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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작하는 소설가이지만 단 두 편의 장편소설만으로 현대 영문학계에 이미 족적을 남긴 제프리 유제니디스. <결혼이라는 소설>은 현재까지 그의 최신작이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명문대 학생들의 인연과 사랑과 방황을 다룬 작품이다. 30여 년 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어쩐지 낯설지 않다. 불안한 미래와 무모한 사랑, 옹고집인지 신념인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 순간들 속에서 젊음이 흘러간다. 유제니디스는 이 젊은이들의 삶에 이입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채 이들의 말과 행동을 중계한다. 계속 중계하기만 한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멋있는 잠언이나 특이한 문학적 실험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소설은 쭉 읽힌다. 젊은이들의 불안이라는 공감대를 정확히 캐치한 뒤 냉정하게 배열했기 때문이다. 유제니디스는 불안한 젊음을 묘사하기 위해 작품 자체를 불안한 분위기 속으로 밀어넣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소설>은 불필요한 묘사 없이 선명하고 정확하게 사건과 대사들을 전달한다. 불안은 우아할 정도로 명쾌하게 다루어진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오히려 이 소설이야말로 젊음과 불안을 낯선 방식으로 소개한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이유로 어쩌면 몇몇 독자들은 이 소설이 너무 담담하다고, 결국 말하려는 바가 뭐냐고 항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논쟁이 발생한다면 나는 이 소설을 지지하는 쪽에 서고 싶다. 그리고 반대편에 선 사람들이 이 소설의 '단점'을 지적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 전반을 지적하는 청춘의 모습이 딱 저것과 닮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