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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손 있었던 존재들 봄은 또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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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가해자들의 이야기다"
케이크 손
단요 지음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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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개의 설계사>로 '문윤성SF문학상'을,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로 '박지리문학상'을 동시 수상한 단요의 첫 중편소설. '핀 시리즈'의 장르 라인업으로 출간되었다. 작가의 말을 먼저 들어본다.

『케이크 손』은 명백하게도 가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가해자들의 사정을 상상하는 작업은 대개 옹호론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그래서 현실에서는 다소 터부시되기 마련입니다만, 픽션의 존재 의의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210쪽)

'가해자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 영화 <기생충>의 충숙은(그 역시 '가해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한다. "‘부잔데 착해’가 아니라 부자니까 착한 거지." 성을 파는 엄마에게 방치되어 단기 원룸을 옮겨가며 사는 중학생 수영은 처음 자신의 얼굴을 씻어준 친구 '혜리'의 명령에 복종하느라 '투견'이 되어 친구들을 때리기도 했다. 그는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쥐나 고양이 같은 생명체에 손을 대고 마는, 케이크 손을 지닌 '남자'의 케이크를 맛본다. 수영은 폭력을 저지르고 남자는 다른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점에서 그들은 이 세계의 가해자다.

쥐의 오줌 냄새와 분홍색 바닐라 크림 케이크 같은 이미지가 교차하며 소설은 보고 싶은 곳과 보고 싶지 않은 곳을, 잘 들리는 이야기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혼합해 전시한다. 케이크 크림이 덮힌 자리를 기어이 들추는 단요의 세계는 소설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쓰레기 더미의 명세를 알려 하지 않았고, 해로운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도리어 치워 없애려 드는'(93쪽) 마음의 존재를 폭로한다. 이런 목소리에 자리를 내어주는 건 역시 소설의 일이다. 이 소설에 대한 다양한 감상을 기대한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만약 내 엄마가 그런 여자고 내가 그런 애라면, 너희는 나를 이렇게 취급해도 되냐는 것이다. 만약 내가 공부할 마음조차 다잡지 못해서 그 길로 흘러갔으면, 나는 이대로 버러지 취급을 받아도 되냐는 것이다. 예쁘지도 선하지도 않은 것이라면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짓밟아버려도 되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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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가 말하는 집, 땅, 도시
한국 도시의 미래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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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리지(擇里志)>는 1751년(영조 27년) 이중환이 저술한 사찬 지리지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 관찬 지리지가 행정구역인 군현별로 백과사전식 정보를 정리한 것에 비해, 역사·경제·사회·교통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인문 지리적 접근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지리지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특히 책 전체 분량의 절반가량을 할애하여 주거지 선호의 기준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지리·생리·인심·산수를 그 기준으로 두었다. <팔역지(八域誌)>, <팔역가거지(八域可居地)> 등 다양한 이름의 이본이 있으며, 필사본, 한문으로 된 인본(印本), 한글본, 국한문본 등 여러 형태로 가 존재할 정도로 조선 후기에 널리 읽힌 ‘베스트셀러’였다. <택리지>에 대한 조선인들의 높은 관심은 가거지(可居地), 즉 ‘살기 좋은 땅’은 어디인가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하였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의 관심사와 닿아있다.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는 시대를 뛰어넘어 18세기 조선인과 21세기 한국인이 공유하고 있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질문과 같은 제목의 전작을 통해 인문학자 특유의 날 선 통찰을 보여주었던 저자가 새 책으로 다시 한번 땅과 집에 대해 말한다. 누군가에겐 경제적 차원의 ‘부동산’으로, 다른 누군가에겐 좀 더 넓은 맥락의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여지는 땅과 집에 대해 기존의 건축·거래·법률적 차원의 접근에 사회적 문화적 시선을 더했다. 교통망을 따라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실상에 맞게 한국을 행정구역의 단위가 아닌, 3대 메가시티와 6개의 소권역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대담한 방식도 눈에 띈다. 학자인 저자가 도시 개발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해 내고, 직접 발로 뛰어 답사한 현장감 있는 사료를 증거 삼아 만들어낸 우리 시대의 인문 지리지. - 경제경영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자신에게 표를 주는 주민이 사는 면적 단위를 기준으로 메가시티를 생각하니, 결과적으로 도시를 위한 것도, 농산어촌을 위한 것도 아닌 애매한 정책을 만들다가 메가시티 구상이 실패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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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속으로> 원도, 경찰관으로서 목도한 '있었던 존재들'에 대하여"
있었던 존재들
원도 지음 / 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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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속으로> <아무튼, 언니>를 통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름 두 자를 각인시킨 원도 작가가, 새로운 경찰관 이야기로 독자들을 다시 만난다. <경찰관속으로> 이후 작가는 경찰관의 삶을 밀접하게 다룬 책은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4년 만에 다짐을 접고 경찰관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사사로운 경험이 사사로운 수준에 그치는지 묻고 싶었고, 사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현 상황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프롤로그에서 밝힌다. 이 책은 과학수사과 현장 감식 업무를 담당하며 목도한 '있었으나 사라진 존재들'이 남긴 죽음의 현장과, 그들이 숫자로 처리되는 현실에 관한 세세하고도 처절한 기록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자살로 처리된 변사자의 수는 1만 2,727명이다. 하루에 34.8명이 자살하는 한국 사회에서 저자는 변사자의 죽음을 날 것 그대로 마주해야만 한다. 투신자살, 목맴사, 고독사, 화재사... 여러 사유로 죽음에 이른 이들을 저자는 '있었던 존재들'이라고 부른다. 경찰관으로서 '고통테'를 새기는 동안 마주하고 아로새긴 그들의 삶과 죽음, '저를 발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한때는 사람이었습니다'와 같은 그들이 남긴 마지막 말을 기록해나간다. 처참한 부패 현장을 통해 부패한 조직과 사회를 고발하고, 잔인한 현실 앞에서 경찰관으로서 고뇌해온 시간을 고백한다. 몇 번이나 읽기를 멈추게 하지만 끝까지 읽어내야만 하고, 마주해야만 하는 이 작은 책에 지금 현 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있었던 존재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내가 근무했던 파출소의 소장님은 파란색 플러스펜 하나로 사람을 괴롭히는 재주가 있던 분이었는데, 단속 실적에 눈이 돌아갈 정도로 집착을 보였다. (중략) 야간 근무로 밤을 새우고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실적 회의 때문에 제시간에 퇴근하지 못한 근무자들의 눈이 충혈되어 벌겋게 달아올라도, 닦달하느라 눈이 벌게진 소장님은 그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는 듯 굴었다. 그가 딱지를 이것밖에 못 끊었는데 밥이 넘어가고 퇴근이 기대되냐는 막말을 화살처럼 쏟아낼 때, 나는 단속의 의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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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떤 모양으로 쌓일까"
봄은 또 오고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이경혜 옮김 / 봄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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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은 동생들과 차도로 이어진 앞마당에 돌로 낙서를 한 것이다. 해는 지고 있었고 집으로 들어오는 도로 입구 왼쪽엔 접시꽃이 환하게 피어 있다. 주황색으로 물든 하늘과 고추 말리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엄마의 몸에선 옅은 땀 냄새가 났다.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불현듯 떠올라 향수에 잠기게 한다. 내 기억의 첫 번째 모양은 접시꽃 모양 같다. 열다섯에는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부모님의 차가 미끄러질까 집 앞 도로의 눈을 쓸었다. 쓸어도 쓸어도 눈이 쌓였다. 두 번째 기억은 눈 결정의 모양이다. 유년시절로부터 많이 멀어진 것 같지만 불현듯 그 시절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그 기억의 모양그대로 차원의 창문이 열린 듯 하다. 그 창문으로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본다. 앞으로의 모양은 어떻게 될까?

그림책 <내가 여기에 있어>를 발표하자마자 볼로냐 라가치 상을 수상한 작가 아드리앵 파를랑주는 책의 물성을 십분 활용하여 한 사람의 인생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잘려 나간 종이를 찬찬히 넘기다 보면 책 속 화자의 인생이 어떤 모양으로 쌓이는지 경험할 수 있다. 자칫 잔잔할 수 있는 이야기에 타공, 공들여 고른 바탕색과 라인으로 입체적인 읽기의 경험을 선사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인생은 어떤 모양으로 쌓이게 될까? 그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좋겠다. - 어린이 MD 임이지
책 속에서
네 살의 봄, 아빠는 도랑가에서 딴 아주 작고 빨간 열매를 맛보게 해 주지. 혀끝에 남은 산딸기의 기억은 그 뒤로도 내내 사라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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