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은 사라진 이들이 죽었다고 말했지만 죽음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았으므로, 아이는 거대한 구멍을 상상했다. 대삼림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거대한 구멍이 병사들을 집어삼켜 지저로 내려보내는 광경을…….
물론 칼리굴라는 오래전에 죽었고, 이건 아마도 슬픈 농담 같은 일일 것이다.
“그러면 전쟁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죽겠지요. 현실은 여기가 아니라 전류 속에 있으니까요. 우리를 이루는 전압이 바로 현실이니까요.”
“관리자 권한이라는 게—”
피에르는 문장을 차마 완성하지 못하고 멈췄다. 내가 대신 빈칸을 채워 넣어주었다.
“전문용어로는 신적 주권이지. 절대 주권이라고도 하고.”
“아, 이럴 수가. 신성모독이야.”
“뭐, 종말을 불러오자고 했잖아. 그냥 계시록 주소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 다음, 왼발 오른발 한 번씩 쿵 찍으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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