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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ook] 베니스에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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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이후 1년여만에 펴낸 정찬의 단편집. 표제작은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가 모티브가 된 작품이며, 이외에 10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오랜 세월 자신의 업에 몰두해온 작가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아득한 시선으로 과거를 더듬는다. 일상에 지친 어머니의 일탈을 기억하며 고향으로 향하는 그. 아이에게 빨간 스웨터를 입혀주던 영화 '뽀네뜨'의 장면처럼, 자식의 메마른 삶에 향기로운 물냄새를 피워올리던 어머니를 추억한다. '굽이굽이 에돌아온 힘겨운 삶'에서, 유년의 기억은 그렇게 은빛으로 반짝거린다.
인물들은 '황금빛 길'을 통해 유년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어머니의 손길에 위로받고 다시 살 힘을 얻는다. 그에게 지난날은 '어둡고 고요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림'의 시간이며, 과거로의 여행은 영혼이 씻기고 정화되는 체험이다.
결국 그는 뒤돌아 서서 앞을 향해 걷는 셈이다. 시선은 과거를 향해 있지만 이는 계속 살아가기 위함이다. 모든 근원은 영원 속에서 숨쉬고 있으며, 영원은 죽음과 탄생이 일체가 되는 '원의 시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느릿하지만 영원을 향한 작가의 의지는 강철처럼 단단하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나가는 이의 숙명을 흔쾌히 받아들인 그는, 한층 더 진지하고 엄숙해진다. 그는 자신의 업을 진심으로 '경배한다'. 치열한 창작정신이 살아있으며, 그의 이야기들이 보다 단단해지고 오랜 생명력을 얻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박하영(2003-02-22)
그는 아득한 시선으로 과거를 더듬는다. 일상에 지친 어머니의 일탈을 기억하며 고향으로 향하는 그. 아이에게 빨간 스웨터를 입혀주던 영화 '뽀네뜨'의 장면처럼, 자식의 메마른 삶에 향기로운 물냄새를 피워올리던 어머니를 추억한다. '굽이굽이 에돌아온 힘겨운 삶'에서, 유년의 기억은 그렇게 은빛으로 반짝거린다.
인물들은 '황금빛 길'을 통해 유년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어머니의 손길에 위로받고 다시 살 힘을 얻는다. 그에게 지난날은 '어둡고 고요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림'의 시간이며, 과거로의 여행은 영혼이 씻기고 정화되는 체험이다.
결국 그는 뒤돌아 서서 앞을 향해 걷는 셈이다. 시선은 과거를 향해 있지만 이는 계속 살아가기 위함이다. 모든 근원은 영원 속에서 숨쉬고 있으며, 영원은 죽음과 탄생이 일체가 되는 '원의 시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느릿하지만 영원을 향한 작가의 의지는 강철처럼 단단하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나가는 이의 숙명을 흔쾌히 받아들인 그는, 한층 더 진지하고 엄숙해진다. 그는 자신의 업을 진심으로 '경배한다'. 치열한 창작정신이 살아있으며, 그의 이야기들이 보다 단단해지고 오랜 생명력을 얻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박하영(2003-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