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전라북도 순창에 자리한 작은 서점 ‘책방 밭’은 지역에서 생산된 작물 한 가지와 책방지기가 고른 책 한 권을 담은 ‘책 보따리’를 매달 구독자들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구독자 대부분은 꽤 오랜 시간을 땅과 떨어져 지내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지요. 그래서 책 보따리를 펼쳐 땅의 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는 작물을 마주하는 순간이 매번 참 소중합니다. 그때만큼은 시절의 흐름을 인지하게 되고, 발 딛고 있는 터전과 내가 이어진 듯해 잘 살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책방의 운영자이자 본인 또한 농부인 박정미 작가는 ‘책 보따리’에 담을 작물을 고를 때면 늘 먼저 그것을 지은 농부를 만나서 기르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소식지에 적어 도시 사람들에게 작물과 함께 전하지요. 그렇게 전하는 마음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이 책 『한그루 열두 가지』를 펴냅니다. 농부가 일 년 꼬박 길러낸 작물들은 평소 자연의 마음을 가까이에 두고 작업을 이어온 공방 ‘달실’ 김기란 작가의 따뜻한 판화로 다시 새겨보았습니다. 언 땅 아래에서 움트길 준비하는 이 계절에, 다가올 사계절 열두 달을 미리 곰곰 떠올려보세요.
_편집자 박혜미
겨울입니다. 작물의 리듬으로 살아가니 겨울은 그야말로 방학. 땅이 얼면 사람 손으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지요. 세 계절 동안 부지런했던 몸과 마음에 방학을 줍니다. 때마다의 걱정을 멈추고 따뜻한 휴식과 위로의 계절이 되어줍니다. 저기 온통 하얗게 눈에 덮인 논밭은 언제 푸르렀었나 싶습니다. 빈 겨울 논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때를 놓칠까 동동거리던 봄도, 태풍과 장마에 잔뜩 겁을 먹던 여름도, 이만하면 됐다고 욕심을 내려놓던 가을도, 전부 저기 쌓인 눈 아래에 있습니다. 저 눈이 다 녹으면 또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겠지요. 자연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저 자연의 일부로 그 속에 내가 거기 있습니다. 사계절 열두 달을 내 삶으로 잘 살아내었구나 싶습니다. 여전히 농사는 서툴지만 마음만은 이미 농부가 된 것 같습니다.
_「사계절을 품고 있는 겨울 눈」 중에서
어머니와 며느님께 이제 조청은 어디서나 쉽게 돈으로 살 수도 있는데 여전히 직접 조청을 고는 이유를 여쭈어보았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쌀농사를 내가 짓고 있으니 쌀이 넉넉하고, 보리농사를 짓는 언니가 있어 엿기름을 만들 수 있고, 밤나무 매실나무를 키우며 모아둔 나뭇가지로 장작을 태울 수 있어서지요.”
듣고 보니 그 이유는 쌀도 보리도, 나무도 짓지 않는 우리가 조청을 직접 만들지 않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고부의 조청 만드는 이야기를 들으며 직접 몸을 써서 하는 일들에 무슨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저 논이 있고 밭이 있어 농부로 산다는 다른 농부의 말들도 떠오릅니다.
_「조청」 중에서
농촌은 땅 모양이 제각각이라 한 번에 넓고 좋은 밭을 얻기란 어렵습니다. 크고 반듯한 땅을 원하는 나에게 조각 땅은 맞지 않다고 생각 않고, 조각 밭부터 얻어서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농사를 짓다 보면 짓고 있던 밭과 붙어 있는 다른 밭들도 하나둘 더 얻게 됩니다. 그렇게 조각조각 빌려 모은 밭을 넓고 반듯한 밭으로 만듭니다. 그렇게 농부님의 ‘터’를 만듭니다. 농사를 지을 터도, 사람이 살 터도 이들은 그렇게 얻습니다.
_「두릅」 중에서
바람 많은 엿을 만드는 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짝꿍과 혹여 서운한 것이라도 생기면 엿을 잡고 있는 손이 틀어져 함께 당기는 엿도 틀어지고 말기 때문에 엿을 만드는 계절이 오기 전에 어머니들은 서로에 대한 마음부터 준비해둔다고 합니다. 서운하지 않게, 다투는 일 없도록 평소보다 특히 더 조심하며 지내신다지요. 그렇게 마음을 맞추니 엿의 맛이 더 좋아지나 봅니다.
_「가락엿」 중에서
보내는 마음
#사계절을 품고 있는 겨울 눈
1월 조청
2월 청주
3월 쌈 채소
#꽃놀이보다 농사
4월 두릅
5월 숲차
6월 매실
#달콤한 여름비
7월 블루베리
8월 고춧가루
9월 밤
#밭이 넓어야 하는 이유
10월 쌀
11월 대봉감
12월 가락엿
받는 마음
서울에서 광고 회사를 다니다가 순창으로 내려와 책방 밭을 운영하며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batt_sonen90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이치에 귀 기울이며, 공방 '달실'에서 종이의 결에 집중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각예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도서명: 한그루 열두 가지
주제 분류: 소설/시/희곡>테마문학>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사진/그림 에세이
지은이 : 박정미
그린이 : 김기란
출판사 : 책읽는 수요일
판형 : 150*210 / 양장, 4도 인쇄 / 84쪽
출간일 : 12월 15일
정가 : 15,000원
표지 및 본문 이미지 등은 최종 제작 시 변경될 수 있습니다
2022 열두 작물 달력
마음밭 수첩 (100권 한정)
책보자기 (30권 한정) - 펀딩 종료
※ 알라딘 굿즈가 포함된 구성에 펀딩하셔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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