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이야기
시리 허스트베트는 작가이자 삶의 동반자였던 폴 오스터(1947~2024)가 세상을 떠난 후, 한 사람의 부재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 함께 보낸 시간, 축적된 습관, 그리고 몸에 남은 기억을 따라가며, 43년 동안 사랑이 어떻게 지속되었는지를 탐색한다. 《유령 이야기》는 슬픔에 관한 책이지만,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책이다. 개인적인 상실에서 출발하지만, 이 책은 시간과 존재, 그리고 ‘함께 있음’의 의미를 다시 묻는 깊은 사유의 기록이다. 이 책에는 시리 허스트베트와 폴 오스터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와 메모, 시리가 이름 붙인 ‘암의 나라’에서 지인들에게 전한 폴의 투병 소식, 투병 중 손자에게 남긴 미완성 원고 <마일스에게 보내는 편지> 등, 처음 공개되는 글들이 함께 실려 있다.
이곳은 우리가 한 층에서 다른 층으로 서로를 부르던, 거실의 녹색 의자에 앉아 서로의 원고를 소리 내어 읽던, 정원에 나가 앉아 있던, 그가 깜빡 잊고서 그 순간을 놓칠까 두려워 막 봉오리를 터뜨리는 튤립이나 활짝 만개한 장미를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켜주던 집이다. 그가 없는 지금 장미가 다시 피고 있다. 그가 없이도 분홍 장미꽃들이 흐드러지게 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우리가 짧거나 긴 대화를 나누던, 논쟁을 벌이거나 사랑을 선언하던, 우리가 통제하거나 막을 수 없었던 일들 때문에 고뇌하던 집이다. 벼락이 내리친다. 또 다시 내리친다. 사소하거나 중대한 사안들을 놓고 길게 이어지는, 이제는 끝나버린 대화를 나누던 집이다.
더 솔직하게 말해보겠다. 내가 폴을 애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시리 그리고 폴을 애도하고 있다. 나는 ‘그리고’를 애도하는 것이다. 그 ‘그리고’가 세상에서 내게 준 느낌을 애도하고 있다. 그와 내가 겹쳤던 바로 그 ‘그리고’ 말이다.
우리는 타인의 얼굴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너의 눈에서 내가 너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본다. 나는 폴의 얼굴에서 빛나는 한 사람인 나 자신을 보았다. 그도 내 얼굴에서 그것을, 그가 나를 위해 빛난다는 것을 보았으리라. 그는 소피의 얼굴에서 그것을 보았고, 소피도 그의 얼굴에서 그것을 보았으며 그러다 스펜서의 얼굴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반영하는 공간이 되었다.
형체를 갖춰가는 책을 서로에게 읽어주는 것은 상대방의 꿈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았다. 글쓰기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쓰고 나서야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온 오래된 생각이지만, 지금 내 말은 폴과 내가 서로의 내면에서 그런 발견이 일어나고 있음을 목격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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