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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마음, 쓰는 마음,
만드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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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MD 시절,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작가는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어린이 분야를 새롭게 맡게 된 저는, 부디 저의 세계가 넓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린이책을 읽습니다. - 송진경 MD

우주 최강의 맛 떡볶이를 만드는 금손의 소유자이자, 어린이들을 위해 악당을 물리치는 히어로 '똥볶이 할멈'과 그의 충직한 조수 고양이 '치즈'의 맹활약 스토리, 귀여운 데다 이야기에 찰떡 같이 어우러지는 김무연 작가의 그림. 통통 튀는 상상력, 유쾌하고 통쾌한 이야기, 귀염귀염 한 그림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6권 출간을 고대 중입니다.

어린 시절에 머물러있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그 시간에 머물러 있던 마음이 어린이 책을 읽고 나서야 풀어졌어요. 어떤 마음은 긴 시간을 지나 알맞은 때에 해결되나 봅니다. 읽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몰랐을 테지요. - 임이지 MD

슬픔이 전염병처럼 퍼진 세상에서 '기소영의 친구들'이 말해줍니다. "잘 보내줄 기회가 있으면 미안함보다 좋은 기억이 커질 수도 있"다고. 기소영의 친구들 덕분에 어느 순간에 머물어 미안함으로 물들었던 마음이 그리움과 추억으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책을 쓰는 마음은 눈 오는 날 눈사람을 만드는 마음과 비슷합니다. 출근길 걱정과 추위는 잠시 잊고, 그저 하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 속에서 뭐라도 만들어 보고 싶어 뛰쳐나가는 마음이요. 어릴 땐 더 잘했던 것 같고, 지금은 겁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뛰쳐나가는 마음으로 눈사람을 만들고 책을 쓰는 것 같습니다.
- <긴긴밤> 루리 작가

에밀리

집 안에 숨어서 사람을 피하며 살아온 에밀리에게 어느 날 몰래 다가와 백합 알뿌리를 건넨 이웃집 꼬마는 지금 쓰고 있는 게 시냐고 묻습니다. 에밀리는 시는 너라고, 이건 시가 되려고 애쓰고 있는 것뿐이라고 대답합니다. 저 역시 동화가 되려고 애쓰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지구에 사는 우리는 느끼지는 못하고 사는 중력처럼 동화가 자연스럽게 나를 끌어당겼어요. 동화를 쓰면서 혼자 웃고 울고 설레는 시간이 달콤 쌉싸름했습니다. 여러 손길을 거쳐 책의 모양새를 띠게 된 이야기를 읽고 어린이 독자들이 보내 주는 응원은 과정의 무게보다 힘이 더 큽니다. 어느 작품에서는 날아다닐 듯 가볍다가도, 또 다른 작품에서는 많은 생각을 담고 한 걸음 한 걸음 무겁게 내딛게 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나의 이야기 안에서 어린이들이 마음껏 우주 비행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 <우주의 속삭임> 하신하 작가

어린 왕자

어릴 때 우리 집에는 오빠가 읽던 <삼국지>와 언니의 책이었던 <빨강머리 앤>, 그리고 나의 <어린 왕자>가 있었습니다. <어린 왕자>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내 손끝에 모서리 닳고 누렇게 빛이 바랜 그 책을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젠 낡아서 특별한 날에만 펴 보는 책이 됐지만 아직도 <어린 왕자>는 나에게 하나뿐인 장미 같은 존재입니다. 별이 환하게 빛나는 밤에는 어린 왕자가 장미와 지낼 소행성 B612호를 찾으며 내가 지은 책이 읽는 이에게는 <어린 왕자>처럼 설레는 존재이기를 꿈꿉니다. 내가 오후 네 시에 간다고 하면 누군가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는 서로 ‘길들인’ 관계를 바랍니다.

제가 동화를 쓰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동화를 읽고, 쓰고,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굉장히 즐겁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 힘든 과정조차도 즐겁습니다. 제가 이렇게 동화를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동화책만이 지닌 다정함 때문입니다. 읽고 있으면 어른인 저도 늘 위로받고 응원받는 느낌이 듭니다.
- <시원하게 도와주는 북극곰 센터> 황지영 작가

요술 모자와 무민들

제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한 책이 <즐거운 무민네>였어요. 어른이 되고, 동화를 배우면서 이 책이 토베 얀손 작가의 ‘무민’ 시리즈 중 한 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따뜻하고 유머 넘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모험이 가득한 무민의 세계를 많은 어린이가 만났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들이 하는 말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엉뚱한 정답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과 대화하면 매우 즐겁고, 배울 때가 많습니다. 어린이들의 이런 진면목을 담고 싶어서 어린이책을 쓰기 시작했고, 엉뚱하고 진솔한 마음에 머물고 싶어서 계속 씁니다. 쓰면서 좀 더 나은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어린이들에게 늘 고맙습니다. - <벚꽃 수영장> 신현경 작가

금순이가 기다립니다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얼마나 자주 기다리라는 말을 할까요? 보호자들은 반려견에게 얼마나 자주 기다리라는 말을 할까요? 어른들과 보호자들의 기다리라는 말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이 책은 날마다 부모님이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랑이라는 아이와 자신을 버리고 간 보호자를 기다리는 금순이라는 개의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하루를 함께 보낸 사랑이와 금순이는 ‘같이 기다리기’로 합니다.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둘이 함께 함으로써 두렵고 외로운 마음을 이겨 낼 힘이 생깁니다. 작은 존재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이야기라서 오히려 큰 의미로 마음에 남습니다.

어린이 독자들을 만나러 가면 가끔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와락 안길 때. 그 순간의 감동은 말로도 글로도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작고 소중한 마음을 온전히 내보이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그저 부지런히 다음 이야기를,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것밖에는. - <고양이 해결사 깜냥> 홍민정 작가

샬롯의 거미줄 (70주년 기념 특별판)

습작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최애 동화! 사람들의 관심이 머물지 않는 장소(헛간)에서 그들만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물의 이야기가 뭉클합니다. 동물 캐릭터는 생생하게 살아 있고, 이야기는 흥미진진합니다. 샬롯이 하는 말은 이른 새벽 거미줄에 맺힌 이슬방울만큼 찬란합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돼지에게 걱정하지 말고 잠을 푹 자라고,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잘 추스르는 일이라고 말해 주는 친구라니! 작고 보잘것없는 거미 샬롯이 우리에게 전하는 위로는 충분히 대단하고 근사하며 눈부십니다.

동화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참 재미있어서’ 멈추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창작의 여정에는 인내와 끈기, 때로는 지난한 고통도 따르지만 재미난 마음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내 이야기 속에서 어린 나와 끝없이 마주하고 성장하는 기분, 내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는 기쁨도 크지요.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 곁에서 크고 작은 힘이 되고 싶습니다. - <아무거나 문방구> 정은정 작가

신기한 시간표

오카다 준의 <신기한 시간표>는 오랫동안 절 설레게 만든 책입니다. 짧은 글이 가진 흡입력에 빨려 들어가 잠시 신나는 여행을 마음껏 한 느낌이지요. 이 책에는 학교를 배경으로 각 인물들의 열 가지 에피소드가 실렸습니다. 평범한 아이들의 일상 속에 불쑥 나타난 판타지는 하나같이 신선하고도 따뜻하지요. 거인, 마녀, 회색머리 할머니 그리고 말하는 금붕어와 고양이 도마뱀 등 엉뚱하고 생경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도 독특합니다.

공부도 잘하지 못하고 친구도 없던 내가 자존감과 꿈을 가진 아이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때 읽은 동화들 덕분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거의 외국 작품이었는데 시공간을 뛰어넘어 등장인물들과 교감하고, 위로 받을 수 있다는 게 경이로웠어요. 내가 동화를 읽으며 느꼈던 온갖 감정의 파동은 물론 인간에 대한 믿음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독자들에게도 주고 싶습니다. -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작가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작가가 된 지 10년 째 되던 해에 읽고 아동청소년문학을 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진 책입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입니다. 매우 심심한 말이지만 다른 말로는 설명할 것이 없어요. 재미난 이야기를 궁리하고 만들어 내고 그것을 공유하고 반응을 이끌어 내는 즐거움을 무척 사랑해요. 저에게는 이것만큼 재미난 놀이가 없는 것 같아요. 재밌어서 하는 것인데 그것이 저도 행복하고 읽어 주시는 분들도 행복하니 참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에요. - <친구의 전설> 이지은 작가

엄마 까투리

<엄마 까투리>를 봤을 때 였어요. ‘슬프다' 라는 감정을 뛰어넘는 여러 감각적인 체험을 했어요. 뜨거운 산불이 내 주변을 휩쓸었고 아기 꿩들이 이리저리 뛰다 까투리 품으로 호로록 들어갔어요. 몇 번이나 이 책을 볼 때마다 숨이 차오르다 서서히 식었지요. 의미를 찾기 전에 오감이 반응해요.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떠나 '보는 이를 이렇게 움직이게 하고 싶다 '라고 다짐하게 했던 책이었어요. 몇 번의 책장 정리를 하면서도 명예의 전당 자리를 지켜 주는 <엄마 까투리>가 내 작업의 귀한 샘물이 되었습니다.

꺼내 보이고 싶은 말을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때 그림을 그리고, 그림으로 그릴 수 없을 때 글을 썼더니, 어느새 그림책 만드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몇 분도 안 될 짧은 시간에도 함께 보고 들려주며 커다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있음에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어린이들, 그리고 어린이를 품에 안은 모든 이에게 그 시간의 온기가 다정하고 충만해서 오래오래 추억될 수 있도록 좋은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 <이건 운명이야!> 밤코 작가

지구에 온 너에게

작고 네모난 책 안에 이토록 커다랗고 동그란 지구를 꾹꾹 눌러 모두 담아 놓았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을 펼쳐 보세요! 지구를 구성하는 다양한 종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고, 그렇게 어우러져 살아가야 마땅함을 섬세하고 다채로운 일러스트로 표현해낸 책입니다. 지구에 온 너에게, 이 땅에 태어난 당신에게, 이 행성을 설명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가 어린이였을 때는 예쁘고 멋진 것, 가보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것들을 그려서 간직하고, 전하고 싶은 마음들을 그려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어른인 지금도 축하와 위로, 부끄럽거나 쉽게 설명하기 힘든 마음을 책 한 권에 담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림책은 세상의 여러 형태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놓은 편지 같아요.
- <농부 달력> 김선진 작가

안녕, 돌멩이야

돌멩이에게 "넌 누구니?"라고 말을 걸고 대답을 기다리는 아이의 엉뚱함에 미소가 지어져요. 그런 아이에게 또 돌멩이는 진지하게 대답을 이어가는데 철학적이고 현자같은 대답에 나의 삶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지요.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 질문 폭탄을 받을 수도 있겠어요. 돌멩이처럼 지치지 않고 대답해 줄 수 있기를 바라요.

친구가 물어요. 작업한 새 책이 나오면 너무 뿌듯하고 행복하지 않냐구요. 막상 새 책이 나오면 쉽게 펼쳐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기분이 막 좋지는 않거든요. 이게 어떤 마음인가 생각해보니 책을 쓰고 그리는 그 과정과 그 순간이 모든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전부구나. - <개욕탕> 소복이 작가

강가에서

트레이스 발라의 <강가에서>라는 책입니다. 막막한 순간에 이 책을 보면 나도 우리집 어린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책이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즐거운 상상 속에, 살아가면서 보고 느낀 것과 전하고 싶은 것을 그림과 이야기 속에 담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림책 속 세상을 통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이나 감정들을 독자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목련 만두> 백유연 작가

잘 자요, 달님

단순해 보이는 그림과 글인데, 사람의 마음을 아늑하고 편안하게 합니다. 1947년에 출간된 책으로, 오랜 세월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그림책의 매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특별한 경험을 하고 나면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실에서 애벌레를 키우고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를 썼고, 강낭콩을 키우고 <너와 나의 강낭콩>을 썼습니다. 교실에서 경험한 아름답고 경이로운 순간들을 더 많은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 <너와 나의 강낭콩> 김원아 작가

책 씻는 날

그림책 <책 씻는 날>을 좋아합니다. 조선 시대 시인 김득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아무리 책을 읽어도 내용을 깨치지 못하는 시련을 담았습니다. 김득신은 모르면 읽고 또 읽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책이 좋아서 수천, 수만 번을 읽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몽담이(김득신), 마침내 천자문을 깨치는 몽담이가 어른인 저에게 큰 감동을 안겨 줍니다. 노력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좋은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마음속에서 뒤죽박죽 혼돈의 상태로 있던 상상의 세계가 글과 그림을 만나 그림책이라는 구체적인 형상의 세계로 구현되었을 때 저는 예술적 창조의 커다란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와 함께 나의 그림책을 두고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 <한 장 한 장 그림책> 이억배 작가

바람이 불었어

제가 서른 살도 더 되어 만난 그림책의 세계는 내 안의 어린이를 깨우고 다시 만나게 하였는데, 그것은 마치 마법의 바람과도 같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에게서 어린이의 마음을 읽어 낸 작가의 통찰력이 놀랍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그림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생생하게 볼 수 있게 하고, 마음속 깊이 느끼게 하고, 마침내 새로운 무엇을 깨닫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에서 그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산골 농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아름다웠지만 문화 시설도 친구도 별로 없는 동네라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으며 놀았어요. 그래서 그림과 책을 가장 좋아했는데 둘 다 한번에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았어요. 바로 그림책 작가입니다. 나의 책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다음 책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한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림책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 <내 마음 ㅅㅅㅎ> 김지영 작가

끝없는 이야기

저에게 있어 동화의 원형은 미하일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입니다. <모모>로 처음 미하일 엔데를 만났는데, 어린 시절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는 언제나 제가 꿈꾸던 동화 속 세계로 저를 데려갔어요. 제가 만든 이야기들 속 주인공은 항상 어딘가로 떠나고 돌아오면서 성장을 겪곤 하는데, 아마 저도 모르게 <끝없는 이야기>에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해요. <끝없는 이야기>를 아직 읽지 않은 친구가 있다면 이 세계에 꼭 초대하고 싶습니다.

그림이 좋아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만들며 다양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즐거워요. 무엇보다 내 생각을 꺼내어 만든 그림책이 다른 이의 마음에 닿아 또 다른 위로와 감동을 줄 때 희열을 느낍니다. 그림책의 묘미는 독자들의 상상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생기를 불어넣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 <모두 다 음악> 미란 작가

알사탕

아이들에게 읽어 주다가 제가 좋아하게 된 책입니다. 캐릭터의 표정이 생동감을 주고 알사탕의 달콤한 맛이 입안에 맴도는 듯합니다. 간결한 글이 생생한 그림에 더욱 몰입하게 해 주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어린이 책을 만들다 어린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만드는 일과 쓰는 일은 무척 다르지만, 마음속에서 같은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책을 만들 때도 그랬고, 글을 쓰는 지금도 저에게 계속해서 되묻는 질문이 같더라고요. "재미있어?" 즐거운 이야기도, 슬픈 이야기도, 가벼운 이야기도, 무거운 이야기도 재미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종이 한 장은 가볍지만 책 한 장을 넘기는 데는 아주 큰 힘이 필요하니까요. 어린이들이 재미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어른들도 재미있어서 함께 맞장구를 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띄어쓰기 경주> 곽미영 작가

너하고 안 놀아

오래전부터 심심할 때, 마음이 나빠질 때, 글을 쓰기 전에 꼭 읽는 책이 있습니다. <너하고 안 놀아>라는 제목이 당돌하고 궁금해서 책장을 넘겼다가 마음이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아이들이 너무 솔직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놀다가 토라지고 다투고 되갚아 주고 슬그머니 다시 노는 노마와 영이와 똘똘이와 기동이를 보고 있으면 ‘내가 찾는 아이들이 여기 다 모여 있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꾸만 함께 뛰놀고 싶어집니다. 그 골목에 가서 같이 놀자고 하면 끼워 줄까요? “너하고 안 놀아.”라고 하면 어쩌죠?

제가 어린이 책을 쓰는 이유는 신나고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책 속 어린이들의 마음을 상상하고 책 읽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책을 쓰는 일은 그 무엇보다 즐겁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이야기를 짓고 새로운 등장인물과 만날 때마다 놀이터 앞에서 함께 놀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설레고 행복합니다. - <찾기 대장 김지우> 장희정 작가

빨간 머리 앤

어릴적 누군가 물려준 낡은 책들 가운데 <빨간 머리 앤>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 여러 번 읽고 또 읽었어요. 처음엔 앤의 엉뚱한 상상과 수다가 좋았어요. 어떤 날엔 앤이 사는 그린게이블즈의 아름다운 풍경에 사로잡히고, 어느 날엔 마치 앤과 같은 시공간에 사는 것처럼 함께 웃고 울었어요. 사춘기 무렵엔 앤의 깊은 우정과 사랑에 푹 빠져들었지요. <빨간 머리 앤>을 읽으며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을 알게 되었고,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어린이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내 장난감은 종이와 색연필, 풀, 가위였어요. 그리고 칠하고 만들며 노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일 어지르고, 치우는 건 또 싫어해서 엄마에게 등짝 좀 맞으며 컸지요. 하! 하! 하!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여전히 저는 그리고 칠하고 만들며 노는 것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그림책이 아이들을 웃게 하고 긍정적인 힘을 주는 장난감이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즐겁게 만들려고 합니다. - <이웃> 김성미 작가

수박 수영장

제 외가는 수박의 고장 전라북도 고창입니다. 여름 방학이 되면 외가에 내려가 <수박 수영장> 속 아이들처럼 초록초록한 논밭을 가르며 뛰어다니곤 했지요. 그러다 지루해지면 외할아버지의 경운기를 타고 근처 바닷가에 나가 조개를 캐고 놀았습니다.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에서 한참을 놀다 집으로 돌아와 차가운 물에 둥둥 떠 있는 살짝 미지근한 수박을 쪼개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림책 <수박 수영장>을 펼치면 그 여름의 더운 공기가 훅하고 밀려오는 것 같아 신기합니다. 무척 인상적인, 대단히 기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100권의 책을 내면서 제가 꼭 지키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제목에 '기적'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 거죠. 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을 위해 쓴 책이죠. 글을 읽고 아이의 삶이 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라는 단어가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그게 바로 제가 어린이 책을 쓰는 이유입니다. '기적'이라는 단어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 <나에게 들려주는 예쁜 말> 김종원 작가

마음이 예뻐지는 동시, 따라 쓰는 동시

아이에게 시를 읽히고 필사까지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도 시집을 발간한 적이 있는 시를 쓰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시집은 반드시 아이가 어릴 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습니다. 더 많은 세상을 상상하고, 관찰하고, 탐색하는 즐거움을 이 책을 통해 아이가 즐길 수 있게 될 겁니다.

나는 틀에 갇혀 살았습니다. 남과 다르면 불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런 내게 그림책과 동화책은 넓은 세상을 펼쳐 보여 주었습니다. 내가 만난 세상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때로는 뒤를 돌아보고, 때로는 옆을 둘러보고, 또 때로는 낮은 곳을 살피며 신나는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 <개욕탕> 김유 작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내 인생의 책. 삐삐와 함께한 순간을 잊지 못해 동화작가가 되었고, 그 마음을 담아 첫 책 제목을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로 지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하던 일이 잘 안 되면서 형편이 좀 어려워졌어요. 집안 분위기가 우울하니까 표현은 못 하고 속이 참 답답했어요. 그래도 재밌는 책을 읽을 때만큼은 다른 생각은 잊고, 책 속에 완전히 빠져서 정말 행복했지요.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렇게 재밌는 책을 나도 쓰고 싶다, 작가가 되고 싶다 생각하게 됐어요. 작가가 된 후론 내가 책에 위로받았던 것처럼, 혹시나 나처럼 마음이 힘든 아이들이 잠시라도 책에 푹 빠져 현실을 잊게 해줄 진짜 재미난 책을 쓰자고 늘 생각해요. - <똥볶이 할멈> 강효미 작가

내 이름은 에이프릴

<내 이름은 에이프릴>을 포함한 재클린 윌슨의 모든 책이 나를 동화작가로 만들었어요.설가를 꿈꾸며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일 때 처음 내 이름은 에이프릴을 읽고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어요. 동화책은 유치하고 고루 할 것이라든가, 소재에도 제약이 많을 거라는 편견을 완전히 깨주었거든요. 푹 빠져서 재클린 윌슨의 책을 모두 찾아 읽은 후 내 꿈은 소설가에서 단숨에 동화 작가로 바뀌었답니다.

그림책은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 나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일지 모릅니다. 어른이 된 지금 그림책으로 나와 비슷한 친구들에게 꾸준히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조금 느리고 뭐든 척척 해내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만의 색으로 빛나고 있다고 말이죠. 그림책이 어린이들 곁에서 오래 이야기로 남을 수 있도록 오늘도 책상 앞에서 골몰하고 있어요. 기다려 주는 마음에 가닿을 수 있도록. - <그림책이라는 산> 고정순 작가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무척 좋아합니다. 처음 만난 그림책이면서 혼자 그림책을 공부할 때 교과서처럼 생각하던 책이거든요. 주인공 고양이는 왜 많은 사랑을 받는데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이 날 따라다녔어요. 살면서 중요한 문제를 만날 때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야 한다고 믿게 되었어요. 아마도 이 책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함께 좋아해 줄 누군가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그림책을 그리고 있습니다. 혼자 이야기를 떠올리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다른 이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 형상으로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새 학기에 새 친구를 사귀겠다는 다짐을 하며, 소박한 옷장에서 가장 멋진 옷을 고르는 비장한 마음으로 그림책을 한 권 한 권 그리고 있습니다. - <당근 할머니> 안녕달 작가

감기 걸린 날

좋은 책을 만날 때면 저도 좋은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집니다. 그런 마음이 처음 들었던 그림책은 김동수 작가님의 <감기 걸린 날>이었습니다. 엄마에게 오리털 파카를 받은 아이가 밤새 오리에게 털을 다시 심어 주는 이야기입니다. 자유분방한 그림체로 그려진 엉뚱한 이야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아 그림책이 굉장히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 때, 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그런데 내가 만든 이야기를 어린이들이 재미있다고 해 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들은 주로 어린이들이니까요.하지만 나는 어른이라서 어린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늘 연구하지요. 어린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하고요. 관찰도 합니다. 마치 과학자들이 세상을 관찰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나는 어린이들과 동물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만듭니다. - <질투는 아웃, 야구 장갑!> 유설화 작가

까보 까보슈

어린 시절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습니다. 학교 안에서 아무도 없는 나만의 공간을 찾기 시작했어요. 마침 귀신이 나온다고 소문난 우리 학교 도서관이 딱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문 때문인지 청소 시간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동화책들은 내게 놀랍도록 찬란한 세상을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저의 동화는 어린 날의 나처럼 어린이들에게 그 세상을 보여 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씁니다.
- <한밤중 달빛 식당> 이분희 작가

메아리

“만날 보는 하늘, 만날 보는 산, 만날 보는 나무, 만날 보는 짐승들.” 책을 읽고 처음으로 펑펑 울게 만든 단편 동화. 주인공 돌이의 외로움이 가장 잘 나타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덕분에 저는 동화책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10권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지만, 그림책을 쓰는 이유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림책은 저라는 사람에게 가장 편안한 언어 같아요. 자연스럽게 그 언어로 이야기를 쓰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처럼 말을 배우고 표현을 익혀 가요. 그리고 대화를 하는 거죠. 그림책을 쓰고 읽음으로써 내 감정을 표현하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거예요. ‘웃음이 흐르는 대화’. 그게 제가 그림책을 그리는 마음인 것 같고요.
- <장미 저택> 김지안 작가

돼지책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입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까지는 그림책이라는 영역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 책을 우연히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림책은 어린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인 제가 봐도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 이후로 학교 도서관에서 몇 권 없는 그림책을 모두 꺼내 봤습니다. 저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 준 책이죠.

편집자가 되어서 좋은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나의 나침반이 되어 줄 좋은 동료들을 얻은 것과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마음이요. 저에게 이 세계를 선물한 건 물론 어린이책이라 제 어린 시절에 늘 고마워하는 중입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날 때의 벅참이 단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가닿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어린이책을 만듭니다. - 창비 김솔 편집자

초정리 편지

유난히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초등학생이었던 저에게 이 책과의 만남은 충격이었습니다. 세종대왕과 한 어린이의 우정 이야기라니요. 세종대왕이 눈병으로 요양을 갔다는 사실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상상하는 즐거움을 안겼습니다. 곰곰이 파고들 생각거리도 많아서 제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어요. 특히 곧은 자세로 정직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 장운이는 지금도 저에게 용기를 주는 인물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어린이 독자를 상상하며 어린이책을 만들어 왔습니다. 아직 세상에도 없는 내 조카, 내 아이에게 건넨다는 마음으로, 누구한테든 “짠! 내가 널 위해 만든 책이야!” 하면서 보여 줄 수 있게요. 만들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만듭니다. 어린이책은 어린이와 닮았거든요. 아이가 천천히 자라듯이 책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고, 알려지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여기에는 기다림이 필요하기에, 우선 알맹이가 단단한 책을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으려 노력합니다. -상상아이 김리라 편집자

입에서 톡!

그림책을 편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담당한 한글 그림책입니다. 한글 창제 원리에 기반해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독창적이고 놀라워요. <입에서 톡!>은 아기 입속에서 튀어나온 옹알이 캐릭터가 세상에 나와 여러 자음으로 변신하는 모습이 신기하답니다. 2권인 <하늘에서 포르르>는 ㅣ와 ·를 닮은 나뭇가지와 무당벌레가 만나면서 자연스레 여러 모음을 만들어내고요. 스케치가 진행 중일 때 원고를 처음 보았는데, 기발한 발상에 입이 떡 벌어졌어요. 한글은 원래 반나절에서 일주일이면 깨친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았지요. 앞으로도 이렇게 재미나고 뜻깊은 어린이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은 항상 쉽지 않았고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으며 외롭고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하지만 그 과정에서 즐길 수 있는 많은 즐거움이 있다.”는 에바 린드스트룀 작가의 말을 좋아합니다. 마음속 '어린이'를 여전히 품고 사는 어른들을 비롯하여, 지금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웃음을 주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 단추 김인정 편집자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인문서 편집자로 지내다 우연히 <내가 라면을 먹을 때>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어떤 인문서보다도 평화와 전쟁에 대해 생각하게 한 책이었거든요.

어른이 되고서 상처받은 어린이인 채로 어른이 된 이들을 만날 때가 더러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어린 시절로 가서 ‘괜찮다.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나는 할 수 없는 그 일을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바로 어린이책이었습니다. 어린이에게, 그리고 상처받은 어린이인 채로 어른이 된 이들에게 ‘그래도 삶은 살아 볼 만하다.’라고 말해 주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 책읽는곰 우지영 주간

까마귀 소년

<까마귀 소년>을 처음 만난 날, 남들에게 들킬세라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글자도 몇 자 안 되고 쪽수도 몇 쪽 안 되는 그림책에 그토록 융숭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 몰랐던 까닭입니다. 해마다 5월이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것을 눈여겨보고 아무도 듣지 않는 것에 귀 기울이는 작고 외로운 아이와 그 아이의 빛나는 점을 알아봐 준 선생님의 이야기가 떠오르곤 합니다.

어린이책을 만들면서 어린이처럼 공부하고, 어린이처럼 생각하고, 어린이처럼 사랑하는 값진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문득 어린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매일 빚을 갚는 마음으로 ‘어린이 마음에 가장 가까이 닿는 책, 어린이 마음을 가장 닮은 책’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몸을 낮춰 눈을 맞추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책과 삶을 꿈꿉니다. - 슈크림북 위혜정 편집자

똥볶이 할멈

<똥볶이 할멈 시리즈>를 만들 때면 저는 늘 떡볶이 가게에 가 있었습니다. 때론 꼬마 손님으로, 때론 똥볶이 할멈으로, 때론 엄마로, 때론 선생님으로 참새 방앗간 같은 그곳에서 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이 작은 행위 하나로 사람들은 웃고, 울고, 내일을 약속하고, 다음을 기대했습니다. 편집자는, 출판사는, <방과 후 떡볶이 가게> 같다고 생각해요. 상상 이상의 다양한 역할이 되어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이자 사람이라고요. 똥볶이 할멈처럼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수많은 화자와 청자 사이를 아주 우연하고 필연하게 잇는 행운의 메신저가 되겠습니다.

좋은 책은 우리를 늘 새로운 자리로 데려갑니다. 책을 통해 그 새로운 자리에 머물렀던 강렬한 경험만이 계속 새로운 곳에 가 닿고 싶다는 마음을 낳는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일찍 어린이들이 그런 마음을 느껴 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 곁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오늘은 또 어느 새로운 곳을 한번 가 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만듭니다. - 비룡소 윤홍은 편집자

클로디아의 비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가출한 클로디아와 제이미의 이야기. 밤에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16세기 침대에서 잠을 자고, 분수대에서 목욕을 하는가 하면 낮에는 하루 종일 미술 공부를 해요. 이렇게 적합하고 매력적인 가출 장소라니! 미켈란젤로가 만들었다고 추정되는 조각상이 들어오면서 진실(정말 미켈란젤로가 만들었을까?)을 파헤치기 위해 매진하는 클로디아의 이야기는 정말 너무나 흥미진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