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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우습게 여겼던 한 남자, 지환.
사랑을 두렵게 여겼던 한 여자, 은수.
“도망가고 싶으면, 지금 가요.”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기회는 지금뿐이에요. 놓치면, 난 당신을 절대 안 놔줄지도 몰라요.”
그리고 얄밉게 웃어 보였다.
사랑할 일 없다고 너무 쉽게 결정해 버린 정략결혼.
마음을 준 순간, 운명의 덫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해요.”
“이대로 떠나면, 끝이에요. 되돌릴 생각 없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지환이 차갑게 말했다. 은수는 설핏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날…… 사랑하긴 했어요?”
이유조차 모른 채 잘못된 복수극에 휩쓸린 남자와 여자.
너여서는 안 되는 이유가 너여야만 하는 이유로 변해 가기까지.
너로 인해 나는 사랑할 수 있을까.
나로 인해 너는 행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