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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18
  • 35년 1~3 세트 - 전3권
    박시백 (지은이) | 비아북 | 2018년 1월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10여 년을 조선사에 푹 빠져 완성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이후 5년, 역사만화로 우리 시대 사관이라 불리게 된 박시백 화백이 이후 어떤 시대를 그려낼지 관심과 기대가 끊이지 않았다. 긴 공부 끝에 내놓은 신작 <35년>은 일제강점기를 담았는데, 1910년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에서 시작해 1945년 몰락하는 제국과 해방의 꿈까지, 일곱 권으로 35년의 역사를 그려낼 예정이다.

    그가 이 시기에 주목한 이유는 두 가지다. 당대에 오늘 한국사회의 지형이 형성되었기에, 오늘 한국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 35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여전한 근현대사 역사 인식 논란 앞에서, 혼란의 시기에 시대의 요구를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돌파하려 노력했던 이들, 반대로 혼란을 틈타 사리사욕을 채우며 정의와 진실을 외면했던 이들을 합당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35년을 투쟁과 부역의 시대라 말한다. 어쩌면 역사란 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같은 선택지를 내놓는지도 모르겠다. 역사적 평가가 합당하지 않다면 오늘의 선택도 달라지지 않을 터, 나아갈 역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 이만한 타산지석이 있을까 싶다. 이 책이 현명한 판단을 하는 데에 온당한 기준점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 블루오션 시프트
    김위찬, 르네 마보안 (지은이), 안세민 (옮긴이), 김동재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2월 "다시 경쟁 없는 시장으로!"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가 펴낸 <블루오션 전략>이 국내에 번역, 소개된 지도 어느덧 12년이 훌쩍 지났다. 경쟁 없는 새로운 시장을 뜻하는 '블루오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그 책은 2005년 가장 많이 팔린 경영서가 되었고 경영 전략이라는 분야에 스스로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이후 비슷한 경영 전략서들이 쏟아졌고 시장은 레드오션이 되었지만, 시장을 창조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대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일삼는 서해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 중에 어디가 더 경쟁 없이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 그 답은 명확하다. 김위찬, 르네 마보안 콤비의 이번 신작은 우리에게 다시 경쟁 없는 망망대해로 나아갈 것을 주문한다. 물론 무작정 태평양 한가운데로 뛰어들 수는 없다. 파도와 암초, 악천후를 이겨내야 한다. 그것은 남들과 구별되는 전략적 창의성과 독창적 가치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 그 항해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 팬텀
    요 네스뵈 (지은이), 문희경 (옮긴이) | 비채 | 2017년 12월 "오슬로로 돌아온 해리 홀레"

    경찰청에 사표를 던지고 홍콩으로 떠난 형사 해리 홀레. 그를 사랑하던 사람들, 그가 사랑하던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그를 떠났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그런 그가 다시 오슬로로 돌아온 것은, 헤어진 연인 라켈의 아들이자 친아들이나 다름없는 '올레그'가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 때문이다. 해리는 올레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지만, 깊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이 사건이 단순한 십대 소년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통해 '죄와 벌', '상처와 회복', '책임감'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요 네스뵈는, 이번 소설에서 매번 조금씩 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던 해리에게 가장 충격적인 결말을 준비한다. 작가는 "<팬텀>의 또 다른 주인공은 오슬로, 엄밀히 말해 폭력과 마약에 찌든 ‘어두운’ 오슬로"이며 "소설의 화자조차도 해리가 어느 지점에 도달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이야기를 부디 즐겨달라"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 놀라운 인체의 원리
    데이비드 맥컬레이 (지은이), 리차드 워커 (글), 김명남 (옮긴이), 박경한 (감수) | 크래들 | 2017년 12월 "경이로운 인체 작동의 원리"

    "의사, 환자, 어린이, 청소년, 성인까지, 우리 몸의 작동 원리에 대해 궁금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켜 줄 만한 책이다."
    - 로이스 스미스(의학박사,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원)

    "펜과 잉크로 맥컬레이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 타임지(The Times)

    <도구와 기계의 원리 Now> 데이비드 맥컬레이가 6년에 걸쳐 완성한 이 책은 '과학 분야의 괄목할 만한 업적'으로 손꼽힌다. 원자 이야기부터 시작해 DNA, 다양한 조직, 장기, 계통, 면역반응, 움직임, 생식까지 경이로운 우리 몸의 작동 원리를 탐구한다. 타고난 묘사 능력을 지닌 대가가 집요한 연구 끝에 완성한 그림은 사진보다 더 입체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세포.순환계.호흡계.소화계.신경계.면역계.골격계.생식계의 복잡한 상호작용까지 명쾌하게 설명한다.

    탁월한 가이드를 따라 우리 몸의 체계와 운영 방식을 살펴보고 나니, 인간의 몸은 황당할 정도로 연약하고 신비롭다는 생각에 이른다. 몸은 엄격한 규칙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돌아가는 조직이며, 몸 속의 각 기관은 우리 몸이 최적의 효율로 작동하도록 일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반응하는 몸 덕분에 인간은 무수한 위협으로부터 벗어난다.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아찔하고도 고마운 독서 체험이다. 몸과 건강, 삶에 대해 새로운 자각이 필요한 모두에게 권한다.

1.52018
  • 나폴리 4부작 세트 - 전4권
    엘레나 페란테 (지은이), 김지우 (옮긴이) | 한길사 | 2017년 12월 "너와의 우정은 곧 나의 삶이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고 말하던 릴라는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마치 세상에 존재한 적도 없었다는 듯이. 레누는 60여 년 전 두 사람의 우정이 시작된 순간을 회상한다. 1950년대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 여성에게 끔찍이도 보수적이었던 그곳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발견했다.

    아무 옷이나 걸쳐도 모두의 찬탄 어린 시선을 받고, 별 노력 없이 누구나 원하는 삶을 사는 릴라가 얄밉기도 했다. 릴라의 행운을 빌었지만 질투가 나서 견딜 수 없기도 했다. 서로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열등감으로 치열하게 싸우고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했지만, 삶이 주는 시련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면 가장 먼저 서로를 찾아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마음을 보듬었다. 그렇게 단단해진 우정에 대하여, 중년이 된 레누는 고백한다. "너와의 우정은 곧 나의 삶이었다"고. 지난 60년간의 일들을 기억이 닿는 한 모두 기록해서 릴라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겠다고.

    '얼굴 없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 나폴리가 고향이고 1992년 등단했다는 것과 필명 외에는 어떤 정보도 알려져 있지 않다. "작가에 관한 모든 것은 소설 안에 있다"며 자신을 철저히 감춰온 페란테는 자전 소설로 알려진 <나폴리 4부작>에서 삶의 가장 내밀한 영역을 열어젖혀 거침없이 써내려간다. 누군가의 삶에 이렇게까지 몰입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 열렬하게 빛나는 생의 기록에 매혹되어 밤새 책장을 넘기며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 말이 칼이 될 때
    홍성수 (지은이) | 어크로스 | 2018년 1월 "혐오 시대, 공존을 위한 시민의 교양"

    지난 몇 년 한국사회에서는 혐오표현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구도는 간단하다. 한쪽에서는 그것이 혐오표현이라 지적하며 비판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러저러한 이유와 상황이 있으니 이것은 혐오표현이 아니라고 반발한다. 억압과 차별을 받는 쪽에서는 설명하지 않아도 그것이 혐오표현이라는 걸 알지만, 다른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그것이 혐오표현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벌어진다. 그만큼 복잡한 문제다.

    법학 연구자이자 관련 이슈를 꾸준히 살펴온 홍성수 교수도 혐오표현을 둘러싼 구체적 현실을 마주할 때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법과 철학의 논쟁을 넘어 해당 표현이 쓰이는 사회의 맥락, 해당 표현을 말하는 이들과 듣는 이들의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고, 대체로 피해를 받는 쪽에 처하는 소수자의 감각과 경험은 머릿속의 짐작보다 엄혹하기 일쑤이니 말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책은 그만큼 복잡하고 그만큼 쉽지 않은 상황을 돌파하고 타개해보려는 ‘책임감 있는 사회인’의 고민과 노력의 결과다. 법학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혐오표현 금지와 허용을 둘러싼 논쟁의 근거들을 분석하고, 한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혐오표현의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고, 단순한 해결책이 아니라 이 문제를 거쳐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일관되게 펼쳐진다. 차별과 폭력을 넘어 공존으로 나아가는 방법뿐 아니라 태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민 교양의 훌륭한 사례다.

  • 망내인
    찬호께이 (지은이), 강초아 (옮긴이)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2월 "<13.67> 찬호께이 신작"

    열다섯살 여중생이 인터넷 익명 게시판의 악의적인 소문과 신상 공개를 견디다 못해 아파트에서 투신한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짓지만 언니 '아이'는 이 사건은 타살이며 반드시 범인을 찾아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수소문하여 찾아간 유명 탐정은 온라인 사건은 맡을 능력이 없다며 고사하고, 대신에 신비에 싸인 해커이자 '탐정들의 탐정'이라 불리는 '아녜'를 소개한다. 처음에 '너무 쉽고 재미없는 사건'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문전박대하던 아녜는 몇 일 후 '예상 외로 재밌는 사건'이라며 의뢰를 받아들인다. 조사가 진행되고 용의자의 범위가 좁혀질수록 몰랐던 동생의 과거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진실은 저 너머로 향한다.

    2년 전, 입소문만으로 장르소설 팬들 사이에서 최고 화제작이 되었던 책이 있다. 바로 찬호께이의 <13.67>이다. 홍콩의 시공간을 온전히 담아낸 이 소설은 일본이나 영미권, 북유럽권이 아닌 나라에도 매력적인 추리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2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찬호께이는 에필로그를 통해 "<13.67>이 과거의 홍콩을 주제로 한 이야기였다면 <망내인>으로 지금의 홍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흡인력있는 사건 전개는 물론, 해커들의 두뇌 싸움과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기 위한 IT창업 열풍 등 생생한 동시대의 홍콩 사회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1 세트 (전면개정판) - 전3권
    김아란, 박성우, 김미영, 최은영, 박종호, 주예지 (엮은이) | 창비 | 2017년 12월 "2018년, 새 국어 교과서가 온다! "

    2010년 초판 출간 이래 160만부 이상 판매되며 독자의 전폭적 지지를 얻은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가 2018년 개정 교육과정에 맞추어 새롭게 출간되었다. 개정 국어 교과서는 김애란과 구병모 같은 젊은 작가군의 작품이 교과서에 수록되며, 수록 작품의 70~80% 가량이 바뀐 점이 특징. 작품 읽기 시리즈의 장점은 유지하되, 이와 같은 변화에 발맞추어 구성을 충실히 했다.

    원작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시와 소설의 원문을 고치거나 줄이지 않고 수록해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한다. 도움말과 독후 활동을 함께 풀어보며 내 삶의 안으로 문학작품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돕는다.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을 읽고 자전거를 들고 도망친 수남이의 행동에 대해 지지와 비판의 입장에서 각각 생각해본다거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후속 이야기로 기획된 구병모의 <헤살>을 읽고 소년의 삶 속 소녀의 죽음의 의미를 고민해보는 식이다. 읽는 재미가 배우는 기쁨으로 이어지기까지, 시 50편, 소설 10편, 수필 32편이 '독자'를 기다린다.

1.92018
  •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지은이) | 더숲 | 2018년 1월 "류시화, 인생학교에서 시 읽기"

    "내가 만약 시인이라면 당신을 시로 납치할 거야. 시어와 운율로 당신을 사로잡고, 제비꽃으로 당신을 노래하고..." 인생학교에서 류시화가 읽은 시.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부터 노르웨이의 농부 시인 올라브 H. 하우게의 시까지, 다양한 범주의 시에 류시화의 단상을 덧붙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시인이 5년 간 '아침의 시'로 소개해온 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어떤 낭만적인 연애시도 여기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1947년 한 가난한 부부의 가슴아픈 죽음을 말하는 이반 볼랜드의 시에 부쳐 류시화는 "비극을 넘어 끝까지 사랑을 보듬은 이들 모두가 영웅이다."라는 글을 더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한 후>, "그래, 밀물은 하루에 두 번 차오르지." 라는 문장을 생각해 낸 찰스 레즈니코프의 시에 덧붙인 "그때 우리 영혼은 비상하고, 의지가 솟고, 짧은 시간이지만 가슴 뛰는 일에 몰입한다."라는 류시화의 문장을 보면 시에 사로잡힌 이의 마음에도 틀림없이 밀물이 차오를 것이다. 혹 '시가 그대에게 위로나 힘이 되지 않더라도' 기꺼이 '인생의 해변에서 시를 낭송'하고 싶은 이에게 류시화가 권하는 56편의 시.

  • 매일 아침 써봤니?
    김민식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블로거' 김민식 PD가 쓰기를 권하는 이유"

    세 가지 어려운 것들이 모였다. 무엇인가를 쓰는 것도 어려운데, 그것도 아침에, 심지어 매일 해야 한다. 업무일지도 일주일 내내 쓰지는 않는데 말이다. 꾸준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매일'은 곧 끈기를 말한다. 또 여유 시간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나 역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블로그에 손을 대지 않았다. 결국 '아침'은 바쁘다는 핑계를 대느라 바쁜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들에도 불구하고 가장 쉽지 않은 일은 역시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엇을 어떻게 왜, 써야 한단 말인가.

    소문난 파워블로거이기도 한 김민식 PD는 자신의 블로그 운영담을 바탕으로 이 쉽지 않은 일들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파한다. 이미 블로그는 죽었다거나 결국에는 블로그만 남는다는 의견이 여전히 엇갈린다. 그러나 지금이 1인 미디어 시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블로그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다름 아닌 인생의 답을 스스로 찾기 위함이다. 바쁘더라도 꾸준하게 무엇이든 써보자. 그처럼 우리도 쓰기에서 희망을 발견할 지 모른다.

  • 업루티드
    나오미 노빅 (지은이), 오정아 (옮긴이) | 노블마인 | 2017년 12월 "<테메레르> 나오미 노빅 신작 판타지"

    "동화 속에 뿌리내린 황홀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나오미 노빅이 창조해낸 비밀의 숲 '우드'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단숨에 허물어버렸다." - 뉴욕타임스

    "<업루티드>의 마법은 너무나도 생생해서, 첫 페이지에 발을 들이는 그 순간부터 드베르닉의 골짜기 속으로 빨려들고 만다." - 어슐러 K. 르 귄

    <테메레르> 시리즈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나오미 노빅이 <업루티드>로 돌아왔다. 저자가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폴란드의 민담과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했다. 동화적 감수성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장대한 서사구조 안에서 탄탄하게 직조되어 있다. 2016년 네뷸러상 장편부분 수상작.

  •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 (지은이) | 바틀비 | 2018년 1월 "쓸모가 있든 없든, 과학적으로 살아볼 이유"

    배우기 어렵거나 귀찮을 때 흔히 쓰는 반문이 있다. “그거 배워서 어디에 쓰죠?” 쓸모가 적을 테니 배우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고, 그렇다면 굳이 애써서 배울 필요가 있겠느냐는 완벽한 논리다.(물론 나도 애용한다.) 과학과 수학은 이 논리의 주요 적용 대상으로 그간 적지 않은 외면을 받아왔다. 이 책은 저 완벽해 보이는 논리를 타파하는 시도로, ‘물화생지’로 통용되는 기존 과학 지식 구분이 아닌, 생활에 딱 붙어 도저히 삶과 떼어낼 수 없는 ‘생활밀착형 과학’을 제시한다.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이정모는 자신도 과학이 어렵다는 고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물론 겸손의 표현이겠으나, 점차 세분화되어 같은 물리학자끼리도 세부 영역에 들어가면 소통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진실한 고백으로 이해할 법하다. 그래서 과학 지식을 쌓는 일 못지 않게 과학적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과학적 태도란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니,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쓸모에 대한 또 하나의 반론은 이렇다. 그게 쓸모 있는지 없는지 지금 기준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노릇이니, 당장의 쓸모를 떠나 이것저것 궁금한 것,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보자는 것 역시 과학적 태도라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전자기파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처럼 보였듯이 말이다. 그러니 실패해도 좋고 엇나가도 좋다. 이 책이 과학적 태도로 쏘아올린 숱한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과학자도 왜 과학이 어려운지, 과학자가 아니어도 어떻게 과학이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고, 꼭 과학자가 아니어도 과학적 태도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지 공감할 수 있다. 모쪼록 과학적으로 살아보는 한 해가 되길 바라고 바란다.(물론 내 소원이다.)

1.122018
  •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주영하 (지은이) | 휴머니스트 | 2018년 1월 "왜 식당에 가면 냅킨 위에 수저를 놓을까?"

    한국사람들끼리 식사를 할 때 눈에 띄는 행동이나 장면이 뭐가 있을까. 꺼억 소리를 내며 트림을 하지 않는 이상 눈에 거슬리는 일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한국인의 식사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 종업원이 필요할 때 탁자 위에 놓인 버튼을 누른다거나 냅킨을 꺼내 식탁 위에 펼치고 그 위에 수저를 놓는 장면이 어색하고 신기하지 않을까?

    물론 한국인이라고 해서 이런 장면의 이유와 맥락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음식문화는 너무 자연스럽고 익숙한 풍경이라, 따로 관찰하거나 설명할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는 이 간극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치밀하게 추적하여, 한정식에 오르는 반찬 가짓수만큼이나 다채롭고 음식을 입에 넣는 일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그 많던 도자기 식기는 어디로 사라지고 밥을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에 담는지, 회식 자리에서 명당은 어디이고 자리 배치의 원칙은 무엇인지 등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 자리잡은 음식문화가 새롭게 보이고 당연하게 여겼던 모습이 새롭게 읽히기도 하는데,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족의 식사 자리 배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위치라는 분석에 이르면, 식사 방식이 얼마나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왠지 오늘 저녁에는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보다 그 음식을 둘러싼 주변과 그 음식을 마주한 나를 주목하게 될 것 같다.

  • 피니시
    존 에이커프 (지은이), 임가영 (옮긴이) | 다산북스 | 2017년 12월 "거의 아무것도 끝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시작은 절반의 점수를 받을 만큼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국내에 소개되진 않았지만 저자 역시 <시작하라 Start>라는 책을 먼저 펴냈다. 그런데 나머지 점수를 채우는 일은 더 어렵다.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도 물론 큰 의미가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다. 범인을 확인하려고 밤새워 추리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엔딩을 보기 위해 몰입했던 롤플레잉 게임, 아니면 드라마 전편 몰아 보기라도 좋다. 그 성취감은 끝까지 해내지 않고서는 결코 맛볼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달성하지 못한 어제의 목표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감당하기 벅찼을 수도 있고, 운이 없었다거나 뜻대로 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게 만드는 주범은 따로 있다. 완벽주의다. 저자는 완벽주의에서 멀어지는, 즉 불완전함에 대한 내성을 기를 수 있는 여러 가지 팁을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92%의 사람들이 연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한다. 작년 초에도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결심의 길을 나선 우리는 올해 그 나머지 8%에 들 수 있을까?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자. 끝까지 읽어야 함은 물론이다.

  • 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은이), 정연희 (옮긴이) | 문학동네 | 2018년 1월 "아일랜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아일랜드 서부의 작은 마을 스토니브리지는 일년 내내 흐리고 비가 오는 쓸쓸한 곳이다. 미국에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 치키가 절벽 위의 오래된 대저택을 인수해 호텔로 개조하려는 계획을 세우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치키는 런던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 지친 조카, 불량한 생활을 하던 친구, 마을 토박이 전 집주인 등을 불러 모아 좌충우돌 끝에 벽난로가 있는 아늑한 호텔을 꾸리고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친다. 세계 각지에서 온갖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고, 잊지 못할 ‘그 겨울의 일주일’이 시작된다.

    '아일랜드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메이브 빈치의 소설이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된다. 평범한 삶을 응시하는 따뜻한 시선, 인간 본성에 대한 애정, 위트 있는 이야기로 대표되는 빈치의 작품은 4천만부 이상 판매되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 <그 겨울의 일주일>은 옮긴이의 말처럼 '빈치가 살면서 경험한 모든 일과, 만나온 모든 사람과, 그 순간순간의 모든 비밀이 압축된 하나의 집약체'이자 작가가 평생 품었던 아일랜드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담아낸 '고국에 보내는 러브레터'(<피플>)다.

  •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지은이) | 가나출판사 | 2018년 1월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살다 보면 무례한 사람을 의외로 자주 만난다. 그들에게 솔직하게 속마음을 말하고 싶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란 마음으로 혹은 귀찮아서 속으로만 삭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금 밟으셨어요" 하고 표현할 방법은 없을까? 여기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안에 그 답이 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딸로, 대학생으로, 직장인으로 살아오면서 자신에게 상처와 당혹감을 안겨주고, 결국에는 자존감마저 무너지게 만든 이들을 많이 만났다. 자신이 겪은 다양한 경험담을 생생하게 들려주면서 무례한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에 관해 상세하게 알려준다. '단호하면서 세련되게 불편함을 표현하는 법', '내 마음 지키는 법'에 관한 현실적인 조언들을 만나볼 수 있다.

1.162018
  •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은이), 김승욱 (옮긴이) | 문학동네 | 2018년 1월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

    일흔일곱 살의 도리고 에번스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일본군 포로로 노역하다 살아남은 유명한 전쟁영웅이자 잘 나가는 외과의사다. 그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는 등 겉보기엔 화려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지만, 그에겐 절대 지워지지 않는 두 개의 기억이 있다. 참전 전 젊은 숙모와 사랑에 빠졌던 것과, 일본군 전쟁포로로 지내던 시절의 잔혹하고 비참한 기억이 그것. 당시 하이쿠를 주고받으며 일본을 찬양하던 일본군 장교들은 전후 은행의 중역이 되거나 봉사활동을 하며 선을 실천하고 있지만, 도리고를 비롯한 생존자들은 겉으로는 정상의 삶으로 돌아왔을지라도 깊은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었던 것이다.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 리처드 플래너건의 작품으로, 2014년 맨부커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장이 "올해 수상작은 그야말로 걸작"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실제로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전쟁 포로 체험을 듣고 자란 작가는, 12년간 관련 기록들을 들추고 생존자들을 취재하며 집필에 매달려 마침내 ‘339번 포로에게’라는 헌사가 담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The Narrow Road to the Deep North>은 하이쿠 시인 마쓰오 바쇼의 <오쿠로 가는 좁은 길>의 영어판 제목과 같다. 작가는 “바쇼의 책이 일본 문화의 최고 정점에 있다면, 내 아버지와 전쟁포로들은 그 문화의 최저에 있던 셈”이라고 언급했다. 역사의 무게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한 인간의 영혼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인간'이란 무엇인지, '가족', '국가', '사랑'이라는 가치들은 과연 무엇인지 집요하게 되묻는다.

  • 언스크립티드 부의 추월차선 완결판
    엠제이 드마코 (지은이), 안시열 (옮긴이) | 토트 | 2018년 1월 "정말 각본 없이 살고 있나요?"

    인생은 각본 없는 드라마다. 그런데 어쩐지 정해진 각본대로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요즘이다. 저자 엠제이 드마코가 그 아픈 곳을 꼬집는다. 그가 말하는 각본이란 '자발적 채무와 평생의 노역이 우리를 가두는 암묵적인 사회적 계약'이다.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 주택담보대출처럼 '정상적'이고, 주 5일 근무, 9시 출근 6시 퇴근, 정년퇴직처럼 '안전한' 삶 말이다. 그는 묻는다. 이것이 우리의 생각인지, 타인의 생각인지를. 그는 자본가들이 만든 각본을 사는 이들은 현대판 노예와 다름 없다며, 책의 제목(Unscripted)처럼 각본 없는 삶을 살 것을 주문한다. 10년의 부유한 노년을 위해 50년 동안 젊음을 소진하는 시간팔이의 삶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가 3년 간 공들여 집필했다는 이번 신작은 그의 대표작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부의 추월차선>을 읽고 실천에 옮긴 독자들의 피드백과 새로운 이야기들을 추가하여 각본 탈출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탈하게 서행차선의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이때 드마코가 던진 질문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내가 원하는 삶인가, 타인이 원하는 삶인가. "인생의 황혼이 찾아와서 타임머신을 꿈꾸게 될 때를 기다리지 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라." 뭐, 타임머신이 생길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일단 그의 말을 가슴에 담아 본다. 오늘은 Eagles의 'Life In The Fast Lane'을 들으며 퇴근해야겠다.

  • 교수처럼 문학 읽기
    토마스 C. 포스터 (지은이), 손영미, 박영원 (옮긴이) | 이루 | 2018년 1월 "문학을 즐기는 강력한 도구, 문법"

    문학을 즐기는 방법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밤새 읽어도 좋고 하루에 한 글자씩 읽어도 무방하고 때로는 읽지 않고 쌓아만 두어도 즐거울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쉴 새 없이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니 복잡한 방법을 어렵게 익히지 않더라도 문학의 세계를 맛보는 데에는 언제나 부족함이 없겠다. 그럼에도 이론, 비평, 문법 등 작품을 체계적으로 읽어내는 시도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어떤 독자들은 이 세계에 진입하려 노력하니, 이 방법 역시 어떤 재미를 전하는 게 분명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간 ‘작가는 굳이 말하지 않았고, 독자는 달리 알 길이 없었던’ 문학 속 숨은 그림 찾는 방법을 속속들이 소개한다. 영문학 교수 토마스 포스터는 독자로서 작품을 분석하는 동시에 작가가 작품을 구성하는 문학의 문법을 상징, 패턴, 기억 세 가지로 정리한다. 왜 이야기가 펼쳐지는 날씨와 계절에 주목해야 하는지, 식사하는 장면은 어떤 상황에서 자주 나오는지, 말을 타고 등장하는 장면은 무엇을 암시하는지 등을 구체적인 작품 속에서 찾아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의미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문학의 문법을 망라했다거나 문학의 미로를 지나가는 유일한 길을 발견했다는 건 아니다. '상징을 찾아내는 안목, 패턴을 인지하는 관찰력, 강력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각자가 마주한 작품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문법, 새로운 시선,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테고, 그렇게 찾아낸 이야기들이 문학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는 게 이 책의 기대이고 바람이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의 밑바탕에는 독서는 즐거워야 한다는, 독서는 놀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으니, 어쨌든 각자 즐겁게 읽으면 충분한 노릇이다. 문법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말이다.

  • 와우의 첫 책
    주미경 (지은이), 김규택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1월 "제18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순발력이 뛰어난 개구리 작가 '와우'가 독자들과 함께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어느 날 갑자기 뱀으로 변해버린 사람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궁리를 한다. 국수 씨네 가게에 도토리를 들고 온 수상한 손님 덕분에 파리 날리던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40년 된 오래된 아파트는 자신이 품고 있던 아파트 주민들의 행복을 빈다. 우연한 만남과 변화, 교감의 순간들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단편집으로, 표제작 「와우의 첫 책」을 비롯한 여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다양한 빛깔과 향기를 지닌 이야기들은 저마다 온기를 머금고 있다. 생동감 있는 언어, 단 한편도 뻔하게 흘러가는 법 없이 힘 있는 결말이 인상적이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독자를 사색의 시간으로 이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누구나 가진 날개'란 무엇일지 떠올려보고, '다른 생을 살아보는 행운'에 대해서도 짐작해본다. 조심스럽게 읽어내려간 기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기분 좋게 머릿속을 맴돈다.

1.192018
  •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손홍규, 정찬, 정지아, 방현희, 조해진, 구병모 (지은이) | 문학사상사 | 2018년 1월 "2018 이상문학상의 선택, 손홍규! "

    새해 한국문학 읽기의 시작. 한 해 동안 발표된 작품들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중ㆍ단편소설을 선정해 소개하는 이상문학상이 2018년, 독자에게 손홍규를 소개한다. <톰은 톰과 잤다>, <그 남자의 가출> 등의 소설집을 엮었던 작가, 아직 많은 독자에게 널리 읽힌 작가라고는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직하게 자신의 소설을 써 온 작가의 발견이 더 반갑게 느껴진다.

    한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 아주 새로운 것을 새삼스레 시도하려 하지 않는 소설의 수수함이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다. 불한당들이 모여 있는 술집에 상복을 입은 젊은이가 등장한다. 그 젊은이를 보며 불한당들은 비열하게 살아온 삶과 이루지 못한 것들을 생각한다. 나이 든 남자도 청년을 본다. 아내는 더 이상 요리를 하지 않고, 딸은 가출했고, 아들은 소재를 모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아내의 이야기. 가혹한 노동을 하며 몸을 다치고, 잃어버린 자식들과 시어머니를 생각한다. 모욕과 구토를 견디면서도 그는 조리원으로서, 노동조합원으로서 삶과, 자본과 싸우고 있다. 각 인물들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인생, 비애롭기 이를 데 없다. "삶이란 본질적으로 비극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치 속에 죽어갔을까", "내가 온 힘을 다해 걸어왔던 길고 긴 시간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찰나에 가까웠던 짧고 허망했던 그 순간들만은 왜 이토록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일까." 등의 문장으로 묘사되는 비애들.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단단한 문장으로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농사일을 하다 손가락을 잃은 아버지가 보이던 기이한 활력과 그 실패를 "불안의 대상, 증오의 대상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그것과 마주하고 그것을 껴안고 그것을 화해하려는 시도"로 기억하는 아들이(문학적 자서전 中) "소설을 깊이 사랑하는 자는 소설을 깊이 의심하고 증오하는 자임을 매번 깨달으면서." (수상 소감 中) 길어올린 소설로 독자 앞에 섰다. 축하를 보낸다.

  • 세상을 바꾸는 언어
    양정철 (지은이)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수단은 말과 글이다"

    저자 양정철은 참여정부 5년 동안 국내언론비서관과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고,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2017년 정권교체를 이루기까지 말과 글로 보좌해왔다. 오랜 시간 언어라는 지점에서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과 깊게 만난 저자는, 이 책에서 '언어 민주주의' 관점에서 두 대통령을 이야기하고, 민주주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말과 글의 힘에 관해 풀어낸다.

    저자는 극단적 이념의 시대, 극단적 효율의 시대가 자리 잡으면서 '공존과 평등의 언어', '배려와 존중의 언어'가 설 땅이 좁아졌을 뿐 아니라, 이기적.비인간적.일상적 무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세상을 바꾸는 언어>언어에 담긴 문명성, 양식, 이성의 현주소를 다섯 가지 키워드(평등, 배려, 공존, 독립, 존중)로 살펴보면서 '언어 민주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 여덟 개의 산
    파올로 코녜티 (지은이), 최정윤 (옮긴이)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2017 메디치상, 스트레가상 동시 수상작"

    이탈리아 알프스 산악 마을에 사는 두 소년에게 산은 무한한 놀이터이자 비밀을 간직한 신비한 장소다. 작은 개울의 수원지를 찾아 올라가다 숨겨진 빙하 호수를 발견하기도 하고,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산의 역사를 함께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년들의 아버지에게 산이란 지긋지긋한 삶의 터전이거나 정상을 정복해야만 의미가 있는 곳. 각자의 아버지의 바람대로 한 소년은 밀라노로 떠나 학교에 진학하고, 다른 소년은 산에 남아 벽돌공이 된다. 어른이 된 소년들은 아버지들의 방식을 거부하고 산을 외면해 보기도 하지만, 결국 산을 잊지 못한다. 다시 산으로 돌아와 함께 집을 짓기 시작하고, 산은 때로 냉혹하게, 가끔은 따뜻하게 이들을 품는다.

    이탈리아 해발 2천미터 산 속에 작은 집을 짓고 혼자 살며, 펜으로 종이에 원고를 집필하는 작가의 성정이 등장인물에 그대로 녹아있다. 아름답고 웅장하기만 한 산이 아닌 겨울이 되면 눈사태가 나고 공포의 대상으로 변하는 자연 그대로의 산이 등장한다.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는 산의 모습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생생하게 그려낸 그의 작품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연상케 한다. 2017년 이탈리아 스트레가상과 프랑스 메디치상을 동시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고 38개국에서 출간 계약되었다.

  • 법으로 읽는 유럽사
    한동일 (지은이) | 글항아리 | 2018년 1월 "<라틴어 수업> 한동일, 법을 통해 읽는 서양사"

    오늘날 우리 법학은 실용 학문 측면에만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답을 찾기 어렵다. 모든 법의 뿌리인 로마법 및 초기 교회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법학자가 국내에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교회법 박사이자 라틴어에 능한 저자가 한국법의 모태가 되는 유럽법과 역사를 연결한 책을 집필했다.

    서양 법의 근저에 무엇이 있는지 밝히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이 책은 역사 속에서 로마법과 교회법, 보통법의 흐름과 원리를 살펴본다. 특히, 교회법과 보통법에 중심을 두어 상세하면서 알기 쉽게 서술한다. 유럽 도서관의 자료 재확인 및 두 번의 레바논 현장 답사를 통해 초판에서 발견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여 개정 증보판으로 출간되었다.

1.262018
  • 검사내전
    김웅 (지은이) | 부키 | 2018년 1월

  • 시스터
    로저먼드 럽튼 (지은이), 윤태이 (옮긴이) | 나무의철학 | 2018년 1월 "이처럼 아름답고 섬뜩한 이야기 "

    일요일 오후, 비어트리스의 한가로운 오후는 부서진다. 여동생 테스가 사라졌다는 소식. 테스의 행방을 되짚으며 비어트리스는 자신이 직면해야 할 두려운 진실을 예감하게 된다. 마침내 공원의 폐쇄된 화장실에서 발견된 테스의 시신. 모두가 자살이라고 말하지만, 피어트리스는 믿을 수가 없다. 동생인 테스의 명예를 찾기 위해 '시스터'는 진실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막대한 진실의 무게 앞에 서게 된다.

    사라진 동생을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범죄소설의 외피를 열고 들어가면 사랑하는 동생을 잃은 뒤 경험하는 애달픔, 상실감 등이 아프게 읽힌다. 빠르게 읽히는 미덕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을 만나면 머뭇거리게 된다. 서정적이고 세련된 문장,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감각이 돋보인다. 로저먼드 럽튼의 데뷔작. 영국 WH스미스에서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려나간 책, 뉴욕 타임스> 편집자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 라디오 4(Radio 4)의 잠자리에서 읽기 좋은 책 등으로 선정되었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 등에 올랐다.

  •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황선미 (지은이), 노인경 (그림), 이보연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황선미 신작, 동화와 카운슬링의 결합"

    사춘기 아이들의 불안함과 외로움을 어루만져줄 이야기. 동화작가 황선미와 아동심리 전문가 이보연 선생님이, 인간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과 조언을 전한다. 열두 살 기훈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에게도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고, 또래 친구들처럼 쉽게 투정 부리는 법도 없다. 겉으로 내색은 안해도 부모님의 부재는 기훈이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혼자 남게 될 손자를 걱정하는 할머니와 뾰족하게 돋은 마음의 가시들로 아파하는 손자. 두 사람의 아파트에 어느 날 의문의 음식물 봉투가 배달되기 시작하고, 기훈이 주변에 자꾸 나타나는 수상한 남자의 존재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서툰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는 것 못지 않게 자신의 기분과 생각도 존중 받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면 좋겠다.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슬퍼하는 아이라면, 동화 속 등장인물처럼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을 향해 건네고 싶은 말,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말. 이처럼 섬세하고 따뜻한 처방이 아이들의 여린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다.

  •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서경식 (지은이), 최재혁 (옮긴이) | 반비 | 2018년 1월 "서경식이 다시 찾은 인문학의 고향 이탈리아"

    카라바조, 단테, 미켈란젤로 등 이탈리아의 여러 작가와 예술가를 소개하는 글을 여러 차례 써 온 서경식 작가가 <나의 서양 미술 순례> 이후 30년 만에 인문학의 고향 이탈리아를 다시 찾았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로마, 페라라, 볼로냐, 밀라노 등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거닐며 사유한 바를 특유의 문체로 기록했다.

    60대에 다시 찾은 이탈리아에서 저자는 옛 친구와도 같은 미술가와 미술품, 거리의 풍경들을 마주하며 '젊고 성급하고 무지했던' 자신과도 다시 만난다. 20-30년 사이에 달라진 세계를 보며 '세상과 인간은 조금도 나아진 바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늙음'에 대해 사유한다. 미켈란젤로에서 마리노 마리니, 단테에서 나탈리아 긴츠부르그까지, 각자의 시대, 각자의 장소에서 치열하게 고투한 그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문학과 예술, 인간의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한다. 풍부한 참고 사진과 도판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탈리아의 다채로운 모습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1.302018
  • 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 연애소설"

    일본에는 '겔렌데 마법'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설원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스키장에서 사랑에 빠지기 쉽다는 법칙이라고. 이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 연애소설은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을 배경으로 그 마법을 보여준다.

    직장동료, 학교 동창 또는 옛 연인이라는 인연으로 얽힌 남녀 여덟 명. 각자 개인적 이유로 스키장을 찾은 이들은 스키장 단체 미팅에 참여했다 나이가 많다는 지적에 기분 상하기도 하고, 스키를 타며 깜짝 프러포즈를 하려다가 의외의 상황에 봉착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연인에게 바람피우는 현장을 들켜 야단법석 대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사가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색을 입고 맛깔나게 펼쳐진다. 남녀 간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 차이, 시행착오 속에서 사랑이 발전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묘미가 쏠쏠하다. 총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긴 연작 소설집으로, 설산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 인생극장
    노명우 (지은이) | 사계절 | 2018년 1월 "노명우가 포착한 부모의 삶, 시대와 사회"

    사회학자 노명우는 2015년 아버지, 2016년에는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누구나 부모 앞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응석받이'기 마련. 그 역시 그러했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인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더 이상 '응석'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마음속 '응석'을 비워내기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가족 호칭을 잠시 유예하고, 1924년부터 2015년까지, 1936년부터 2016년까지 인생극장의 무대에 섰던 노병욱과 김완숙의 삶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자녀로서 부모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시대와 사회를 발견하게 되었지만, 부모는 스스로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그는 부모의 삶을 복원하기 위해 1920~70년대 한국 대중영화를 통로로 활용했고, 그곳에 남겨진 세속의 풍경 위에서 가장 보통의 존재였던 부모의 삶은 새로운 색깔을 보이기 시작했다. 면밀하고 따뜻하게 삶과 시대와 사회를 포착하는 그의 시선 속에서 작고 평범한 인생의 조각들이 비로소 한 시대를 이룬다.

  •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라나 포루하 (지은이), 이유영 (옮긴이) | 부키 | 2018년 1월 "경제의 금융화, 그들만의 잔치"

    '돈을 일하게 하라'는 재테크 격언을 탄생시킨 곳. 돈으로 돈을 버는 그곳은 어디일까. 바로 금융이다. 그런데 이 책이 말하는 그곳은 금융이 아닌 기업이다. 애플, GM, GE 같은 일반 기업들 말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금융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단지 돈을 굴리면서 말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금융화(financialization)다. 금융화라는 말은, 세계화라는 말이 그런 것처럼, 어딘가 부정적 뉘앙스를 느끼게 하는데 이 책은 그 막연함을 걷어 내고 금융화의 문제점을 선명하고 극명하게 드러낸다. 당장 은행을 차려도 될 만큼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애플마저 회사채 발행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유력한 가설은 그것이 조세 회피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기업의 문제일까 아니면 금융의 문제일까.

    CNN, 파이낸셜타임스 등에서 20년 넘게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저자는 조세 제도 등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의 문제를 가장 먼저 꼬집는다. 정치가 금융을 이용하여 기업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 월가의 금융 권력, 기업의 중역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기업, 금융, 정치는 공범이다. 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기업의 혁신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기업 금융을 담당하고 있거나 금융 기법이 아이폰만큼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 그러나 부의 공정한 분배 및 빈부격차 해소, 기업의 건강한 성장과 혁신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시간을 들여 굳이 이 불편한 문제들을 살펴보는 이유는 더 나은 경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 코딩맨 1 : 버그킹덤의 차원 침략
    송아론, k프로덕션 (지은이), 김기수 (그림), 이정 (감수) | 다산어린이 | 2018년 1월 "컴퓨터와 인간의 대화, 코딩"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 대비 코딩 학습만화. 코딩을 왜 배워야 하는지, 코딩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코딩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명료한 개념 풀이가 강점이다. 산업통상부의 지원을 받아 NAEK 한국공학한림원과 (주)스튜디오다산이 함께 발간하는, <코딩맨>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인간 세계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 존재하는 버그킹덤. 인간을 납치해 버그로 감염시키려는 무리들과 맞서 싸우는 디버깅 요원들과 비밀병기 유강민. 흥미진진한 히어로 액션 만화를 통해 컴퓨터가 우리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될 미래를 간접 체험한다.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입력하는 코딩의 무한한 가능성과 코딩 교육의 핵심을 파악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입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