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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높이 높이 날아오르는 저것은
실상 새가 아니라 새의 몸을 하늘로 불어날리는 천사의 숨이었던 것
강신애 「새 표본 전문가의 꿈」
2024.07.25
아무것도 쓰지 않은 종이
편지 봉투 속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종이를 넣었다 안녕도 없고 잘 지내도 없는 편지 한 장 받는 사람의 생각은 얼마나 넓어질까?
김준현 「내 생각」
2024.07.24
내 안에 나는 얼마나 있는 것일까
내 속에는 가끔 내가 가득한 느낌이 들고 내 속에는 거의 나 이외의 것이 가득하지만 나와는 멀다. 멀리에 영영 있다.
안주철 「희미하게 남아 있다」
2024.07.23
당신은 어떤 사진을 찍겠습니까?
이 세상 그 모든 노출과 그늘 아래서 이 맑고 많은 광원들 안에서 이 전부를 다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이게 오직 진짜는 아니더라도
채길우 「하품」
2024.07.22
영양가 높은 햇살 맞으러 오세요
저이는 어찌 저리 환할까 기웃거리다가, 드디어 비결을 찾았어요. 날마다 맑은 햇살 푸지게 담아 드시더군요.
정우영 「햇살밥」
2024.07.19
운동장을 가로질러 간다는 것은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사람은, 길쭉한 사람이다 다리도 길고 목도 길고 뒤통수도 긴 사람이다… 제 삶이 어떤 건지 미리 한번 중간점검해보는 사람이다
유홍준 「운동장을 가로질러 간다는 것은」
2024.07.18
여름의 시간은 무한히 남아돌았다
한낮에는 잠에 빠져 서 있고 한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 누워 있었다 세상 모든 책을 펼쳐놓고 꿈에서도 보고싶었다
김현 「펜팔」
2024.07.17
무엇을 부수어야 사랑이 되나
이 모든 것을 품고 넘어야 사람은 사람이 되나 사람을 넘는 사람 미안하게도 사랑을 부수어야 사랑이 되나
김승희 「나를 부수는 나에게」
2024.07.16
다 무너지지는 않던 마음
낙엽 위로 악착같이 기어나오던 풀꽃처럼 젖어오던 마음 살 것 같던 마음 반짝이며 반짝이며 헤엄쳐 오던, 살 것만 같던 마음
이영광 「어두운 마음」
2024.07.15
빗소리 들리는 여름 아침
무슨 슬픔 쌓아두었기에 우리 사는 여기 파도에 휩쓸리는 해초처럼 일렁이고, 바퀴들 닿지 못할 곳으로 달려가고 있는지요
최정례 「여름 아침」
2024.07.12
가만히 누워 있는 게 좋다
주말 오후 마루에 누워 듣는 비행기 소리가 좋다
황유원 「에어플레인 모드」
2024.07.11
나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어요
봄은 가고 여름이 와요 그 여름에 당신은 없어요 망설이지 말라고 말해주는 당신은 없어요
유병록 「망설이다가」
2024.07.10
장마철,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어떤 지극함이란 형태가 없다는 것을, 윤곽이 없다는 것을, 정체마저 없다는 것을
엄원태 「장마」
2024.07.09
제라늄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제라늄에게 말을 걸면 누가 있기라도 한 듯 외로움이 조금 가십니다 이 세상에 나 혼자라는 무서움이 조금 가라앉습니다
김애란 「제라늄에게 말 걸기」
2024.07.08
여름으로 가는 사람들
꽃 보고 가신 사람들 다 어디에 있을까요 까맣게 익은 버찌 떨어져 꽃 떨어진 자리마다 다시 까맣게 번지는데
이문재 「초여름」
2024.07.05
소서, 여름풀들이 자랍니다
어쩌다 비 개인 여름 한나절 시드렁거드렁 그것들 봅니다 긴 듯도 해서 긴 듯도 해서 눈이 십니다
김사인 「여름날」
2024.07.04
영혼이 뭔지 알아?
그건 몸 안에 찌그러져 있어 언제든 용수철처럼 뛰어나가 끝없이 늘어나며 너를 안을 준비가 되어 있어
여세실 「틀린 그림 찾기」
2024.07.03
섬에 가면 섬을 볼 수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 보지 못한다
안도현 「섬」
2024.07.02
고양이는 구름을 닮았고
새하얀 고양이는 하얀이라는 속성을 기른다 하얗지 않다면 아무것도 아닌 고양이는 네발을 모으고 골몰하는 7월의 구름 11월의 열기구
신두호 「고양이 관념론」
2024.07.01
가장 나다운 순간을 찾아서
호랑이는 알지 내가 왜 혼자서 자주 우는지 나는 호랑이를 데리고 내가 모르는 어둠의 끝까지 갔다 돌아오곤 하지
김륭 「영혼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