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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What You Say
보다 강력하게, 보다 멜로딕하게 - SKRAPE 헤비메틀이 몰락하고 그런지와 네오펑크를 지나 랩코어와 인더스트리얼의 시대가 도래하기까지, 90년대의 락음악 씬은 참으로 많은 장르들이 밀고 당김을 반복하며 서로의 세력다툼에 기치를 올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르가 롱런하지 못하고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하차하는 현상을 보여, 이제 하나의 음악 장르가 메인스트림에서 버티는 일은 몇 년을 가기 힘들다는 결론까지 내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장르는 몰라도) 90년대 중반부터 확실히 메인스트림에 입성한 랩코어의 열기는 도무지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2001년 오늘도 (우리는) 뉴페이스의 등장을 무덤덤하게 기다리고 있다. 특히, 랩코어 씬도 그 동안 방대하게 팽창한 상태여서 당분간 새로운 경향이 탄생한다는 것은 거의 무리인 것처럼 보였지만, 나름대로의 개성과 연출력으로 또 다른 하위장르를 주창한 몇몇 밴드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당분간 랩코어의 열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헤비 사운드의 주류이자, 21세기를 대표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인정해 주어야할 랩코어는, 그 동안 장르 나누기가 급속도로 이루어져 이제 그 분류의 세분화가 가능해진 상태인데, 특히 얼터너티브메틀 / 뉴메틀로 불리는 일종의 극단 세력과 핌프락 / 믹스춰락으로 불리는 유화세력의 분절에는 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유들유들한 얼터너티브 사운드에서 헤비 그루브의 일파로 소속을 옮긴 Creed나, 그와 반대로 포스트 그런지 사운드와 결탁한 Staind같은 밴드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그 분류의 기준은 참으로 모호하게 돌변할 수 있다. Skrape는 바로 그 헤비 사운드 분파의 하나로 인정받을만한 얼터너티브메틀 그룹으로, 90년대 후반 올랜도에서 결성되었다. 이들이 초기에 자주(自主)제작한 인디 음반이 큰 인기를 끌기 전에도 이미 사람들은 Skrape라는 이름을 주목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이미 이들이 끊임없는 라이브 활동으로 폭발적인 무대매너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고장에서 어느덧 가장 유명한 밴드가 되어버린 것을 눈치챈 이들은, 드디어 때가 왔음을 감지하고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밴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애썼다. 몇몇 레이블과의 접촉 끝에 결국 이들은 RCA와 계약을 맺게 되었고, Static-X, Powerman 5000, Deftones와의 작업으로 유명한 Ulrich Wild를 프로듀서로 맞이하여 데뷔앨범을 녹음하게 된다. 특히, 이들은 데뷔작의 발표 후, 지난 4월에 이미 Disturbed와 공연을 하기도 했으며, 오는 6월-7월에는 Pantera, Slayer, Static-X, Morbid Angel과 함께 Extreme Steel Tour를 가질 계획에 있어, 신인으로서는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Skrape의 메이저 데뷔작 [New Killer America]는 초기 Deftones 풍의 강력한 기타 리프에 Linkin Park 식의 멜로디가 얹혀진 형태의 곡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힘과 감성의 고른 분배로 인해 전체적인 조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앨범을 반복 청취하다보면 어색한 느낌은 받을 수 없다. 특히, 이들에게는 요새 유행하는 DJ가 없는 대신, 키보드와 기타를 동시에 맡고 있는 멤버가 있기 때문에, 풍성한 배킹에서 다른 그룹보다 훨씬 강한 면모를 보인다. 고무줄처럼 탄력적인 리프가 몸을 저절로 흔들리게 만드는 What You Say를 지나, 첫 싱글로 내정된 Waste, 라이브에서 상당히 강하게 어필할 듯한 Isolated, Billy Keeton의 감성적인 목소리가 일품인 Rake, 멜로디가 자꾸만 귓가에 맴도는 I Know, 낮게 깔린 연주가 묵직한 중량감을 안겨주는 Kill Control, 10배쯤 강력해진 Linkin Park를 듣는 듯한 Broken Knees, 보컬 이펙트의 활용으로 보다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진 Blow Up까지, 언뜻 누구와 비슷한 듯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이들만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Skrape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누가 알 것인가? 다음 앨범에서는 이미 클만큼 커버린 어른이 되어있을지... 글 / 김봉환 (앨범내지에서 발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