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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마트 와인 코너에 가면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와인에 눈이 휘둥그레질 수 있다. 단숨에 고를 수 있는 맥주와는 달리 무엇을 골라야 할지 도대체 모르겠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보르도 와인 슈퍼스타 4' 같이 화려한 딱지가 붙은 특별 기획 상품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사실 알라딘 메인화면의 '편집장의 선택'이나 '이달의 추천도서'도 마찬가지. 큐레이션은 이미 미술계를 넘어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들어 있고 새삼스러운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정보량이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있는 과잉 사회에서(책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미 의회 도서관이 보유한 2,300만 권의 책의 50배에 달하는 정보량을 하루에 생산한다고 한다) 큐레이션은 더욱 중요한 활동이 될 수밖에 없다.
디지철 콘텐츠 산업에 관심이 많은 영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바스카는 이 책에서 큐레이션을 '과잉된 정보를 과감히 덜어내고 새롭게 조합해 가치를 창출하는 일'로 새롭게 정의한다. 본래의 뜻을 타락시켰다는 미술계의 반발도 있지만, 이를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책은 먼저 과잉 사회의 문제점과 큐레이션이라는 용어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이어 새로운 의미로서 큐레이션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와 함께 다양한 큐레이션 모델을 소개한다. 물론 무조건 덜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보살핀다'는 큐레이션의 본래 의미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는 말한다. 신뢰, 공감, 배려가 없는 큐레이션은 한낱 허세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