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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Book] 코드 훔치기 - 한 저널리스트의 21세기 산책
  • 고종석 (지은이)마음산책2012-09-07 
코드 훔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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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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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일 형식 : ePub(7.05 MB)
    • TTS 여부 : 지원
    • 종이책 페이지수 : 328쪽, 약 18.9만자, 약 4.6만 단어
    • 가능 기기 : 크레마 그랑데, 크레마 사운드, 크레마 카르타, PC,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폰/탭, 크레마 샤인
    • ISBN : 978896090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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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리뷰
    알라딘 리뷰
    고종석은 또렷한 이미지를 가진 몇 안되는 글쓰는 이 중 하나다. 그의 이미지란 무엇보다도,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의 옹호자로서의 모습이다. 물론 시원시원하고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이로서의 이미지도 그에 못지 않다.

    <코드 훔치기>는 한 일간지에 9개월 가량 연재됐던 '모색 21 - 전환기의 이념과 사상'이란 주간 기획물을 묶은 책이다. 각기 4000자 남짓한 40개의 글들, 이들의 목적은 21세기를 해독하는 '코드'라 볼 수 있는 사회의 면면들을 추려내어 현상을 살펴보고, 앞으로를 점쳐보는 것이다.

    모색의 소재는 그야말로 '없는 것 빼놓고는 다'다. 조금만 나열하자면 이렇다. 개인주의의 득세, 동성애, 지식인의 몰락, 문학의 죽음, 영어 병용 시대, 민족주의, NGO, 생태주의, 교육문제, 안락사, 생명공학의 질주, 마리화나 등등...

    그는 먼저 각 '코드'의 전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간략하게 총정리해준다. 그것은 전자 직접민주주의처럼 희망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프라이버시의 종말처럼 절망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다음 그는 딱 한 발만큼만 더 내딛는다. 이 현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조심스레 내다본다.

    물론 고종석 자신의 바램이랄까, 하는 것이 깃들어있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기에 저자 자신도 책머리에서 '모색은 부분적으로 전망이다. 모색이 일반적 전망과 다른 것은 그 속에 의지나 욕망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저자 자신의 '의지나 욕망'은 어떤 것들일까? 그것은 (거칠게 말하자면) 개인주의, 자유주의, 합리주의, 세계주의이다.

    그래서 그는 모든 종류의 개인에 대한 억압기제들(전체주의, 프라이버시 침해, 편협해지기 쉬운 민족주의 등)을 걷어내길 희망한다. 타인의 자유에 맞닿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를 확장시키는게 뭐가 문제냐고 말한다(동성애, 마리화나 (마리화나 금지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40번째 칼럼은 소재의 민감함 때문에 신문에는 실리지 못했다) 등). 이런 것들을 독자에게 설득시키는 글의 결은 합리와 논리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눈치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아챘겠거니와, 저자로부터 비롯한 글의 특성은 일면 '모색의 한계'로 보일 수도 있다. 그것을 모를 정도로 순진하지 않은 저자는 서문에서 이미 자신의 모색의 한계를 조목조목 밝혔다.

    그것은 (1) 널리 알려진 사상가들과 저자의 생각이 별다른 구별없이 오락가락 섞여 있다는 점 (2) 현상을 파악하고 전망하는데 아무래도 '공동체주의, 민중주의, 민족주의'적 관점보다는 '개인주의, 자유주의, 세계주의'적 관점을 편애했다는 점, 그리고 (3) 주로 서양 사람들의 시각에서 모색을 꾸렸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분명히 재미있으며 또 생각할 꼬투리들을 잔뜩 던져준다.

    무엇보다도 그가 봇짐장수처럼 펼쳐보이는 갖가지 '코드'들에는 현실에 살아 숨쉬는 것들 특유의 '복잡성'이 덜 손상된채 남아 있다. 세상의 각지와 각 층위에서 기능하고 있는 그 모든 '코드'들을 어떤 한가지 주의나 학문, 믿음만으로는 몽땅 싸안을 수 없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아래의 그의 말도 어쩌면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구체적인 사안으로 들어가면 혼돈은 더 심해진다. 예컨대 1990년대 초의 보스니아 내전이나 지난 세기말의 코소보 내전에서 어느 쪽이 선(善)이었고 어느 쪽이 악(惡)이었으며 어떤 처방이 바람직했는가에 대한 판단의 문제에서, 전통적인 좌우 개념은 효율적 준거틀이 되지 못한다.

    막연한 좌우가 아니라 자유주의니 보수주의니 사회주의니 개인주의니 집단주의니 하는 범주를 사용해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는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적 견해를 가진 사람이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적 견해를 지닐 수도 있고, 또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가 사회주의자에 대항해 한 목소리를 내는데,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보수주의자와 사회주의자가 자유주의자에 대항해서 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게다가 자유주의, 보수주의, 사회주의 같은 말이 역사와 정치의 굴곡에 감염돼 얻게 된, 다양하고 때로 모순되는 의미의 겹은 이념의 정체성을 위협하면서 흔히 토론의 근본을 허물어뜨린다. (본문 167쪽에서)"
    이것은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잣대를 꽉 쥔채 '코드'에 달려든 고종석 자신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다. 안락사 등의 많은 '코드'에서 고종석은 별다른 전망이나 희망을 제시하지 못한다. 어떤 전망은 왠지 또 다른 전망과 상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21세기의 전망이나 모색이란 것이 결국엔 '혼란, 혼돈, 겹겹이 게다가 조금씩 비껴져 겹쳐진 층위들로 귀결되고 마는가' 싶어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면 '혼란'이야말로 21세기의 단 하나 확실한 '코드'인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단 하나의 거대담론으로 모든 코드의 분규를 평정하려 했거나, 반대로 아예 아무런 견해도 취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면, 논의는 밋밋해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책을 읽는 독자는 저자가 세상으로부터 훔쳐낸 '코드'를 골똘히 생각해보거나, (아마도 모든 독자가 몰래 그러리라 싶은데) 나름의 암호로 '코드'들을 정렬해 단정하고 큰 하나의 밑그림을 그려보리라는 야심조차 품지 않았을지 모른다. - 김명남(2000-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