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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임유영

"서점 산딸기 San Ddaalki Books"

구름이 하늘로 오르니, 군자는 마시고 먹으며 잔치를 베풀어 즐긴다(雲上于天, 需, 君子以飮食宴樂). -『주역((周易)

요리하기보다 먹기를, 먹기만큼이나 요리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 운영하는 서점. 서점 이름은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과 수지 프랑크푸르트(Suzie Frankfurt, 1931-2005)가 고급 취향에 대한 숭배, 과시, 심술 따위를 꾹꾹 눌러 담아 만든 레시피북 『야생 라즈베리 Wild Raspberries』의 변용. 다소 귀여운 간판을 걸었지만 서점 내부는 차가운 스틸 재질이 대부분인, 괴팍한 파인다이닝 요리사의 주방 같은 분위기. 한 영국인 친구가 ‘딸기’라는 한국어 발음은 너무 강렬해서 조금 무섭다고 말했었다.

서점 주인 임유영이 알라딘 독자들에게 권하는 10권의 책

"요리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의 서점"

실버 스푼
파스타 마스터 클래스
술꾼들의 모국어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주해
냉면의 품격
오늘도 냠냠냠 1
식도락 - 봄
조리법별 일본 요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요리 노트
힌트: 소설, 음식, 번역

임유영의 블라인드 북

"그렇지,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는 같은 데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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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영의 블라인드 북

이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짜릿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그렇지,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는 같은 데 너무 다르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 진저브레드는 먹어본 것도 같지만 영원히 금종이별 달린 생강빵은 먹을 수 없을 것이다……(여기까지 『메리포핀스』에 나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른이 된 내 안의 멜랑콜리한 소녀를 느끼며, ‘도대체 흰 빵과 검은 빵은 무슨 맛이기에 이 난리란 말인가’ 라는 심오한 고민에 빠진 적 있는 소녀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오늘의 정찬은 세라의 따끈한 건포도빵으로 시작, 스칼렛 오하라의 햄과 그레이비를 먹은 다음, 주디 애벗의 레몬 젤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들 무슨 말인지 아셨지요? 그럼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예약판매 도서로 4월 21일까지 판매, 23일에 출고 예정입니다.
도서명은 4월 23일 책의 날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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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영의 추천 도서 10권

  1. 실버 스푼 표지

    실버 스푼

    파이돈 프레스 지음, 이용재 옮김 | 세미콜론

    이탈리아 요리를 집대성한 사전이자 고전. 이탈리아 현지에서 1950년 출간된 이래 한번도 절판된 적 없는 요리서라고 한다. 요리책 전문 서점이라면 일단 갖추고 볼 일이다. 미적이기보다 기능적으로 촬영해 터프한 느낌을 주는 사진 자료, 어려운 용어, 압도적인 분량이 매력! 실제로 책을 유용하게 이해하고 사용하고자 하는 훌륭한 독자에게는 보다 추려지되 상세한 사진과 설명을 더한 『실버 스푼 클래식』, 『아이와 함께하는 실버스푼』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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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파스타 마스터 클래스 표지

    파스타 마스터 클래스

    백지혜 지음, 김보령 사진 | 세미콜론

    파스타와 피자가 이탈리아 요리의 전부가 아님을 『실버 스푼』을 통해 깨달았음에도 그 빨간 책등만 보면 파스타가 먹고 싶어진다. 2020년에 처음 출간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파마클’의 저자 백지혜 씨는 ‘제리코 레시피’ 라는 식당을 운영 중이다. 나는 ‘파마클’의 감각적인 만듦새에 감탄하며 책을 읽은 뒤 ‘제리코 레시피’에 가서 파스타를 사먹는다. 그중 언젠가 음주(와 식사)의 마무리 무렵 그가 내주었던 ‘카치오 에 페페’는 종종 자려고 누우면 생각나는 메뉴다. 재료와 조리법도 간단한 그 음식이 먹고 싶은 한밤중, 책을 펴서 ‘카치오 에 페페’의 사진을 보며 결심한다. 아아, 너무너무 맛있겠다, 꼭 다시 가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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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술꾼들의 모국어 표지

    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2018년 출간된 『오늘 뭐 먹지?』의 개정판. 오래전 친구 집에서 청양고추와 잔멸치가 섞인 된장소스 같은 것을 맛있게 먹었다. 쌀밥에 비벼서 몇 그릇이고 먹었던 듯하다. 그 후로 친구는 한 동네에 사는 내내 내 몫까지 챙겨주곤 했다. 친구네 집에서는 요걸 ‘고추쏭쏭이’라는 엄청나게 귀여운 이름으로 부른다고 했다. ‘고추쏭쏭이’가 ‘고추장물’이었단 건 이 책을 읽고 뒤늦게 알게 됐다. 한여름이 땡초의 계절이라는 사실도, 주변 시선 따위 개의치 않고 ‘혼술’하는 중년 여성의 멋짐에 대해서도 그렇게 알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건 내가 소주의 맛만은 영영 모를 것 같다는 점(맥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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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수운잡방 표지

    수운잡방

    김유 지음, 김채식 옮김, 한국국학진흥원 기획 | 글항아리

    지은이 김유(1491-1555)가 조선시대 안동 양반가의 음식문화와 조리법을 기록한 책 『수운잡방』은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요리책이라고 한다. 원본이 2021년 보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유는 벼슬길로 나아가지 않고 고향에서 부모를 봉양하는 가운데 풍류를 누리며 손님맞이를 즐겼다고 한다. 퇴계 이황이 김유의 묘지명에 “주방에는 진미가 쌓여 있고, 독 속에는 술이 항상 넘치도다” 라 쓸 정도였다니 당대의 고급 식문화가 이 책에 집약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 때문일까? 이 책의 절반 이상이 술 이야기인 것은? “두 이레 후에 좋은 향기가 난다”, “맑기가 독 바닥까지 이르고 빛깔이 가을 이슬과 같다”는 표현에서 벌써 풍류가 느껴진다. “불과 세 번 마시기 전에 머리털이 옻칠처럼 검어진”다는 ‘지황주’는 반드시 마셔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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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음식디미방 주해 표지

    음식디미방 주해

    백두현 지음 | 글누림

    1670년경 조선 여성 장계향이 한글로 저술한 가장 오래된 책 『음식디미방』을 해설한 책이다. 『수운잡방』과는 시대적으로 차이가 나지만 안동 지역 사대부가의 식문화를 서술한 책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성격이 있다. 그러나 김유는 직접 음식을 만들지 않았고 장계향은 가문의 종부로서 직접 음식을 관장했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추천하는 까닭이 이것이다. 한편 이 책은 1970년대 말에서 80년 초반 쯤에 『규곤시의방 해설본』이라는 제목으로도 출간된 적이 있다. 이때 해설을 달았던 사람은 그 유명한 궁중요리연구가황혜성(1920-2006). 엄청난 두 여성이 만나버렸다. 그가 직접 재령 이씨 종택을 찾아가던 길에 영화처럼 종손을 만나 책의 원본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유명한 모양이다. 오늘도 역시 책이란 있을 때 사고 볼 일이란 교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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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냉면의 품격 표지

    냉면의 품격

    이용재 지음 | 반비

    내게 평양냉면은 여름의 맛도, 겨울의 맛도 아니고 봄의 맛이다. 슴슴하고 차가운 국물과 메밀향 가득한 국수를 후룩후룩 친구와 정답게 먹고 식당 문을 나서면, 따스한 봄 햇살에 이마가 따뜻해지고 현기증이...... 아니, 낮술기운이…… 누구나 이 책을 펼치면 자기 단골집을 찾아볼 것이다. 나는 우래옥, 능라, 광화문국밥이 좋다. 사실 이용재 평론가의 ‘품격’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은 『외식의 품격』이었다. 2015년 친구에게 선물 받은 책을 오랜만에 펴보니 내지에 친구의 짧은 메모가 있다. “잘 먹고 잘 사세요.” 잘 먹는 일에도 객관적인 기준이 있고, 잘 먹기 위해서도 경험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가령, “못을 박겠다. 국산 맥주는 맛이 없다. 입맛이나 취향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같은 문장들이 ‘맛’에 대해 가졌던 그간의 게으른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했고 나를 많이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이 책이 절판이다. 물론 그의 이후 저작들도 흥미롭지만 얼른 『외식의 품격』이 복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품격’ 시리즈 중 한 권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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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오늘도 냠냠냠 1 표지

    오늘도 냠냠냠 1

    조경규 지음, 방현선 사진 | 송송책방

    만약 다른 도시에서 온 친구가 서울 맛집 투어 가이드를 부탁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만화를 권하겠다. 호와 오가 크게 갈리지 않고 지역 주민의 사랑과 기억으로 살아남은 식당들이 이 책 속에 가득하다. 대부분 어른과 아이가 함께 가기 좋은 식당이기도 하다. 1권은 주로 서울, 2권은 서울과 경기, 3권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을 아우른다. 소박한 가족의 다정한 에피소드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조경규 작가의 그림이다. 사진보다도 확실한 폭발력으로 다가오는 그의 음식 그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돌게 한다. 한땀 한땀 뿌려진 고춧가루를 보고 있으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듯한 착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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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식도락 - 봄 표지

    식도락 - 봄

    무라이 겐사이 지음, 박진아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식도락』은 저자가 메이지시대인 1903년 연재한 신문소설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네 편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로, 한국에는 아직 가을 편까지만 번역된 듯하다. 신문 연재물인만큼 계몽적 성격이 큰데 재미도 있어야 했기에 형식이 독특하다. 작가가 강구해낸 방책은 인물들이 땅콩죽을 만드는 장면 뒤에 “땅콩은 사가미 지방의 것이 좋다. 단백질 44퍼센트, 지방 50퍼센트, 탄수화물 22퍼센트로 영양이 풍부하다.” 는 정보를 덧붙이는 것이었다. 이 형식이 꽤 재미가 있다. 당시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2026년의 한국 독자로서 사가미 지방의 땅콩이란 무엇일지 상상하게 되는 덤도 있다. 서양식 식사 예절, 의학상식이나 각종 유익한 생활 정보를 인물들의 입을 빌어 알리기도 하는데 이도 쏠쏠한 즐거움이다. 겨울편 출간까지 기다리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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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조리법별 일본 요리 표지

    조리법별 일본 요리

    츠지조리사전문학교, 최강록 | 클

    일본 이야기가 나온 김에 본격적인 요리책도 한 권 소개한다. 유명 요리사 최강록 씨가 번역한 일본 음식 요리책이다. 이 책의 특징은 정말 교과서적이라는 점이다. 각 장마다 요점이 확실하고, 조리법의 단계마다 꼼꼼하게 촬영한 사진 설명이 페이지마다 가지런하고 또 빼곡하다. 책의 재질까지 포함해 전반적으로 다소 레트로한 느낌이 있는데, 이건 정말 큰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다. 어렸을 때 엄마 책장에서 꺼내봤던 요리책의 기억이 언뜻 스치기도 했으니 말이다. 번역을 맡은 최강록 씨가 이 책을 출간한 요리학교 졸업생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니모노(조림) 파트를 읽을 때 그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이렇게 어려운 공부를 하셔서 훌륭한 요리사가 되신 게 아니겠는가. 덧,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안다면 이 책 읽는 기쁨이 훨씬 클 것 같다. 나는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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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요리 노트 표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요리 노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마드

    구판이었던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을 읽다가 던지다시피 덮은 기억이 있다. 괴팍하기 이를 데 없는 예술가의 끝없는 불평과 수다를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벌써 오래전의 일이고 이제 다시 들춰본 책엔 그림이 보다 눈에 띄었으며(당연함) 글에도 귀여운 구석이 있다. 다 빈치를 귀엽게 생각한다는 건 좀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위장이 휴식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다 빈치가 권하는 날로 먹는 음식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살구 한 개 당근 한 개 베네치아산 양파 한 개 크레모나산 순무 한 개 테스코산 푸른 강낭콩 한 줌 푸른 빛깔 올리브 검은 빛깔 올리브 삶은 달걀 한 개 흰 생쥐 한 마리”(책의 각주에 의하면 나무줄기나 그루터기의 오기일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다 빈치의 메모장을 그대로 옮긴 듯한 책 속 조리법들은 아마 사악한 마녀들에게 갖다주면 기뻐할 것이다. 하여간 이런 책을 여전히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한동안 ‘크림’ 이라는 단어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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