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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민족주의란 끄집어 내어 들추지 말아야 할 '금기' 대상이다.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라야 한다는 점에 있어선 어찌 보면 종교와도 닮았다. 어느 분야 어느 곳에서든 민족주의는 참으로 뿌리가 깊고 어떻게 논의할 여지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민족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이 어디 한번 민족주의를 제대로 바라보기라도 했는가.
그런 민족주의를 직격탄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하다.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제목에서 상상할 만큼 감정적이지도 않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논의될 만큼 부드럽지 않다. 그것은 이 책이 그 동안 민족주의에 대해 연구한 성과가 학문적으로 이루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럼에도 이 책은 누구도 논의의 대상에서 피하는 주제에 진지하게 다가섰다는 이유만으로도 의미 있는 책이다.
민족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민족주의를 실천할 수 없다. 냉철한 판단 없이 믿고 따르는 민족주의는 저열한 인종주의, 민족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지은이가 말하는 반역으로서의 민족주의는 그런 편파적인 민족주의를 경계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은이야말로 진정한 민족주의자라고 불러야 한다. - 임지호(1999-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