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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이인

"외계인 서점"

‘외계인 피자’라는 곳에서 저녁을 시켜 먹다가 요즘 어딜 가나 외계인이 유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렇다면 이 흐름을 따라 ‘외계인 서점’ 하나쯤 만들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SF는 잘 몰라도 외계인 못지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일가견이 있는 편이다. 별난 취급을 받던 어린 시절부터 나 같은 인간을 찾겠다고 책 속으로 파고들어온 덕분이다. 기분이다. 책꽂이를 지키고 계신 ‘외계인 느낌’ 도서 여러분, 장르와 국적 불문하고 오늘 모여봅시다. 여러분에 대해서라면 동네 서점의 세심한 주인들처럼 하나하나 소개 문구를 붙여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점 주인 신이인이 알라딘 독자들에게 권하는 10권의 책

"외계인 못지않은 이들을 위한 책"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어
에일리언 현상학, 혹은 사물의 경험은 어떠한 것인가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퀴어 포에티카
외계인 자서전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잡았다, 네가 술래야
뾰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힌트: 거울, 몽상, 우리

신이인의 블라인드 북

"어쩌다 이런 수상한 걸 쓰게 되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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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인의 블라인드 북

시만한 외계어가 또 있을까? 어떻게 시를 읽으면 좋겠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시인인 내가 할 수 있는 대답도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다. 보통은 이렇게 권했던 것 같다. 느낀다고 생각해보세요. 가사 없는 음악이나 자막 없는 영화처럼…….

이 시집은 내밀한 아트 필름을 연상시킨다. 특히 첫 번째 시는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기이하고 정교했다. 소문 내는 대신 약간은 비밀스럽게 간직해두고 싶던 책이었다. 어쩌다 이런 수상한 걸 쓰게 되었느냐고, 나중에는 저자에게 연락해 진지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예약판매 도서로 4월 21일까지 판매, 23일에 출고 예정입니다.
도서명은 4월 23일 책의 날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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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인의 추천 도서 10권

  1.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표지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수지 모건스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엄마로부터 선물받은 책이다. 주인공이 꼭 나를 닮았더라는 말과 함께. 읽어보니 ‘소피’는 진짜 기상천외한 옷만 골라 입고 다니는 괴짜여서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저렇게 요란한 차림을 하고 다닌 적이 없다고 항변하고 싶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다시 읽는 지금은 어쩐지 미소가 지어진다. 엄마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이 낳은 아이의 성질을 감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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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어 표지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어

    베튤 지음 | 안온북스

    그 흔한 자기 소개도 누군가에게는 진땀 나는 해명이 될 수 있다. 한국인이 아니지만 한국에 오래 살고 있고, 사회학을 공부하지만 몸담은 사회가 불명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주민 여성 예술가 베튤은 글을 쓰고 연기를 하며 세상에 자신을 고백하는 중이다. ‘어느 한쪽에 속해버리는 순간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할까 봐 늘 두렵다’는 그녀에게 영혼의 하이파이브를 건네고 싶었다. 어딘가에는 당신 같은 사람이 존재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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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에일리언 현상학, 혹은 사물의 경험은 어떠한 것인가 표지

    에일리언 현상학, 혹은 사물의 경험은 어떠한 것인가

    이언 보고스트 지음, 김효진 옮김 | 갈무리

    객체를 인식하고 그들의 관점을 내면화하고자 노력하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한 철학서다. 인간적인 사고의 틀을 어떻게 내려놓아야 에일리언을 에일리언인 채로 바라볼 수 있을까. 존재도학을 그리고, 비유하고, 공작을 하라고? 낯선 개념어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건 곳곳에서 발견되는 그럴듯한 문장들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철학자의 과업은 모든 사람이 이전에 간 적이 있는 곳이지만 애써 머물렀던 사람은 거의 없는 곳에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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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표지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아글라야 페터라니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

    이 책을 권하려 할 때마다 말문이 막힌다. 짤막한 구절과 긴 여백에 작가가 담아내려 한 이야기를 어떻게 해도 온전히 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곡예사이면서 난민이었던 아글라야 페터라니의 글은 장르 간의 경계까지도 절박하게 넘나든다. 소설로 출간되었다지만 일부는 시 같고 일부는 에세이 같다. 음식 묘사가 많아서일까, 읽는 내내 헛헛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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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퀴어 포에티카 표지

    퀴어 포에티카

    전승민 지음 | 문학동네

    퀴어(queer)가 이상해 보이는 시대는 저물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책을 읽을 때만큼은 그런 생각을 한다. 때마침 등장한 전승민의 평론집은 한국문학에 스민 퀴어니스와 사랑에 관하여 보다 깊이 있게 접근할 지점을 짚어준다. 정대한 논리를 세우면서도 온기를 잃지 않는 자세는 쓰는 사람으로서 지지하며 지향하는 바이기도 했다. 한강 등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들의 텍스트를 다루고 있으니 평론이라는 장르에 입문하기에도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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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외계인 자서전 표지

    외계인 자서전

    마리-헐린 버티노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지구에 태어난 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평생 보고할 뿐인 외계인 ‘아디나’의 이야기. 말 그대로 ‘외계인 자서전’인 소설이다. 해산물 식당에서 줄을 설 때, 뉴욕의 좁은 방에 누워 있을 때, 뜨뜻미지근한 연애를 지속할 때를 비롯해 거의 모든 순간 아디나는 외로웠다. 어디선가는 외로움을 두고 인간의 숙명이라 했다지만…… 어떤 외로움은 지구를 뛰어넘는다. 명백한 외계인의 숙명도 있는 것이다. 읽으면서 순간순간 가슴을 부여잡았다. 아디나, 어쩜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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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표지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자음과모음

    십대 시절에는 일본소설을 좋아했다. 제목에 이끌려 사보았다가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일까?’ 충격을 받은 책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이 지닌 불가해함에 속수무책으로 매료되어왔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가 어디선가 공공연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성실한 조바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을 읽으며 이해하고 싶었던 것은 외톨이를 자처하는 ‘하츠’나 중증 오타쿠 ‘니나가와’가 아니라, 하츠가 니나가와에게 품는 기묘한 마음의 정체였다. 어째서 그토록 은밀하게 등을 걷어차고 싶어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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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잡았다, 네가 술래야 표지

    잡았다, 네가 술래야

    폴 T. 메이슨 외 지음, 김명권.정유리 옮김 | 모멘토

    너무나 외계인 같았던 한 사람을 오해하지 않으려 사 보았던 책인데 내용이 예상보다 흥미로웠다. 당시에는 그런 사실에도 위로를 얻었다. 이젠 다 지난 사연이 되었지만 가끔 이 책을 펼쳐보면서 옛날을 추억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여행지에서 쓴 향수를 나중에 다시 뿌리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고. 고된 시기에 읽었던 책도 마찬가지인 듯한데, 이상하게도 조금은 그리운 느낌이 섞인다. 아마 타인을 똑바로 바라보고 싶어서 애를 쓰던 열정이 그리운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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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뾰 표지

    백은선 지음 | 난다

    모가 살아 있는 책을 보면 반갑다. 『뾰』,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깎지 않는 사람의 당당함, 담백함, 진솔함을 여러 가지 양태로 만날 수 있다. 시를 쓰며 아이를 키우는 생활의 면면을 시인은 애써 감추지 않는다. 엄마로 사는 일에 대해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 불을 건너는 거’라고 형용한다. ‘뾰’라는 글자는 잘못 튀어나온 모양을 이르는 말 같기도 하고 돌고래의 무구한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어떤 사랑은 그처럼 돌올하고 기묘하게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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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표지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모리구치 미츠루 지음, 박소연 옮김 | 숲의전설

    제목이 지닌 섬뜩함마저 매력적인 책이다. 동식물과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일본 대안학교에서 생물교사로 근무하는 저자는 동물 사체를 수집한다. 학생들은 사체를 살피고 해부하며 위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뼈는 어떻게 생겼는지, 가죽에 붙어 있는 벌레는 무엇인지를 직접 확인한다. 자칫 엽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호기심은 내가 시를 쓰기 위해 견지하려 했던 삶의 태도와 닮아 있었다. ‘사체 속에서 무엇인가를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체는 그저 기분 나쁘고 무서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기분 나쁘고 무서운 것을 만나면 나도 눈을 크게 뜨고 무엇이든 자세히 기록해보려고 했다. 저자가 이 책 가득 사체를 그려넣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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