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오늘날 인류는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기후재난이라는 생태적 파국, 제국주의가 촉발한 영구전쟁이라는 ‘삼중의 실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이를 지탱해온 지배 질서가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바야흐로 서구 중심의 일극체제가 무너지고 다극화 질서가 태동하는 거대한 역사적 변곡점을 맞아, 한국 사회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신간 『자본의 시공간: 1960년대 이후 한국의 문화정치경제』는 사적 유물론과 공간 이론을 정교하게 결합한 독창적인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자본의 맹목적인 ‘가치증식’ 운동이 한국 사회의 시공간을 어떻게 폭력적으로 재편해왔는지 추적하며 그 실천적 해답을 모색하는 압도적 스케일의 역작이다.
저자는 지난 반세기 넘게 한국 사회가 겪은 압축 성장의 이면을 자본의 파괴적인 시공간 지배 메커니즘으로 해부한다. 자연의 순환에 맞춰져 있던 구체적인 ‘장소-시간’은 자본의 추상화 작용에 의해 오직 이윤 증식을 위한 추상적 시공간으로 해체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인민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는 ‘일반적 판옵티콘’을 구축했고, 거대해진 자본은 화려한 상품과 이미지로 대중의 욕망을 포획하는 ‘스펙터클’을 일상 전반에 만연시켰다.
나아가 금융화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오늘날, 대중은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이 뿜어내는 ‘판타스마고리아(환영)’의 홀림에 빠져, 휴식의 시공간에서조차 자본을 위해 데이터라는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유령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빚을 내어 투기판에 뛰어든 이들은 미래할인을 통해 아직 오지 않은 자신들의 미래노동마저 현재의 가치실현을 위해 미리 저당잡히고 소진해버린다.
결국 자본이 강제한 이 폐쇄회로는 진정한 역사적 변화와 이행의 가능성이 거세된 채 ‘영원한 현재’만이 무한 반복되는 ‘지옥의 시공간’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200자 원고지 3,400매에 달하는 방대한 서사를 통해, 저자는 자본주의가 직조해낸 이 지옥의 시공간에 균열을 내기 위해 묵직하고도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질문 1. 1960년대 한국 농촌은 왜 자본의 ‘비동시적 보완물’이어야 했는가?
질문 2. 1970~80년대: 국가는 어떻게 ‘일반적 판옵티콘’과 ‘스펙터클 사회’를 구축했는가?
질문 3. 1990~2000년대: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국토를 ‘화려한 죽음의 도시’로 만들었는가?
질문 4. 2010년대 이후의 ‘스펙터클 2.0’: 우리의 소비와 일상은 어떻게 빚(부채)이 되었는가?
질문 5. 쇠퇴하는 제국과 다극화 질서: 한국은 식민지로 전락했던 역사적 과오를 반복할 것인가?

제1장. 서론—자본의 시공간
제2장. 한국의 자본주의화와 시공간—역사적 고찰
제3장. 근대 이후의 전근대적 시공간—1960년대 농촌․
제4장. 산업자본 발전과 일반적 판옵티콘의 형성
제5장. 스펙터클 사회의 형성
제6장. 자유화체제의 수립과 확산적 스펙터클
제7장.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와 통합적 스펙터클
제8장. 세계 금융위기 이후 스펙터클 2.0 또는 판타스마고리아
제9장. 결론—자본의 시공간을 넘어서
p 513
부동산부터 가상화폐에 이르기까지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자산시장은 천문학적 부채라는 가공자본 팽창이 더 결정적 동력으로 작용해 쌓아올린 사상누각이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일상의 장소와 시간마저 압도적인 가치증식 운동에 철저히 포섭되어버린 거대한 ‘자본의 시공간적 식민지’ 그 자체가 되었다.
p 335
대항 스펙터클이 발산했던 거리의 뜨거운 열기와 에너지를 자본주의적 소비주의의 동력으로 완벽하게 흡수해낸 확산적 스펙터클의 최종적 승리야말로, 1980년대 스펙터클 지형이 남긴 가장 역설적이고도 구조적인 역사적 귀결이라 할 것이다.
p 562
휴식이나 자아실현을 위해 비노동 시공간을 찾은 사람들이 가상공간의 기술적 정치에 ‘접속 또는 접신’하여 플랫폼자본의 무급노동자로 전락하는 순간, 그들의 물리적 신체는 지금-여기에 존재하되 주체성은 탈각되는 존재론적 변환, 즉 유체화를 겪는다.
p 590
부채의 압박이 ‘현재’의 실존적 시간을 텅 빈 껍데기로 만들 듯, 자본의 강박적 증식 운동은 우리가 발딛고 선 ‘장소-시간’ 고유의 구체적 물질성을 철저히 증발시키고 오직 가치증식을 위한 추상적 좌표로 변질시킨다.
p 628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본이 강제한 시공간의 형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려면 현재가 현재이기를 멈춘 영원한 현재 또는 미래할인의 시간에서 벗어나야 하며, 장소-시간의 구체성을 상실한 채 오직 자본증식의 수단이 되어버린 추상화된 공간의 지배를 타파해야 한다.
강내희
중앙대학교 영문학과와 대학원 협동과정 문화연구학과에서 가르치다 퇴임했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인문정책연구위원, 문화재위원, 미국 코넬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 문화연대 공동대표, 맑스코뮤날레 공동대표, 중앙대 교수협의회 회장,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문화이론전문지 『문화/과학』 발행인, 사단법인 <참세상> 이사장, 노동당 고문이다.
지은 책으로 『서울의 생김새』(2021), 『길의 역사』(2016), 『인문학으로 사회변혁을 말하다』(2016),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2014),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문화와 코뮌주의』(2008), 『한국의 문화변동과 문화정치』(2003), 『문학의 힘, 문학의 가치』(2003), 『문화론의 문제설정』(1996), 『공간, 육체, 권력』(1995) 등 다수가 있고, 편저로는 『포스트모더니즘론』(1989), 『포스트모더니즘의 쟁점』(1989) 등이 있다.

1번 27,000원
<자본의 시공간>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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