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1961년 로버트 오피와 이오나 오피는 <옵저버The Observer>에 “아이들 게임의 은밀한 세계”라는 제목으로 이런 주장을 펼쳤다. “지금의 아이들이 우주 만화와 용돈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두 사람의 지적에 따르면, “누군가가 조직해 준 자유 시간”을 갖는 아이들과 다르게 자기만의 방식을 갖고 자유롭게 노는 아이들은 끈기와 절제력을 키울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아이들은 더 많은 장비를 갖출수록, 자기 유희에 대한 전통적인 기술을 잃어버린다.” 이런 주장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미지들을 제공한 이가 바로, 이 책의 사진작가이기도 한 로저 메인(Roger Mayne)이다.
메인은 1956년과 1961년 사이에 노스 켄징턴의 사우샘 스트리트 동네를 찍은 사진들로 영국 길거리 사진에 하나의 기준을 마련했다. 이 작품들의 주인공은 해당 지역의 아이들인데, 대부분 노느라 정신없을 때 사진이 찍혔다. 축구공을 차거나, 크리켓을 하거나, 검 싸움을 하거나, 춤을 같이 추거나, 가로등 기둥에 매달리거나, 낡은 유모차를 밀거나, 흔들리는 고카트를 몰거나, 서로 싸우면서 때리거나 하는 와중에도 자신들의 행동이 사진으로 찍히는지 모르는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에는 로저 메인이 엄선한 사진들이 실려 있는 한편, 그의 전철을 밟은 다른 사진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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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로버트 오피와 이오나 오피는 <옵저버The Observer>에 “아이들 게임의 은밀한 세계”라는 제목으로 이런 주장을 펼쳤다. “지금의 아이들이 우주 만화와 용돈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두 사람의 지적에 따르면, “누군가가 조직해 준 자유 시간”을 갖는 아이들과 다르게 자기만의 방식을 갖고 자유롭게 노는 아이들은 끈기와 절제력을 키울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아이들은 더 많은 장비를 갖출수록, 자기 유희에 대한 전통적인 기술을 잃어버린다.” 이런 주장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미지들을 제공한 이가 바로, 이 책의 사진작가이기도 한 로저 메인(Roger Mayne)이다.
메인은 1956년과 1961년 사이에 노스 켄징턴의 사우샘 스트리트 동네를 찍은 사진들로 영국 길거리 사진에 하나의 기준을 마련했다. 이 작품들의 주인공은 해당 지역의 아이들인데, 대부분 노느라 정신없을 때 사진이 찍혔다. 축구공을 차거나, 크리켓을 하거나, 검 싸움을 하거나, 춤을 같이 추거나, 가로등 기둥에 매달리거나, 낡은 유모차를 밀거나, 흔들리는 고카트를 몰거나, 서로 싸우면서 때리거나 하는 와중에도 자신들의 행동이 사진으로 찍히는지 모르는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에는 로저 메인이 엄선한 사진들이 실려 있는 한편, 그의 전철을 밟은 다른 사진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실려 있다.
셜리 베이커(Shirley Baker)는 자신의 고향인 샐퍼드의 거리를 거닐었다. 촬영 당시 테라스 하우스는 철거 중이었는데, 동네 아이들은 불도저의 방해에도 아랑곳없이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폴 케이(Paul Kaye)는 1960년대 초반 사우스런던의 밸럼에서 이웃 아이들의 모습을 찍었다. 그의 사진들은 아이들이 지근거리에서 지내며 다진 탄탄한 우정을 매력적으로 환기한다. 로빈 데일(Robin Dale)은 1970년대 미들즈브러와 티사이드에서 아이들을 촬영했다. 무너져가는 공업 지대와는 대조적으로, 아이들의 호기심과 우애는 환하게 빛을 발한다. 한편 마틴 오닐(Martin O’Neill)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에클스에서 젊은 사진작가로 활동했는데, 대처 총리 시절의 영국에서 성장한 한 세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어린이들, 소년소녀들은 얼마 되지도 않는 장난감과 재료를 활용하고 주변 환경과 상상에 기대며 서로 어울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돌보는 이 하나 없는 이 무대 위에서 친목과 경쟁이 널을 뛰지만, 이미지들은 에너지와 즐거움으로 요란하기만 하다. 아이들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보통 가난과 역경이 함께하지만 독창성과 상상력, 그리고 자유도 깃든 세상이다. 그리고 사진 속 아이들이 지금의 아이들보다 더 풍부한 성장 경험을 만끽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모두는 삶에 대한 그들의 적응력과 욕구를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여기 소개되는 사진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삶의 방식에 대한 암시적‧이성적 기록이다.
누군가에겐 밖이 어두워질 때까지 놀다가 지쳐 떨어져서 행복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는 것이 천국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느낌을, 잃어버린 바깥 놀이의 기술을 추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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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아이들은 매일 놀이터에 모인다. 거기엔 20년 동안 조금씩 낡은 미끄럼틀과 그네, 시소가 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놀이터에 모이지만 (부모의 바람과 달리) 놀이터에서만 놀지 않는다. 곧 화단 한켠에 나뭇잎 반찬과 흙밥이 있는 식당이 차려지고, 놀이터 주변 보행로에서 육상 경기가 펼쳐진다. 미끄럼틀에선 타고 내려오는 아이와 기어올라가거나 매달린 아이들이 겹쳐서 놀고, 또 한 무리는 잡기 놀이를 하는데 술래는 눈을 감고 있다. 우리 동네만 그런가?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과 학원, 팬데믹을 생각하면 그렇다.
이 책의 원서 <Paradise Street>는 런던의 사진 전문 독립 출판사인 혹스턴 미니 프레스(Hoxton Mini Press)가 기획해 2019년에 출간했다. 메리 에번스 픽처 라이브러리의 폭넓은 아카이브에서 소위 스트리트 포토로 유명한 10명의 사진가들의 작품을 엄선해 이 책에 담았다. 여기 한국에서 먼 나라 도시(런던)의 지금과 멀리 떨어진(주로 1950년대 ~ 1970년대) 시대를 찍은 사진들인데, 감정적으로는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나처럼 골목에서 파울볼을 날리거나 하수관과 그보다 더한 곳을 드나들며 놀아 본 사람들이라면 함께 추억할 만한 장면들이 많다. 밖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어 답답할 텐데도 친구가 놀자고 하면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 책을 함께 보고 싶다.
(에이치비 프레스 에디터 조용범)
50년 전, 아마도 30년 전쯤의 아이들에게 거리와 골목은 호기심과 모험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아이들이 과학 기술에 홀리거나 밖에 혼자 나가 놀지 못하는 오늘날, ‘밖에서 놀기’는 더 이상 흔한 일이 아니다. 주요 거리 사진작가들이 촬영한 이 책의 이미지들은 과거의 자유에 대한 즐거우면서도 아련한 기록이다.
1964년 런던 블랙히스에서 창립한 메리 에번스 픽처 라이브러리는 역사 이미지를 전문적으로 소장하며 사진, 삽화, 미술 작품, 단순 자료 등 소장한 이미지를 TV 다큐멘터리부터 박물관 전시에 이르는 여러 매체에 제공하고 있다. 또한 독보적인 아카이브와 더불어 전 세계의 사진작가, 박물관, 기관, 창작자, 전문가 들이 소유한 약 350종의 컨트리뷰터 컬렉션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도서명: <바깥은 천국 - 잃어버린 골목 놀이의 기술>
분류: 국내도서 > 예술 > 사진 > 사진집
지은이: 셜리 베이커, 토니 박스올, 로빈 데일, 존 게이, 헨리 그랜트, 데이비드 루이스-호지슨, 폴 케이, 로저 메인, 마거릿 몽크, 마틴 오닐, 메리 에반스 픽처 라이브러리
옮긴이: 김두완
펴낸 곳: 에이치비 프레스
판형: 196 x 156 mm /하드커버 사철제본 /112쪽
출간일: 2021년 4월 15일 예정
정가: 18,000원
*표지 및 본문 이미지 등은 최종 제작 시 변경될 수 있습니다.
작가 사진 포스터
사이즈: 282x390mm
종이: 인스퍼M 러프 백색 190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