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1974-1975년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일제 전범 기업을 여덟 차례에 걸쳐 폭파하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왜 ‘반일’을 내걸고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폭파를 감행했을까
국가와 폭력, 제국주의와 착취, 대중과 운동, 투쟁과 성찰…
과격한 폭탄 투쟁 이면에 자리한 묵직한 질문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는
잊혀진 기억을 복원하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과거의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책임을 망각한 일본과 아시아 곳곳에서 노동력과 자원을 착취해 온 전범 기업을 막기 위해 격렬한 폭탄 투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폭파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들은 오랫동안 냉혹하고 비정한 테러리스트이자 ‘지워져야 할’ 역사로 남아 있었다. 한국에서는 2020년에 김미례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다큐멘터리와, 2024년 초에 50년 가까이 지명수배자로 숨어 있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전갈’ 부대의 기리시마 사토시의 자수가 언론에서 다뤄지면서 소개되기 시작했다. 폭탄 투쟁이라는 과격한 장면 이면에 스스로를 ‘반일’이라 외쳤던 이들의 생각과 실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 책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주요 멤버인 다이도지 마사시에 주목하여 투쟁을 시작한 계기와 과정, 체포 이후의 회고와 반성을 따라가며 잊혀진 기억들을 다시 복원한다.
가해자 일본을 자각하고
‘동아시아’ 인민들과 연대하고자 ‘무장’을 택하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일본이 여전히 경제적, 기술적, 문화적 교류 혹은 파견이라는 이름으로 해외로 진출하여 다른 나라의 인민과 자원을 착취한다고 여겼으며, 본국에서의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추구하는 기존의 운동 역시 식민지 인민의 수탈과 희생을 기반으로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일제의 자본 축적 위에서 ‘평화롭고 안전하며 풍요로운 소시민 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인민들도 제국주의자이자 침략자라고 비난한다. 이들의 이런 시각은 1960년대 들어 격화된 안보투쟁, 평화운동, 전공투 등의 기존 운동에는 결여된 급진적인 시각이었다. 그들의 비난은 자기 자신에게도 닿아 있다. 홋카이도 구시로 출신인 다이도지 마사시는 자신 또한 본토에서 아이누 모시리를 침략한 침략자의 후손이라고 칭한다. 침략자의 후손인 데 대한 자기 성찰의 끝은 일본의 해외 침략을 멈추게 하는 것에 이르렀다. 지금도 다른 국가를 착취하는 가해자라는 인식, 국내의 소시민적인 운동에 대한 비판, 자본주의적 방식을 통한 착취를 멈추어야 한다는 확신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으로 하여금 ‘반일’을 외치며 동아시아 인민들과 연대하게 했다.
같은 시간을 서로 다른 자리에서 살아 온,
다이도지 마사시와 마쓰시타 류이치의 운명적인 만남
저자 마쓰시타 류이치는 1969년 《두붓집의 사계》라는 책을 통해 크게 알려졌다. 1970년 전공투가 거의 끝나가던 무렵, 두붓집을 접고 행동하는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마쓰시타는 일본의 아나키스트인 오스기 사카에와 와다 규타로에 관한 책을 연달아 집필한다. 이 책들은 급진적인 학생 운동과 폭파 사건 등에 가담해 투옥된 활동가들 사이에서 읽히기 시작했다. 그중 마쓰시타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 《두붓집의 사계》는 ‘붐’이라고 할 정도로 이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는데, 특히 이 책에 감명을 받았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늑대’ 부대원 다이도지 마사시가 마쓰시타에게 직접 편지를 쓰면서 둘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마쓰시타는 사상자를 발생시킨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투쟁에 대해 어려움과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결국엔 자신이 이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책무를 느낀다.
여러 시간대를 오가며 구체화되는 사건과 사람들,
그리고 한국의 오늘
마쓰시타 류이치는 직접 취재한 내용과 다이도지 마사시와의 인터뷰에 기반하여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사람들과 그날들을 복원한다. 이야기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멤버들의 체포 장면으로 시작되지만, 폭파 준비 과정과 체포 직후의 장면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나 다이도지와 마쓰시타가 만나는 장면이 교차되며 구체화된다. 사건 당시의 사상적 선명함은 체포 이후의 회고와 반성과 겹쳐지고, 사건을 준비하는 멤버들의 확신은 사건이 일어난 후 그들 가족의 복잡한 심경과 겹쳐진다. 실천과 성찰, 회고와 반성이 뒤섞이는 시간대를 지나며 독자들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읽어 낼 수 있는 여러 장면들과 마주할 것이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 투쟁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여전히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보다 가까이서 바라보며 함께 성찰해 보기를 권한다.
2023년 6월, 김미례 감독의 다큐멘터리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보고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존재를 알게 됐다. 상영 후 이어진 GV에서 폭탄 투쟁이라는 방식의 윤리성에 대해 문답이 오고 갈 때, 나는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그들의 문장이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문장은 세상은 원래 이런 것이고 그래서 바꿀 수 없다고 모두가 말할 때,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짚는 날이 선 문장이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일본이 다른 나라의 자원과 노동을 착취하여 부를 축적하고 편리한 인프라를 갖추는 것을 비판했다. 그리고 이 비판은 편리한 인프라를 일상적으로 누리는 일본인, 즉 그들 스스로에게도 닿았다. 나는 이들이 어떻게 이런 결론에 닿은 것인지, 이후 어떻게 변해 갔는지 더 알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에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사건을 자세히 다룬 책이 없었다. 그렇게 일본 서점 웹사이트에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과 관련된 책을 검색해 리뷰를 샅샅이 훑었고, 이 책을 만나게 됐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출간을 결심하게 된 데는 저자인 마쓰시타 류이치가 자신의 삶과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마주하며 적었던 고민들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이 폭탄 투쟁을 멀리서 바라보기보다, 자신의 삶과 대비 혹은 등치하면서 이들의 투쟁에 다가선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이 투쟁이 여기, 우리와 그리 멀지 않다고 느끼게 한다. 나 또한 그의 접근 방식을 얕게나마 취해 본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 던졌던 질문으로부터 한국은 자유로울까. 한국에 내재한 비평화적 측면을 나는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외곬으로 파고들어간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생각과 선택이 남긴 질문들이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에게도 닿길 바란다.
- 힐데와소피 편집부
‘반일’이라는 말을 듣고 지겨움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는 않을 것 같다. 선거철만 되면 친일이네 반일이네 하기 시작하는 정치인들, 3.1절이나 광복절만 되면 평소 안 하던 일제 타령을 쏟아내기 일쑤인 언론 등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반일종족주의》와 같은 책이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이 팔린 사실 역시 반일이라는 말에 담겼던 감각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뉴라이트 세력이 보편주의적인 시각을 내세워 편협한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반일이 ‘애국’의 다른 표현쯤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반일은 꼭 애국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마쓰시타 류이치가 쓴 이 책은, 다름 아닌 일본인 젊은이들이 50년 전에 반일을 내걸고 일본 전범 기업들을 폭탄으로 공격하기에 이르는 모습, 그 열정과 고민, 갈등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이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반일이라는 말이 애국주의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독립운동가들이 반일을 외친 까닭도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에 의한 지배를 바란 결과는 아니지 않았던가.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 속에서 외쳐진 ‘반일’이라는 말에 깃든 ‘해방의 계기’를 되찾기 위해서도 이 책은 읽혀야 한다.
- 후지이 다케시(역사학자, 도쿄외국어대 교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행동은 불행히도 일본 신좌파 학생운동의 오류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세계 정세나 현실사회주의의 위기를 해독하고 운동의 전략을 재정립할 지식이 부족했다. 청년 혁명가들의 어긋난 진정성은 “혁명을 향한 주관적 낭만”(시게노부후사코重信房子)이 가닿는 필연적인 실패로 돌진했고, 매스미디어의 스펙터클에 포획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저자 마츠시타 류이치는 다이도지 마사시와의 대화와 치열한 취재를 통해 그들의 투쟁이 왜 처참하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돌아본다. 다이도지 마사시는 “우리는 대중이라는 살아 있는 구체적인 존재를 개념으로만 이해했다”고 회고하며 자신의 오류를 마주했다. 이 ‘정의로운’ 무장투쟁의 어두운 면모가 가장 폭력적인 국가권력을 떠받쳐 왔던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저자는 그들이 환기시켜 주는 어떤 꺼림칙한 감정을 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어두운 과거를 망각함으로써 지워버리려는 태도야말로, 억압을 영속화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의미에서 동아시아에 억압된 기억을 어떻게 되짚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그것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우리가 망각해 왔던 사유의 방식을 상기시킨다.
- 홍명교(플랫폼c 활동가)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제1장 죽을 기회를 놓치고
제2장 구시로ㆍ오사카ㆍ도쿄
제3장 늑대의 탄생
제4장 도쿄 내 비상사태 선언
제5장 무지개 작전
제6장 사형선고
에필로그
후기
해설 사이토 다카오
“이미지, 완전히 반전, 창백한 얼굴도 장발도 아님”이라고 쓰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체포된 여덟 명은 흉악한 범인의 모습이나 종래의 과격파 이미지와도 다른 젊은이들이었다. “극히 평범하고 성실한 일상”, “주위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소시민”, “성실하게 근무하고 과묵”. 이와 같은 모습이 여덟 명의 공통된 모습이었다.
우리가 부여받은 역할은 일제를 타도하는 투쟁을 개시하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시민사회로부터도 허용되는 ‘투쟁’이 아니라 법과 시민사회에서 비어져 나온 투쟁 =비합법 투쟁을 무장투쟁으로 실체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도피처=안전판을 남기지 않고 “일신을 내던져 스스로 반혁명을 청산하는” 것이다.
지금 ‘늑대’를 재검토하는 작업 중에 그때 얼마나 그들 가까이에 있었는지를 새삼 깨닫고 놀라며 감동을 받았다. 내가 거대 개발에 반대하고 발전소 건설을 거부한 근저에는 단순한 공해 문제를 넘어선 큰 관점이 있었다. 당시 태국 등에서 빈발하고 있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본 후, 일본의 해외 경제 침략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도 이 이상의 거대 개발은 진행되서는 안되며, 동시에 일본은 이 이상의 경제대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우리 운동의 이념이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고 칭하는 그들만큼 명확하게 이론화되지 않았고 정치 목적화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들과 우리의 행동 동기는 상당한 부분에서 겹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자신들만 괜찮으면 베트남 인민이 미군에게 죽임을 당하든 말든, 한국이나 필리핀에서 일본의 원조를 받은 군사독재정권이 인민을 탄압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라는 수많은 일본 인민에 대한 절망감과 불신감을 없애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자신을 포함한 일본 인민의 생명에 대한 경시가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일본 인민의 일원이고, 일본 인민을 부정하든 긍정하든 일본 인민과 함께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잊고 말았다는 것이겠지요. 이런 사상적 미숙함이 그 허술한 작전 계획의 배경에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 빌딩 앞에 설치한 두 개의 폭탄은 처음부터 미쓰비시 기업에 설치할 것을 목적으로 제조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천황이 탄 열차를 폭파하여 천황을 암살할 목적으로 제조한 것입니다.”
“피고인 다이도지 마사시를 사형에 처한다. 피고인 가타오카 도시아키를 사형에 처한다. 피고인 구로카와 요시마사를 무기징역에 처한다. 미결 구금 일수 700일을 산입한다. 피고인 아라이 마리코를 징역 8년에 처한다. 미결 구금 일수 700일을 산입한다.”
지은이 | 마쓰시타 류이치(松下竜一)
1937년 오이타현 나카쓰시에서 태어났다. 1969년 《두붓집의 사계》로 데뷔하여 1982년 《루이즈— 아버지에게 받은 이름은》으로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가자나시의 여자들 – 어느 어촌의 투쟁》,《어둠의 사상을 – 화력발전소 저지 운동의 논리》,《규 씨전 – 어느 아나키스트의 생애》,《기억의 어둠 – 가부토야마 사건》,《노여움에 말한다, 도망은 아니다 – 일본적군 돌격대원 센스이 히로시의 유전》 등이 있다.
옮긴이 | 송태욱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졸업 후 도쿄외국어대학교 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김승옥 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 《케첩맨》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천천히 읽기를 권함》, 《번역과 번역가들》, 《깜깜한 밤이 오면》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살아야 하는 이유》, 《밀라노,안개의 풍경》,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마쓰이에 마사시의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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