 버린 사람처럼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자기 주위에서는 아무 일이 없었더라도 세상이 어딘가 변했음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 급작스런 증발 이후의 세상은 이전과 똑같았고 괴이한 사건은 더 일어나지 않았으나, 이미 이 세상의 상식이라는 단단한 축은 무너져버렸다.
<레프트오버>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 한 소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상식이 무너진 자리에는 사이비종교나 회의주의나 이유 없는 절망이 깃들고, 이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들도 가지가지다. 누군가는 삶을 포기하려들고, 남은 사람들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새삼 되묻는다. 잊고 살았던 소중함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소중함을 잃어버렸음을 비로소 자각하기도 한다. <레프트오버>는 소도시의 보통 사람들의 삶을 그리는 동시에 중산층의 튼튼한 삶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인생에 중요한 게 무엇인가? 정답이 있었다면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레프트오버>는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시험 문항이 다 달랐다고 말하는 듯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소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