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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상설 공연
박은지 지음 |
얼음이 녹아 투명해진 아메리카노, 반만 올린 블라인드, 몇 알 남지 않은 비타민, 먼지와 먼지, 먼지와 먼지, 먼지…… 사실들
그러나
살아있어
우리는 죽지 않았으니까
천국이나 지옥을 말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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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외투
김은지 지음 |
내가 쓰고 싶은 건
여름 외투
겨울보다 추운 실내에서
어깨를 감싸주는
그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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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정재율 지음 |
신이 물었다
내게 사랑하는 것들이 아직 남아 있는지
나는 옥상에 올라가 가려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맨눈으로 사랑하는 것을 바라보는 건 위험하고 관찰은 오랜 인내심이 필요하다 옥상과 함께 의자가 기울어졌다 장마는 언제 오려나 화분에 분갈이를 해 주고 토마토가 열리길 기다렸다 토마토는 거꾸로 해도 토마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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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키코
주하림 지음 |
하지만 이번엔 무엇이 되기 위해 바다를 찾은 것은 아니야
우리가 바다 앞에 컨테이너와 노점상을 지어놓고
여름을 나는 건 바다에서 들려오는 무르가 무르가 때문에
손에선 늘 소금 마늘 레몬 냄새가 나고
이따위 엉터리 천국은 나도 만들겠어
무한히 아름다운 날들, 물냉이 향, 서퍼들이 먹고 난 그릇들, 설거지하다 생긴 상처는 곪고 마르지 않고
해가 지면 너는 모닥불과 치킨 춤으로 시끄러운 비치 파티에 갔고
때론 롱보드 대신 다른 것을 옆구리에 끼고 돌아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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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육호수 지음 |
어젠 스노클링을 했어
위를 향해 벌린 대왕조개 입을
둥둥 뜬 채 한참 내려다보았지
무슨 말을 할 것 같아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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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지음 |
투명한 봉지 속에서 금붕어가 헤엄친다
너와 보도블록을 따라 걸을 때
슬리퍼가 너무 작다
슬러시에 꽂힌 빨대 하나로
너와 감기를 나눠 마시는 생각
왜 이렇게 기우뚱하게 걸어
금붕어도 멀미를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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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지음 |
더럽혀진 바닥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여름은 다시 쓰일 수 있다
그래, 더 망가져도 좋다고
나의 과수원
슬픔을 세는 단위를 그루라 부르기로 한다
눈앞에 너무 많은 나무가 있으니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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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사실
전욱진 지음 |
이런 바람을 소소리바람이라고
일러준 사람 곁에 아직 매달려
바래도 앙상해도 봄의 한창으로
계속 가는 일은 내가 자주 하는 사랑
녹색이 보이면 혼자서
하고 싶은 오해를 하기 위해
아름다움을 다시 믿는 내가
나를 보러 오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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