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김소영, 김하나, 권남희, 이슬아, 임경선, 황선우.
주목받는 7인의 작가에게 '에세이'에 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알라딘으로 도착한 일곱 작가의 일곱 가지 매력이 담긴 글과, 각 작가가 추천한 에세이를 그대로 싣습니다.
이 여름, 작가들과 함께 즐거운 에세이 시간을 만끽하시길.
소설을 읽는 것은 마치 사랑에 빠지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를 잊고 평소와 다른 내가 되는 모험이다. 반면 에세이를 읽는 것은 새로운 친구와 우정을 나누는 것이다. + 더 보기소설을 읽는 것은 마치 사랑에 빠지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를 잊고 평소와 다른 내가 되는 모험이다. 반면 에세이를 읽는 것은 새로운 친구와 우정을 나누는 것이다. 나는 그대로 나인 채로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만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좋은 친구들이 늘 그렇듯이 에세이라는 이름의 이 ‘친구’들은 가르침을 주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기도 하며, 내 어깨를 도닥이며 너무 애쓰지 말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현실의 우정과 달리 책으로 쌓는 이 우정은 수와 국적, 시대의 한계를 모른다. - 접기
에세이를 읽는 동안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글이 보여주는 만큼만, 내가 읽어낸 만큼만, 그 사람이 되는 것이다. + 더 보기에세이를 읽는 동안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글이 보여주는 만큼만, 내가 읽어낸 만큼만, 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어딘가를 산책하는 사람이 되고, 독서에 푹 빠진 사람이 되고, 자연 속에서 뒹구는 사람이 된다. 옛날 사람이 되고, 외국 사람이 되고, 할머니가 된다. 책을 덮으면 다시 내가 된다. 조금은 그 사람인 내가 된다. - 접기
에세이가 친근한 이유와 에세이가 위대해지는 지점은 같은 데서 비롯한다. 자신의 삶에서 피어난다는 것. 누군가가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 담긴 글이 에세이다. + 더 보기에세이가 친근한 이유와 에세이가 위대해지는 지점은 같은 데서 비롯한다. 자신의 삶에서 피어난다는 것. 누군가가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 담긴 글이 에세이다. 여기 소개하는 책들은 국내에서 에세이로 분류되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아니, <인간의 대지>가 왜 소설로 분류되는가!) 모두 더없이 훌륭한 에세이들로서 나의 삶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 접기
대학교 여름방학 때, 시골에 내려가 있으니 만날 친구도 없고 심심해서 뒹굴뒹굴하다가 책이나 사 보려고 옆 도시의 대형 서점에 갔다. 그래서 고른 책이 내가 처음 산 에세이였다. + 더 보기대학교 여름방학 때, 시골에 내려가 있으니 만날 친구도 없고 심심해서 뒹굴뒹굴하다가 책이나 사 보려고 옆 도시의 대형 서점에 갔다. 그래서 고른 책이 내가 처음 산 에세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설이나 시집만 고집스럽게 읽을 때였다. 그런데 그 책을 산 이유. 여러 명의 대학생이 쓴 에세이였는데 ‘송지나’라는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지나는 내가 중학생 때, 월간지 『여학생』에서 주최한 여학생 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자였다. 몇 해 전 읽은 그 당선작이 너무 좋아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제주 세화여고 송지나’는 이 책에서 ‘이대 신방과 송지나’가 되어 있었다. 우연히 그 이름을 다시 만난 게 신기하고 기뻤다. 우와, 이 언니, 이대 갔구나. 근황을 알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아시는 것처럼 그 ‘송지나’는 훗날 최고의 드라마 작가가 되셨다(중학생 ‘나’의 안목 무엇). 그때부터 에세이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관심 있는 작가의 생각과 일상 이야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으니까. 관심 없던 작가의 이야기여도 읽다 보면 그 매력에 빠지게 되니까. 아무 생각 없이 읽기에 에세이만큼 편한 장르가 없으니까. - 접기
나의 경우 에세이보다 수필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 내 책은 늘 에세이 매대에 진열되어왔다. 그곳은 간단히 정의 내릴 수 없는 매대다. + 더 보기나의 경우 에세이보다 수필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 내 책은 늘 에세이 매대에 진열되어왔다. 그곳은 간단히 정의 내릴 수 없는 매대다. 사방에서 나타난 작가들의 온갖 이야기가 매우 빠른 속도로 출간되고 잊혀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명작의 자리가 비는 일은 결코 없다. 에세이 매대에서 나는 가슴 뛰는 새 책들을 언제나 발견한다. 그러면서 '잡문'이라는 말을 점점 더 아끼게 된다. 어떻게 분류하면 좋을지 모를 이상하고 소중한 잡문을 편견 없이 죄다 품는 장르가 에세이 아닐까 싶다. "책을 만들수록 에세이의 이런 애매한 중간성과 경계 없음, 체계 없음, 막연함과 자유로움에 빠져들었다"고 이연실 편집자는 말했다. 내가 맨 처음 사랑한 건 훌륭한 에세이의 문장들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사랑은 에세이 쓰는 사람, 에세이 만드는 사람, 에세이 디자인하는 사람, 에세이 인쇄하는 사람, 에세이 파는 사람, 에세이 배송하는 사람, 에세이 읽는 사람에게로 확장되었다. 에세이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앞으로도 행복하게 읽고 쓸 계획이다. - 접기
에세이를 좋아하기보다는 '좋은' 에세이를 좋아한다. 앞에 무엇이 보이는지도 모르고 끝까지 가보는 사람의 에세이가 좋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연민하거나 변호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자신과 주변을 관조하고, 깊이 이해하고, + 더 보기에세이를 좋아하기보다는 '좋은' 에세이를 좋아한다. 앞에 무엇이 보이는지도 모르고 끝까지 가보는 사람의 에세이가 좋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연민하거나 변호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자신과 주변을 관조하고, 깊이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위해 쓴다. 그것은 사람과 삶에 대한 사랑이자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 에세이는 꾸미지 않아도 대개 본질이 일을 다한다. 고로 좋은 에세이를 읽고 나면 우리는 예전에 서있던 자리에서 조금씩 위치가 바뀌게 된다. 그리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 접기
100명의 사람에게는 100개의 이야기가 있다. 에세이를 읽으며 우리는 누군가의 고유한 관점과 경험, 캐릭터와 스타일을 만나고 스며든다.+ 더 보기100명의 사람에게는 100개의 이야기가 있다. 에세이를 읽으며 우리는 누군가의 고유한 관점과 경험, 캐릭터와 스타일을 만나고 스며든다. 그렇게 내 것과 다른 100개의 세계를 발견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 작가들의 에세이에서 내가 느낀 놀라움과 즐거움을 독자 여러분도 마주치는 여름이기를. -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