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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2018
  • 그리운 너에게
    416 가족협의회, 416 기억저장소 (지은이) | 후마니타스 | 2018년 4월 "네 번째 봄, 진실을 깨우치고 존엄을 알려온 시간"

    세월호 이후 어느덧 네 번째 맞이하는 봄이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한데, 그간 어떻게 흘러와 오늘 어디에 서 있는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적지 않은 일이 있었지만 여전히 진실은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숱한 사람이 오갔지만 여전히 잘잘못은 가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4년의 시간 동안, 흔들리지 않고 한 곳만 바라보며 제자리를 지켜온 이들이 있으니, 바로 세월호 유가족이다. 그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세월호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

    저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기 담겨 있을지 감히 미루어 짐작할 수도 없겠으나, 네 번째 봄을 맞아 세월호 엄마 아빠가 전하고자 마음 먹은 이야기는 먼저 떠난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아픔과 슬픔, 용기와 희망을 담아 손으로 꾹꾹 놀러 쓴 110통의 편지글과 글씨를 눈과 마음에 비추려 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으로 글과 글씨를 만지며 마음보다 몸으로 읽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렇게나마 온기를 나누며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마음일까. "진실을 깨우치고 존엄을 알려온 시간"을 마주하는 최소한의 최선에라도 가닿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 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은이),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긴이) | 비채 | 2018년 4월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단편"

    소설은 한 여성의 스무 살 생일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한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그 날, 그녀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평범하던 하루는 사장에게 매일 식사를 서빙하던 매니저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급변한다. 식사를 대신 가져간 그녀에게 문을 열어준 사장은, 오직 한 번뿐인 스무 살 생일이니 선물로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단 그 소원은 하나여야 하고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도로 물릴 수 없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버스데이 걸>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과 카트 멘시크의 강렬한 일러스트가 함께하는 '소설×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간된 단편으로 국내 초역이다. 하루키는 작가 후기를 통해 '생일이라는 건 신기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기에 그 테마로 단편소설을 쓰기로 했다고 전한다. 자신의 스무 살 생일에 대해 그는, 날씨도 쌀쌀한데다 일을 바꿔줄 사람이 없어 카페 아르바이트를 갔고 '마지막까지 즐거운 일 따위는 하나도 없었고, 그것은 나의 그로부터의 인생을 암시하는 것처럼(그때는) 느껴졌었다'고 회상한다. 일본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유희경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오늘 아침, 당신의 자리, 유희경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 이후 쓰고 고친 66편의 시가 실린 유희경 신작 시집. 시집을 파는 서점 위트앤시니컬에서 애독자를 만나고 있는 이 '젊은' 시인이 그의 자리를 지키는 동안 감지한 어떤 마음들, 그 미묘함을 섬세하게 잡아챈다. 1부와 2부를 여는 첫 시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1,2)과, 3부를 여는 첫 시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것들>(3)의 간극. 그 '잠시'를 붙들 수밖에 없는 어떤 마음들을 생각하게 한다.

    1. "나는 또 어둠이 어떻게 얼마나 밀려났는지를 계산해보며 그들이 내는 소리를 그 인칭의 무게로 생각한다"
    2. "영원이라는 것이 있다는 바로 그곳이다 가라앉고 있다 나도 당신도 아니고 우리의 중간쯤에서 어딘가로"
    3. "그때 들었던 거야 사라질 듯 다가오는 색과 빛의 세계 말하지 않았지만"

    어둠과 존재, 영원과 움직임, 소멸과 감각의 세계. 영원, 혹은 그 무엇을 향해 도달할 수 없더라도. "우리가 분명하게 느꼈으나 곱씹어보지 않았을 뿐인 감정에 관한, 보이진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는 가능성의 세계에 관한 탐구"는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거기에 있었다"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것들> 中)라고 우리가 말할 수 있는 한.

  •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임승수 (지은이) | 서해문집 | 2018년 4월 "성공한 사람들은 다 (행복한) 불량품 아닌가?"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다. 세상에서 성공했다고 일컫는 이들 대부분 학교를 중도에 그만뒀거나 아예 다니지 않았고, 부모님 말씀을 엄청나게 듣지 않으며 제멋대로 살다가, 자기만의 길과 세상의 길이 우연찮게 겹치며 성공의 대명사로 불리게 되는데, 왜 어른들은 늘 남들 하는 대로 똑같이 하며 그 안에서 1등이 되라고 하는 걸까.(혹시 떡잎을 알아보고는 그 정도 성공까지는 바라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겠지.)

    자신을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라 일컫는 작가 임승수, 그도 한때는 한국사회에서 품질보증을 받는 대학에서 안정적인 장래가 보장되는 전공을 택하고 예정대로 직장생활을 했으나, “빨간약 자본론”을 먹고 나서는 규격 외 “불량품”으로 분류가 되어 앞선 표현처럼 스스로 새로운 이름을 붙여야만 했다. 최근에는 '가산탕진형 와인애호가'라 부르기도 한다니, 어떻게 붙이든 그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성공담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남들의 걱정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행여 불량품이라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최소한 "행복한 불량품"은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모든 게 돈으로 환원되는 세상에서 결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시간을 찾아내며 겪은 이야기다. 물론 엄청난 성공담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1만원보다 1시간이 소중"하다며 소박한 비교로 시작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유쾌하고 당차다. 꿈을 꾸고 시도하고 남들이 성공이라 평가해주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불량품이라면, 애초에 값을 매길 수 없는 자기만의 시선과 태도로 삶을 꾸려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