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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수상작가 가쿠타 미츠요는 소설 <종이달> <대안의 그녀> 외, 여러 편의 에세이도 펴내며 에세이스트로서의 매력을 널리 알려왔다. <아주 오래된 서점>에서는 도쿄 헌책방의 순례기를 소개하여 책벌레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했고, <무심하게 산다>에서는 나이 듦과 몸의 변화들에 관해 흥미롭게 그려냈다. 국내 번역서로 새롭게 소개된 이번 에세이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여러 운동을 경험해온 이야기들을 저자 특유의 담백한 문체로 유쾌하게 쓴 책이다.
누구나 그렇듯, 운동을 시작할 때는 분명한 계기가 있다. 30대가 돼서도 적극적으로 운동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작가는 실연을 계기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튼튼한 몸에 튼튼한 마음이 깃들겠지'라는 생각만으로 복싱장을 등록했다. 이후로 헬스클럽 회원이 되었고, 다시 몇 년 뒤 잡지사의 의뢰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달리는 것도 땀 흘리는 것도 높은 곳을 걷는 것도 싫다는 작가는 수년 동안 스포츠센터, 마라톤, 트레일 러닝, 요가, 볼더링, 베어풋 러닝, 등산, 하이킹 등 다양한 운동들을 해냈다.
운동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애주가의 흥미로운 일상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애주가답게 마라톤 전날까지도 술을 퍼마실 때가 많았고, 마라톤의 가장 큰 즐거움은 완주보다 완주 후의 포장마차 타임이었던 것. '운동이란 잘하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고 쿨하게 말하는 작가는 그렇게 애써 운동을 해봤지만 역시 좋아지지는 않았다고 고백한다. 운동의 '운'자도 모르며 살아온 입장으로서 운동에 관한 작가의 소신, 투덜거림 속에서도 어쨌든 해내는 과정과 운동을 통해 알게 된 묘미를 읽으면서 한참을 웃기도 했고, 격하게 공감도 했다. 운동을 통해 살을 뺐다거나 체력이 좋아졌다는 등 성취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렇게 운동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일 뿐인데, 오히려 운동을 권하는 책보다 '운동 한번 해볼까', 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묘하게 재미있고, 묘하게 끌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