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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017
  • 공터에서
    김훈 (지은이) | 해냄 | 2017년 2월 "오직 김훈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버지의 죽음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동수는 1979년 12월 20일 서울 서대문구 산외동 산18번지에서 죽었다." 기사라고 해도 무방할 건조한 언어로, 아버지 마동수의 전(傳)이 이어진다. 아버지가 출생한 1910년부터 그의 두 아들이 살아간 1980년대까지, 현대사의 바람은 아버지와 아들들을 자꾸 집에서 몰아낸다. 그렇게 만주와 길림, 상하이와 서울, 흥남과 부산 그리고 베트남, 미크로네시아를 떠나고 되돌아 온다. 모멸과 비애를 견디며 하루를 가차없이 살아내지만, 끝내 돌아올 수밖에 없다.

    김훈 장편소설. 작가 본인의 아버지의(언론인이자 소설가인 김훈의 아버지 김광주는 1910년 태어나 1973년 사망했다.), 혹은 자신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이야기를 김훈다운 문장으로 그린다. 전쟁을 앞둔 장군의 고독을 묘사할 때처럼 (<칼의 노래>), 신앙을 포기하지 못해 도달한 유배지 흑산 바다에서 눈앞의 물고기를 바라보는 이의 고통을 말할 때처럼 (<흑산>) 묘사는 지독하고, 가차없는 고통조차 숨김이 없다. 죽음을 마주한 시점, 아버지 마동수는 독립운동 혐의로 남산경찰서에서 매를 맞고 나온 형과 함께 마주한 어린 시절의 국밥집을 떠올린다. "그때,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고 이미 깨달은 그 어린 날을. 달아날 수 없는 삶을 끝내 살아야 했던 아버지와 아들들, 그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다시 김훈이 썼다.

  • 두더지의 소원
    김상근 (지은이) | 사계절 | 2017년 1월 "첫눈처럼 사랑스러운 동심의 세계"

    <두더지의 고민>에서 걱정 두더지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고민과 그 해결을 따듯한 시선으로 풀어낸 김상근 작가의 두 번째 이야기. 첫눈 오는 날, 집으로 가던 두더지는 작고 하얀 눈덩이를 만나 친구가 된다. 함께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지만, 곰 아저씨도 여우 아저씨도 태워주지 않는다. "눈은 눈일 뿐이란다. 결국엔 사라져 버리지." "곰? 저 커다란 눈덩이 말이니?"

    여전히 두더지는 친구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별똥별이 지는 밤이 될 무렵 사슴 아저씨의 버스가 도착한다. "이런, 너희들 꽁꽁 얼었구나. 감기 들라, 어서 타렴." 잠이 솔솔 올 만큼 포근한 버스 안, 두더지는 깜빡 잠이 들고 옆에 앉았던 친구는 모자만 남기고 사라졌다. "글쎄다, 좀 전에 내린 것 같기도 한데…."

    눈덩이가 자신의 친구라고 믿고, 친구와 끝까지 우정을 나누는 두더지의 순수함,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상력. 또 그런 아이들의 세계를 가만히 들어주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든든하게 지켜 주는 어른의 시선까지. 첫눈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동심의 세상을 만난다.

  • 신의 입자
    리언 레더먼, 딕 테레시 (지은이), 박병철 (옮긴이)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코스모스> 곁에 두고 읽을 책"

    신의 입자를 아는 사람이 백 명이라면, 힉스 입자를 아는 사람은 절반이나 될까. 추측이 맞다면, 공로는 이 책에 돌려야 마땅하겠다. 물론 신의 입자를 아는 사람이 백 명이라면, 이 책을 아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을 터, 아마도 이 책이 너무 빨리 도착했기 때문 아닐까. 이 책은 (앞선 백 명의 비유를 이어간다면) 힉스 입자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되지 않았을 때, 그 입자를 신의 입자라 부르며 큰 논쟁을 일으켰고, 이후 <이기적 유전자>와 <코스모스>에 비견되는 과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으니, 거꾸로 너무 늦게 도착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빨리 왔든 늦게 왔든 드디어 이 책이 한국에 도착했으니, 이제 기원전 600년에 시작해 오늘에 이르는 입자물리학의 역사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이론물리학 중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실험물리학이라는 새로운 세계와 관점을 접할 수 있고, (손꼽히는 물리학자가 대개 그렇듯) 넘치는 유머와 삐딱한 골계를 주체하지 못하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언 레더먼의 입담을 만끽할 수 있다. 그는 단순하고 아름다운 우주의 모든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다면서, "믿어도 좋다. 내가 언제 거짓말을 하던가?"라며 독자에게 도전장을 보낸다. 거짓말을 찾아낸다면 신의 입자 못지않게 흥미로운 발견이 될 게 분명하다. 여러분의 도전을 기대하고 성공을 기원한다.

  •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장자자 (지은이), 정세경 (옮긴이) | 은행나무 | 2017년 1월 "1~47번 중 좋아하는 사랑을 고르시오"

    처음에는 중국의 SNS 웨이보에서 작가가 연재하던 짧은 사랑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나 이 40여 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도합 4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책으로 묶여 나온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는 초판 출간 후 6개월 만에 200만 부, 이후 이야기가 추가된 개정판을 포함해 총 700만부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다. 심지어 이 책 속의 단편 중 무려 10편이 영화화 계약되었으며 그 중 하나인 '파도인'은 양조위와 금성무를 앞세워 현지에서 개봉했다고 한다.

    총 47편이 수록된 이 책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은 모두 사랑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그 사랑의 방식 또는 색깔은 모두 다르다. 책을 읽다 보면 안타까운 사연이 있고 바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어째서 저렇게 사랑하고 있을까 묻게 되기도 한다. 아마 사람마다 공감하는 작품의 수와 종류가 다를 것이다. 마치 일종의 심리 테스트처럼,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서로가 어떤 종류의 사랑을 마음에 품고 있는지 알게 될 지도 모르겠다. 장자자의 문장은 평탄하고 묘사는 담담해서 이야기 자체를 빠르게 훑을 수 있다. 책의 컨셉트와 잘 맞는 문장이라 하겠다.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는 언제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도 마음에는 뭔가를 남기는, 빽빽하고도 가벼운 초단편 사랑 이야기 모음집이다.

2.72017
  • 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은이),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긴이)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철학의 매력이 폭발한다"

    철학은 애초 대화로 시작했다. 어떤 이는 자신과의 대화로, 어떤 이는 다른 대상과의 대화로, 그러다 서로 만나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주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때로는 생각의 결이 겹치기도 하고 그보다 자주 생각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는데, 전개도 정리도 덜 된 온갖 주장이 오가며 벌인 논쟁의 과정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오다가도, 그런 생각의 파편과 파격이 부딪히며 더 나은 세계를 꿈꿔왔다는 데 이르면 이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철학의 특징 가운데 화해보다는 격돌에 주목한다. 유구한 철학사에서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을 던지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철학자가 나서서 자신이 찾은 답을 들려준다. 상대는 이야기를 잘 듣는 척하지만 수긍이 아니라 반격을 위해 귀를 기울일 따름이다. 철학계의 큰 형님 소크라테스가 나서서 중재를 해도 타협은 쉽지 않다. 하긴 그리 쉬운 일이었다면 다시 따질 이유도 없었을 터, 2500년 넘게 이어진 사유의 각축이 시대를 초월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자리이니 만큼,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물론 당신의 주장도 포함해서 말이다.

  •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우석훈 (지은이) | 다산4.0 | 2017년 2월 "경제학자 우석훈, 희망의 육아 경제학"

    경제학자 우석훈이 아빠가 되었다. 그렇다. 축하할 일이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정작 놀란 건 그였다. 늦깎이 아빠를 자처하는 그는 결혼한 지 9년 만에 첫 아이를 낳았고, 이제는 다섯 살, 세 살이 된 두 아이의 아빠다. 아이들 이름 짓기부터 시작해 유모차를 고르고 어느 유치원에 보낼지 고민하다, 어느새 아이들의 내일뿐 아니라 임신, 출산, 육아, 교육을 둘러싼 사회보장제도와 한국사회의 미래까지 고민하게 되었으니, 줄곧 공부해온 경제학의 쓰임에 새삼 놀라고 다시금 배우지 않았을까 싶다.

    육아는 계산의 영역에서 벗어나면서도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오묘한 세계다. 다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관계이지만, 짧게 만나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길고 깊게 만나야 하기에 정서와 교육, 재정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우석훈은 경제학의 시선으로 보면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는 것'이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일이라 평하며, "지나치게 힘쓰지 않고, 과하게 돈쓰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지 않는 게 내가 생각하는 육아의 방법"이라 말하지만, 그 역시 끊임없이 흔들리고 실수하고 돌아가기 일쑤다. 다행히 겪고 나면 해답이, 희망이 보이는 것도 같다. 그렇다면 한 걸음 나아가 출산과 육아가 겪고 싶은 일이 될 수도 있을까. 대한민국 아빠들은 언제까지 엄마들의 희생으로 아이를 키울 것이냐는 우석훈의 물음에 답할 수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 504 WORDS : 우리 시대 지성들이 사용하는 바로 그 단어
    머레이 브롬버그, 줄리어스 리엡, 아서 트레이거 (지은이), 오수원 (옮긴이) | 윌북 | 2017년 2월 "우리 시대 지성인들이 사용하는 504개 핵심 단어 리스트!"

    미국 지성인들이 즐겨 쓰는 504개의 핵심 어휘 집중 훈련 프로그램인 <504 워드>는 TV, 신문, 소설, 연극, 시 등 이 시대 최고의 텍스트를 통해 수준 높은 영단어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중급 레벨의 영단어 워크북이다. 총 42주간의 학습을 통해 상위 레벨의 미국 고등학생 수준의 어휘력을 갖추고, 다양하고 생생한 예문을 통해 실전 강의와 실생활에서 즉시 통용되는 고급 교양을 쌓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학습 단계에 맞춰 완역판을 완독하고 난 후에는 부록인 영어판만 휴대하면 이동 중에도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단번에 살펴볼 수 있다. 영어판과 한국어 완역판을 통해 원서 <504 ABSOLUTELY ESSENTIAL WORDS>의 전문을 볼 수 있다. (초도 한정 미니 딕셔너리 증정)

  • 아빠, 왜 히틀러한테 투표했어요?
    디디에 데냉크스 (지은이), 페프 (그림), 정미애 (옮긴이) | 봄나무 | 2017년 2월 "잘못된 투표가 가져온 최악의 재앙"

    서로 지지하는 후보가 달랐던 아빠와 엄마. 1933년 3월 5일 독일 총선거를 앞두고 부모님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혼란스러운 아이의 시선이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통치자로 선발된 아돌프 히틀러의 비극을 따라간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2차 세계대전과 나치의 패망까지, 그리고 잘못된 투표가 어떤 희생을 가져왔는지 낱낱이 고발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참여주의 작가 디디에 데냉크스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명감으로 이 책을 썼다. 모든 게 잘못되고 난 뒤에는 너무 늦은 것이다. 독재자가 수백만을 학살하고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후, 왜 그에게 투표했냐는 질문은 공허하고 무책임하다.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기는 여전히 어렵고, 올바른 투표를 위한 노력은 그만큼 더 중요해진다. 한 페이지도 마음 편히 넘길 수 없는 이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이유이다.

2.102017
  •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은이), 김희상 (옮긴이) | 열린책들 | 2017년 1월 "정확한 앎과 즐거운 삶 사이에서"

    인류 역사에서 세계의 구성 원리와 존재 근거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었다. 정답을 찾았다 착각하며 지내기도 했고, 도무지 해답이 보이지 않아 좌절에 빠지기 일쑤였고, 때로는 물음조차 잊고 생존에 열중하기도 했지만, 철학, 과학, 종교, 예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류의 의미와 각자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왔다고 대략 평할 수 있겠다.

    그런데 말이다. 질문의 방향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정답이 있을 테니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나서, 정답은 가능하지 않으니 가능한 다수의 답을 찾아보는 방향으로 생각과 실천의 틀을 바꾼다면, 정답에서 영영 멀어져 모든 게 혼란에 빠지고 말까, 아니면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날까. 이 책은 후자를 증명하며 정답이 존재하지 않을 때 훨씬 다양한 존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정확한 앎에서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삶에 다가설 수 있는 독자적인 철학의 가능성이 장쾌하게 펼쳐지니, 일단 즐겁고 다음은 놀랍고 드디어 정확한 앎에도 다가서는 기분이 든다. 물론 그런 게 있다면 말이다.

  • 작가와 술
    올리비아 랭 (지은이), 정미나 (옮긴이) | 현암사 | 2017년 1월 "술을 사랑한 작가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들은 여섯 명 중 네 명꼴로 알코올중독자였다. 위대한 작품을 남긴 작가들이 술을 마신 이유는 무엇일까? 술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고, 문학작품의 본질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영국의 작가이자 평론가인 올리비아 랭은 존 치버의 단편소설 <헤엄치는 사람>을 문학계 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으며, '독특한 축약을 통해 알코올중독자의 삶을 잘 포착해냈다'고 평가한다. 알코올중독자의 그런 어두운 삶의 궤적을 파헤치기 위해 존 치버, 레이먼드 카버, 테네시 윌리엄스,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술로 인해 삶이 비참해진 작가들의 자취를 좇아 미국 전역을 여행한다. 미국 곳곳을 다니는 동안, 여러 작가의 저서와 삶을 오가면서 알코올중독 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내밀한 삶의 배경과, 작가들과 술에 관해 매혹적으로 그려낸다.

  • 호텔 프린스
    안보윤, 서진, 김혜나, 김경희, 전석순, 황현진, 이은선, 정지향 (지은이) | 은행나무 | 2017년 1월 "낯선 공간, 이야기가 되다 "

    한 호텔이 작가들에게 서울과 제주도에 '소설가의 방'을 제공했다. 이 공간에 입주한 작가들은 낯선 공간에 놓인 채 호텔에 관한 단편소설을 썼다. 여행의 공간, 사색의 공간, 혹은 일탈의 공간일 이 공간이 곧 이야기가 되었다. 안보윤, 서진, 전석순, 김경희, 김혜나, 이은선, 황현진, 정지향 각자의 장소가 다채롭게 빛난다.

    기상예보에서 태풍이 온다고 한 날, 갑작스럽게 방문한 껄끄러운 엄마와 함께 호텔로 향한다. 평생 해외여행을 다녀보지 않은 남자가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하와이에 도착한다. 운명같이 재회한 옛 남자 친구와 번잡한 페스티벌 장소를 떠나 가까운 호텔로 향한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 주는 기분 좋은, 혹은 묘한 낯설음 같은 이야기가 독자를 찾는다. 젊은 소설가의 이야기를 응원하기 위해 출간 후 1년은 보급가로 판매된다.

  • 스미홈트
    박스미 (지은이) | 청림Life | 2017년 2월 "홈트계의 본좌, 스미가 나타났다!"

    유뷰트 100만뷰, 인스타그램 30만 팔로우의 주인공이자 두 아이의 엄마 스미가 다이어터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헬스장을 가지 않고도 집에서 손쉽게 하는 운동, '홈트(홈트레이닝)'가 대세인 요즘, 저자 스미는 혼자서도 도전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을 부위별 운동부터 식단까지 한 권에 담아 제시한다.

    다이어트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식단도 운동도 아닌,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수많은 다이어터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주며 오늘도 열심히 '몸과 맘이 건강한 다이어트'를 독려하고 있다. 2017년의 시작점에서 그녀의 운동과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142017
  •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카트리네 마르살 (지은이), 김희정 (옮긴이) | 부키 | 2017년 2월 "보이지 않는 손이 놓친 존재, 여성"

    이야기는 애덤 스미스의 유명한 일화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혹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 이렇듯 이익을 좇는 각자의 욕구가 교환을 통해 충족되기에 애덤 스미스는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에게는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이겠지만, 이 책은 시선을 돌려 저녁 식사를 차린 ‘보이지 않는 손’에 주목한다.

    여기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일까? 안타깝게도(!) 정답이 너무 쉽다. 바로 애덤 스미스의 어머니다. 물론 푸줏간, 양조장, 빵집 주인의 부인이나 어머니 역시 애덤 스미스가 미처 살피지 못한 존재에 포함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고 역할이 알려졌으니, 자연스레 여성을 경제 주체로 이해하고 경제학의 테두리에서 함께 다루어야 마땅한데, 오늘날에 이르는 경제학은 여전히 경제적 인간에 여성을 제대로 포함시키지 못한다. 이 책은 그로부터 생겨나는 모순을 통쾌하게 고발하며, 경제학에 페미니스트의 관점이 반영될 때에 오늘날 세계가 마주한 경제 위기를 넘어설 혜안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전망한다. 보부아르가 제2의 성을 말했듯, 제2의 경제가 존재한다. 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은 당연한 의무이자 다행한 가능성이다.

  • 동물을 사랑하면 철학자가 된다
    이원영 (지은이), 봉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월 "철학도가 수의사가 되기까지, 관계의 기적 "

    한 마리 강아지와의 만남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철학도인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복돌이를 만나게 되었고, 복돌이가 심심하지 않도록 형제 새솔이를 함께 들였다. 지칠 때까지 풀밭을 함께 뛰놀고, 품을 파고드는 강아지와 지내는 동안 불면증이 줄고, 즐거움이 늘었다. 시간이 흘러 투병중인 복돌이를 위해 다시 고양이 지산, 이지돌을 입양했다. 그렇게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나고, 떠나보내는 사이 철학도는 수의사가 되었다.

    고양이를 위한 좋은 사료 고르는 법, 반려동물의 피부 질환에 대처하는 법 등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이 책이 더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부분은 낯선 생명을 만날 때 지녀야 할 태도에 관한 점이다. 만나고, 이름을 주고, 때론 놀라운 기쁨을 경험하고, 이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생명들과 독특한 교감을 주고받고,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마침내 나를 둘러싼 다른 존재들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이 책은 말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행복한 철학자가 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 봉현 작가의 고양이 '여백이' 이야기가 짧은 일러스트로 실려 은은한 감동을 준다.

  • 아침 5시의 기적
    제프 샌더스 (지은이), 박은지 (옮긴이)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2월 "남은 인생은 당신의 아침 습관이 결정한다"

    팀 쿡과 미셸 오바마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준 원동력은? 바로 '아침 5시 기상'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바쁜 일정 때문에 좋아하는 마라톤 연습을 제대로 못 하는 일이 반복되자 '아침 5시 기상'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한다. 그러나 이 선택으로 저자는 인생이 달라지는 엄청난 변화를 체험하며 이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The 5 AM Miracle' 이란 팟캐스트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아침형 인간'이 되길 권한다. 다만 그것이 꼭 5시여야만 할 필요는 없고 뚜렷한 목적이 있는 삶, 하루 중 온전히 나를 위한 유일한 시간을 만들 것을 권한다. 인생의 기적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삶을 조용히 돌아보고 싶은 사람, 하루하루 쳇바퀴 굴러가는 삶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

  • 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은이), 황보석 (옮긴이) | 열린책들 | 2017년 2월 "가능한 두 번 읽기를 권함"

    외국의 한 평론가는 이 소설을 'Minor Novel'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마이너'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채 200쪽이 되지 않는 이 소설의 사이즈를 뜻한다.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음악에서처럼 '단조'를 뜻한다. 슬프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담겼다는 뜻이다. <동급생>은 소박할 정도로 짧은, 슬픈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동급생>은 나치 치하의 유대인이 겪은 고난을 소재로 한다. 그러나 이 소재는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강제수용소도 '수정의 밤'도 대학살도 보이지 않는다. 소설이 마무리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반유대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유대인 소년이 학교에서 겪는 갑작스러운 차별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그런데 단 한 명과의 진정한 우정을 제외하고는 급우들과의 관계에 관심이 없는 이 소년, 한스에게 그런 원색적인 비난은 애초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한 명과의 우정으로도 그는 충족된다. 슈투트가르트의 아름다운 날씨와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한스의 나머지 공간을 메꾼다. 인생에 단 한 번 있었던 커다란 우정만큼이나 소중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 속의 정경들.

    만약 이 짧은 소설을 두 번 읽을 여유가 있다면 그렇게 해 보시길 바란다. 저 아름다운 세계가 한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소중한 우정과 함께 그에게서 사라져버린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 뒤 다시 첫 문장을 만나는 순간, <동급생>은 몇 배 더 슬픈 소설이 된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동급생>은 더욱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 된다. 한국의 많은 독자들은 나치와 유대인 간의 관계를 (영화나 소설이 아니라면) 간접적으로조차 경험해본 적이 없겠지만,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린 뒤 그 지나간 순간들을 더듬는 게 어떤 기분인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172017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은이) | 더숲 | 2017년 2월 "류시화 시인이 묻고 삶이 답하다"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류시화 시인의 신작 산문집으로, 삶과 인간에 관한 51편의 산문을 묶었다. 시인은 젊은 시절 삶에 여러 질문들을 던졌고, 그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삶의 경험을 통해 발견해내었다고 한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시인이 여러 해 동안 발견한 삶에 관한 중요한 깨달음들이다.

    시인은 특유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며, 행복, 인생, 사람, 상실과 회복의 이야기들을 섬세하고 담백하게 풀어냈다. 시인만이 지어낼 수 있는 문장들은 수월하게 읽히면서도 가만히 귀 기울이게 만들고, 51편의 산문을 차분히 읽어나가는 동안에는 인생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과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 불확실한 시대에 내 글이 위로나 힘이 되진 않겠지만, 나는 다만 길 위에서 당신과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작가의 이 마음이 독자들에게도 가닿기를.

  • 고발 (일반판)
    반디 (지은이) | 다산책방 | 2017년 2월 "침묵, 저항, 마침내 고발"

    북한의 반체제 작가 반디의 소설집. 익명의 존재여야 할 그는 '반딧불이'를 뜻하는 필명으로 북한에서의 삶에 관한 소설을 써왔다. 탈북자, 브로커 등을 통해 원고가 남한으로 전해졌고, 이내 해외에 소개되었다. 솔제니친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특수한 상황이 세계의 주목을 이끌었고, <채식주의자>의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가 소개한 영국판으로 펜(PEN) 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전적인 이야기의 구성이 시선을 끈다. 첫 수록작 <탈북기>에서부터 최서해의 <탈출기>를 언급하는데, 1900년대 초중반 소설을 읽는 듯한 낯섦이 그들과 우리의 다름을 실감케 한다. 들장 내다(끝장을 보다) 같은, 생경한 우리말 역시 한국어로 읽는 소설이 무엇인지를 상기하게 한다. 남편 몰래 피임약을 먹는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 여행증 없이는 이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노모의 임종을 지키려는 아들,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초상화에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일상은 소설이 될 수 밖에 없게 부조리하고, 그곳의 평범한 이들이 겪는 하루하루를 적는 순간 조지 오웰이, 카프카가 상상했을 법한 기이한 세계가 서술된다. 암흑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묻는 선명한 목소리.

  • 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은이), 김고둥 (그림), 유동익 (옮긴이)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숲속에 사는 고슴도치는 외롭다. 고슴도치는 언젠가부터 혼자 집안에서 지냈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했다, 기보다는 하게 되었다). 다른 동물들이 그를 찾아오지 않는 건 아마 가시 때문일 것이다. 고슴도치는 가시에 찔리면 아프고 피가 나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자신을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참고 지내려고 하지만, 사실 고슴도치는 외롭지 않고 싶다. 그래서 고슴도치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숲에 사는 동물들에게 우리집에 와서 파티를 하자는 내용의 편지다. 편지는 잘 써지지 않는다. 고슴도치는 걱정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도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래서 고슴도치는 '하지만 아무도 안 와도 괜찮아'라고 편지에 쓰고 말았다. 그리고 그 부분이 마음에 거슬려 편지는 보내지 못한다. 이것이 <고슴도치의 소원>의 시작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고슴도치는 매일 상상한다. 고슴도치의 상상 속에서 어떤 날에는 두꺼비가, 다른 날에는 코뿔소가, 말벌이, 해파리가, 미어캣이, 두더지와 지렁이가, 괴물이 고슴도치의 집에 찾아온다. 또 어떤 날에는 파티의 여러 모습이 떠오른다. 케이크를 너무 많이 만들어 놓은 날, 주인 전용 방에서 나갈 수 없게 된 날... 고슴도치는 매일 생각 속에서 동물들을 만나거나 편지를 쓴다. 그래서 상상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사실은 고슴도치 자신의 다른 모습들이다. 두려워하는 달팽이, 망설이는 거북이, 조증 증세가 엿보이는 왕풍뎅이,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나이팅게일... 말하자면 이 책은 일종의 일기장이다. 실제로 무엇을 했다는 기록 대신에 자신이 무엇을 원했고 오늘도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상 속에서 재해석한 마음의 일기다. 때로 행복한 순간들도 있지만 고슴도치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지나치게 잘 의식하고 있다. 반짝이는 순간에 좀처럼 다가갈 수가 없다. 왜냐면 나는 가시가 있으니까.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문제다. 나는 고슴도치이고 가시를 가져 버렸으니까.

    이 대체로 쓸쓸한 이야기에는 의외로 유머러스한 부분과 잠시 다녀간 새의 지저귐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고슴도치가 마지막으로 만나는 동물이 어쩌면 유일한 구원의 형태인지도 모른다. 그 동물은 어떻게 했을까? 구원은 어떤 형태일까? 이게 궁금하다면 아마 당신도 고슴도치의 친구일 것이다. 서로 편지를 쓰지 않고 마음의 집 밖을 좀처럼 나서지 않는 혼자인 자들의 연대. 그래서 고슴도치는 자신의 경험을 남긴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도록 만드는 일이 어떻게 생겨날 수 있는지를.

  • 뭐든지 뚝딱 만들기 처방전
    유주연, 안승하, 김태심 (지은이) | 책읽는곰 | 2017년 2월 "만들기 숙제 고민 끝!"

    왜 만들기 '처방전'이냐, 친구들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주는 물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밴드를 하고 싶다는 친구에게 북과 레인스틱, 카주를 만들어준다. 비밀상자가 갖고 싶은 친구 위해서 비밀 책과 액자를, 꿀순이의 생일에는 마리오네트 인형과 축하 폭죽을 준비한다. 만들기 놀이와 이야기가 결합된 이 특별한 워크북을 사용하는 법, 만화처럼 술술 읽히는 12편의 에피소드를 감상하며 총 36가지 만들기를 직접 따라하면 된다. 만드는 동안 몰입의 즐거움을, 완성한 뒤에는 어깨가 으쓱하는 성취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단숨에 뚝딱, 아이들 손으로 거뜬히 해낼 수 있는 것부터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한 정교한 물건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만들기가 실려 있다.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고안된 창의적인 작품들로 가득하다. 하나도 빠짐 없이 다 따라해보고 싶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 상상도 못했던 근사한 물건으로 변신한다. 예쁘고 귀여워서 감상용으로도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다 만들고 난 다음 가지고 노는 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2.212017
  • 헌법의 상상력
    심용환 (지은이) | 사계절 | 2017년 2월 "헌법에 담지 못한, 담고 싶은 이야기"

    대한민국 헌법은 간결하다. 읽어 보면 자명한 이야기이고, 생각하면 타당한 이야기다. 그런데 왜 자꾸 헌법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 헌법은 조문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회 속에서 존재 의의를 숱하게 확인하며 역사 속에 자리를 잡는다. 따라서 사회의 변화에 따라 헌법을 조정하거나 사회의 지향을 살펴 헌법에 반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로 조문만 바꾸는 게 아니라는 데 있겠다.

    역사가 심용환은 한국현대사에서 이루어진 아홉 차례의 헌법 개정을 순차적으로 살피는데, 법조문의 변화에 앞서 벌어진 사회 변동의 큰 축은 무엇이었는지, 헌법의 개정에 따라 사회의 구조와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함께 바라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선을 더욱 넓혀, 세계 여러 나라의 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국에 빗대어 보고, 삶과 사회를 함께 성찰하고 내다본 여러 사상을 깊게 들여다 보며 지켜야 할 가치와 새롭게 펼쳐야 할 가치를 제안한다. 헌법에 담지 못했지만 담고 싶은 이야기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으니, 헌법에 깃든 생명력과 상상력이 힘을 되찾는 모습이다. 한국의 삶과 사회도 이렇게 변화되길 기대할 따름이다.

  •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
    필립 코틀러, 허마원 카타자야, 이완 세티아완 (지은이), 이진원 (옮긴이) | 더퀘스트 | 2017년 2월 "여든 일곱 노대가의 현재진행형 마케팅"

    우리는 지난 몇 개월 동안 4차 산업혁명의 현장을 목도하고 그 미래상을 예측, 전망하는 수많은 책을 만났다. 그렇다면 이 격변하는 비즈니스 현장의 최전선에서 우리는, 특히 마케터들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코틀러의 새로운 저작은 바로 그 실제적인 전술들을 살핀다. 물론 세상에 없던 마케팅은 이 책에도 없다. 전작 <마켓 3.0> 이후 7년 동안의 변화를 설명하는데 필요한 몇몇 사례들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코틀러는 특유의 통찰력으로 일련의 흐름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다.

    코틀러가 정의하는 마켓 4.0은 마켓 3.0의 기치였던 인간 중심 마케팅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다만 마켓 4.0 시대의 제품과 서비스는 보다 개인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기술의 융합은 마케팅의 융합 즉, 디지털 마케팅과 전통적 마케팅의 융합으로 이어진다. 코틀러는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연결성에도 주목하고, 젊은이, 여성, 네티즌을 핵심 타깃으로 꼽는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의 나무와 잔가지들에 집중하고 있을 때 코틀러는 그 숲을 들여다보고 이 책을 썼을 것이다. 한국 나이로 여든 일곱인 노대가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는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 스페이스 오디세이 완전판 세트 - 전4권
    아서 C. 클라크 (지은이), 김승욱, 송경아, 이지연 (옮긴이) | 황금가지 | 2017년 2월 "위대한 업적"

    이 시리즈에 대해 구태여 말을 보태기가 어렵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소설과 영화 모두 아직까지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위대한 작품이다. 영화와 소설 둘 다 지금까지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데는 두 작품이 상보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스페이스 오디세이' 세계관을 더 상세히 들려준다. 인물(과 인공지능)들이 지향하는 바와 모노리스에 얽힌 이야기들은 소설을 통해 더 잘 (어쩌면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서사의 세계에 빛과 리듬을 부여해 일종의 음악극과 같은 효과를 낸다. 영혼과 육체 같은 역할 분담이다. 경이로운 상상력을 가진 영혼과 아름다운 육체는 모두 그 자체만으로도 좋지만, 그 둘이 함께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벅차오른다. 이건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 극장에서 영화의 후반부(특히 리게티의 레퀴엠이 나온 이후)를 보면서 소설의 후반부를 접붙일 수 있는 사람은 행운아다. 정말 짜릿한 경험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최초로 '2001'의 뒷 이야기들까지 모두 들어간 완전판이 등장했다. 새로운 인물(과 인공지능)들이 서로 다른 시대 속에서 우주의 비밀에 다가서고자 한다. '2001'의 위대한 영광을 이미 접한 분들은 기쁜 마음으로 뒷 이야기들을 읽어 주시고,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분은 서둘러 독서를 시작해보시길 권한다.

  • 나는 오늘부터 피아노를 치기로 했다
    홍예나 (지은이) | 시루 | 2017년 2월 "휴대용 피아노 선생님"

    이 추천사를 쓰는 지금, 나는 피아노를 배운 지 4개월이 되어 간다. 여덟 살에 학원에 한 달 다녔다는 의미 없는 경력을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어서 피아노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이 책에서 비교적 쉬운 곡이라고 소개하는 체르니 100의 24번은 전혀 쉽지 않다. 왼손으로는 지속음을 계속 누른 채 오른손으로 스타카토를 표현하는 건 지금껏 평생 양손에 리듬을 따로 줘 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도전이다. 그래서 학원 선생님께서는 이 곡의 템포를 늦추고 스타카토를 정확히 찍는 데 주력하라고 말씀하셨다. 천천히 시작해서 본 템포까지 올리자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나는 오늘부터 피아노를 치기로 했다>는 체르니 100의 24번을 더 빨리 쳐 보기를 권한다. 단지 속도를 올리는 것만으로 오른손의 하강 부분에서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스타카토를 표현할 수 있는 타이밍도 훨씬 짧아져서 더욱 집중을 요하는 '연습곡'이 되는 것이다. 느리고 정확한 연주에 만족하지 말고 악보가 지시한 템포보다도 빨리 쳐 볼 것. 미스터치가 나오더라도 속도를 올리기를 두려워하지 말 것(이유는 좀 기니까 책에서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는 이 책이 피아노 초심자에게 전하는 수많은 조언들 중의 하나다.

    기초적인 피아노 교재들은 대부분 한계를 갖고 있다. 피아노를 배우는 마음가짐, 기본 자세와 운지법 등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하기는 해도 초심자들에게 있어 어디가 난관으로 다가오며 어떤 문제가 생기기 쉬운지 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부터 피아노를 치기로 했다>는 누구나 알려주는 모범 답안을 반복하지 않고 그 답안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어떻게 나쁜 버릇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손가락이 잘 안 돌아가는 부분을 한번에 화음으로 짚어 운지법을 체크하는 코드 마법사나 '흔히 볼 수 있는 잘못된 동작 5가지(나는 이 중에 무려 3-4개에 해당했다) 등 실전 테크닉에 필요한 조언들이 가득하다.

    세상에는 좋은 교재도 많고 피아노에 대한 아름다운 책들도 많다. 초심자라면 이런 책들에 더해 자신을 체크하고 더 바른 주법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책이 한 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나는 오늘부터..>가 바로, 당신이 기다리던 그 책이다.

2.242017
  • 손석희 현상
    강준만 (지은이)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2월 "손석희가 기대받고 주목받는 이유"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 10년 연속 1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2년 연속 1위의 주인공, 언론인 손석희다. 그가 보도 담당 사장을 맡아 이끄는 JTBC는 지난해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조사에서 KBS를 누르고 1위를 기록했고, 어느 방송사 뉴스를 즐겨보느냐는 설문에서도 45%로 1위를 차지했다. 개인의 공은 아니겠으나 앞선 지표의 교집합 손석희가 한국 언론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강준만은 이를 ‘손석희 현상’이라 이름 붙이고, 한국 저널리즘과 한국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동력과 방향타로 삼아 분석한다.

    이 책은 2000년 이후 손석희의 활동과 한국 언론의 변화에 주목하는데,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100분 토론'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꼬집고, 정치 권력의 언론 개입 속에서 신뢰받는 언론인으로서 제자리를 지키려는 모습을 돌아보고, MBC를 떠나 JTBC로 옮기며 벌어진 변절과 배신이란 비판 속에서 새로운 뉴스를 제안하며 지지를 이끌어낸 과정을 살펴본다. 읽다 보면 손석희가 이토록 기대받고 주목받는 이유가 뭘지 생각하게 되는데, 아마도 그가 앞세운 균형, 공정, 팩트, 품위라는 가치 때문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이 가치들이 제대로 구현되는 곳을 찾기란 너무 어려운 일일 테니까.

  • 센서티브
    일자 샌드 (지은이), 김유미 (옮긴이)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민감한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정의"

    민감하다와 둔감하다, 예민하다와 무디다. 어느 쪽이 긍정적인 느낌이고 어느 쪽이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가. 내 감각은 전자가 긍정적이고 후자가 부정적이다. 그런데 회사나 학교 등 일상을 오랜 시간 공유하며 지내는 사이라면 어떨까. 아무래도 앞선 답변보다는 후자 쪽 점수가 높지 않을까 싶다. 이 추측이 맞든 틀리든, 성격 자체에 긍정, 부정이 담긴 게 아니라 그 성격이 놓이는 상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런데 민감하고 예민한 이들은 스스로 민감하고 예민하다는 걸 그리고 상대가 자신을 그렇게 느낀다는 걸 민감하고 예민하게 느끼기에 둔감하고 무딘 이들보다 문제가 두드러지는 편이다. 게다가 민감하고 예민한 이들 외에는 이런 상황을 이해해줄 이가 드물어 고립되는 경우도 잦다. 이 책은 그들이 까다롭고, 비사교적이고, 신경질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반복해서 확신시켜주며, 더 많이 느끼고, 상상하고, 창조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쉬지 않고 응원해준다. 저자 역시 누구 못지않게 민감한 사람이라고 자평하니, 이번 한 번만은 내 느낌보다 이 책의 느낌을 믿어보는 게 어떨까 싶다.

  • 점이 뭐야?
    김성화, 권수진 (지은이), 한성민 (그림) | 만만한책방 | 2017년 2월 "점은 수학, 수학은 즐거운 상상놀이"

    수학 공부에 이런 지름길이 있었다니! 머리 속에 전구가 탁 켜지는 듯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지만 더 멋진 경치를 감상하고 즐거운 대화까지 나눌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누가 마다할까. 이 길의 비장의 무기는 '상상하기'. 독자들은 수학을 배우는 돼지를 따라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며 놀이기구 탈 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수학을 상상한다. 상상이 곧 앎이 된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방식으로 점, 선, 면, 각, 공간의 개념을 탄탄하게 잡아준다. 이해하기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애써서 훈련할 것 없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따라하는 상상놀이. 이 정도면 이미 수학에 거부감을 가진 아이들의 마음까지 돌려놓을 수 있겠다. 아름다운 음악을 반복해서 듣고 싶어지는 것처럼 읽고 또 읽고 싶은, 수학을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책이다.

  • JOY 기쁨의 발견
    달라이 라마, 데스몬드 엠필로 투투, 더글러스 에이브람스 (지은이), 이민영, 장한라 (옮긴이) | 예담 | 2017년 2월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의 특별한 만남"

    2015년 4월, 우리 시대의 정신적 스승 달라이 라마와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가 인도 다람살라에서 만나 일주일간 '기쁨'에 관한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의 특별한 만남과 나눔의 시간을 오롯이 기록해 한 권에 담았다.

    고국 티베트를 떠나 50여 년 이상 망명 생활 중인 달라이 라마, 그리고 남아프리카의 인종 차별 폭력에서 살아남은 투투 대주교, 그들이 역경과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힘이 바로 '기쁨'이었다. 그들은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고통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우리의 선택이고, 그 속에서 기쁨 역시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진정한 기쁨의 의미와 기쁨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 기쁨 수행법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2.282017
  • 랩 걸
    호프 자런 (지은이), 김희정 (옮긴이) | 알마 | 2017년 2월 "나무의 삶, 삶의 과학, 과학의 사랑"

    가장 널리 알려진 식물학자는 여전히 <마션>의 마크 와트니겠지만, 가장 매력적인 식물학자의 자리는 이제 호프 자런에게 양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스미소니언 매거진> 선정 최고의 과학책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랩걸>의 주인공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실험실에서 자신과 연구 대상과 그로부터 퍼져나가는 세계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나무가 차곡차곡 자라듯 공들여 기록하고 씨앗이 싹을 틔우는 모습을 포착하듯 예민하게 잡아낸다.

    씨앗이 나무로 자라고, 나무가 숲을 이루는 과정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나이테 속에서 지난 세월의 바람과 햇살을 읽어내듯, 인간에게서도 삶과 사랑의 흔적을 되짚을 수 있을까. 객관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듯 보이는 과학의 세계에서 엄마로서 그리고 여성 과학자로서 겪은 편견과 차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뒤죽박죽 섞인 듯 보이는 물음들이 나무의 삶, 삶의 과학, 과학의 사랑 속에서 한데 포개진다. 과학자로서, 인간으로서, 생명으로서 다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는 증표 같은 이야기다.

  •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리아 페이- 베르퀴스트·정희진 외 62인 (지은이), 김지선 (옮긴이),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 레이철 카우더 네일버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상상이지만, 결승점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다.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도대체 어떤 세상을 만들자는 거냐. 노력은 알겠으나 아직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한 모양이다. 완벽하게 정리된 설계도를 갖고 그에 맞춰 부품을 조립하듯 완성된 세계를 그리자는 게 아니다(솔직히 말해 당신이 만들어 살고 있는 세계는 그러한가). 말해지지 않았거나 말해질 수 없었거나 말해졌지만 들려지지 않았던 각자의 세계를 나누자는 말이다.

    원하는 세계를 드러낼 때면 이기적이라 비판을 받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철부지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던 페미니스트들이,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훨씬 많은 걸 원한다며 상상하던 세계를 말하기 시작한다. 결혼 제도는 유지될 것인지, 몸과 외모에 대한 편견은 사라질 것인지, 젠더의 제약이 없다면 스포츠에서 성별 구분 없는 동등한 경쟁은 가능할지.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상상은 현실과 밀접해지는데, 결국 오늘 해결할 과제가 무엇이고 내일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느 쪽인지가 드러난다. 혹시라도 상상이 현실이 될까 염려하시는 분들께 미리 말씀드리자면, 여기는 결승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상상도 못 할 변화가 눈앞에 와 있을지도 모른다. 변화는 상상에 비례하는 법이니까. 부디 잘 적응하시길, 그보다는 더불어 함께하시길 기원할 따름이다.

  • 여수
    서효인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2월 "이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소년 파르티잔'(<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2010)>)은 한때 '세계대전'(<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2011)>)을 꿈꿨다.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인 서효인이 6년 만에 발표한 세번째 시집. 여수에서, 불광동으로, 강릉에서 양화진으로, 연희동에서 송정리로, 시는 장소를 옮기며 생각을 잇는다. 떠돎, 혹은 이동은 필연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전제로 한다. 물리적인 공간과 공간의 이동 사이, "역마살이 도질까 시간을 뭉개고 앉는" (해로운 자세 中) 동안도 무심하게 시간이 흐르고 장소에 관한 정념은 어느새 기억이 된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를 /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 (여수 中) 그 도시에 관한 기억은 선명하다. 비를 머금은 공장에서 내뿜는 푸른 연기, 바다가 풍기는 살냄새, 버스의 진동, 시커먼 빨래, 끝이라 생각한 곳에서 다시 나타난 바다, 그리고 길, 마침내 여수. 차곡차곡 감각이 쌓이고, 여자를 닮은 도시는 기억이 된다. 출근길 만원 버스에서의 나와 1968년의 무장공비 김신조가 함께 지났을 자유로. 찢어진 선거 벽보가 있었고, 할아버지가 죽었고, 내가 자주 토악질하던 벽이 있던 송정리. 다층적인 기억이 겹치고, 우리가 함께, 혹은 홀로 걸었던 길들도 엇갈리고 이어진다. 당신의 장소와 나의 장소는 다르다. 그렇게 기억하는 동안, 오래 물고 삭여야 했던 것들이 어느새 더듬더듬 시가 된다.

  • 평화를 나누는 그림 편지
    배성호, 요시다 히로하루 (지은이) | 초록개구리 | 2017년 2월 "한일 초등학생들이 나눈 우정의 기록"

    아이들이 그린 그림엔 보는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기 자신을 스스럼없이 내보이는 순수함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초등학생들이 2011년부터 5년 동안 그림 편지를 주고 받았다. 글과 그림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평화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 바다를 건너 한국과 일본을 오간 이 특별한 편지 교환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한국과 일본이 오랫동안 풀지 못하고 있는 역사적.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편견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교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초등학교에서 각각 아이들을 가르쳐온 배성호 선생님과 요시다 히로하루 선생님이 뜻을 모았다.

    한국와 일본의 아이들은 편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서로 닮은 구석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재미있어 한다. 각 나라의 새로운 문화를 배우며 설레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친구가 되어 서로를 위하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평화로운 미래를 만드는 시작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편지를 쓴 아이들도 읽는 우리들도 모두가 안다. 타인과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경험인지, 그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멋진 일들을 함께 해낼 수 있는지.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한 어른의 역할은 이렇게 좋은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한지 모른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기적을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