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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류가 확인한 118개의 원소를 크기와 성질에 따라 분류하고 주기와 규칙에 따라 배열했으니, 주기율표에는 세상, 아니 우주만큼이나 크고 다양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겼다고 하겠다. 어쩌면 그래서 주기율표의 환상적인 세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수헤리베에서 시작해 염아칼칼로 끝나는 입구에서 머뭇거렸는지도 모르겠다. 도무지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아서 말이다.(물론 핑계다, 그럴 듯한)
주기율표의 권위자로 꼽히는 에릭 셰리는 이런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누구나 들어설 수 있도록 새로운 주기율표 이야기를 펼친다. 주기율표에 빈칸으로 남아 있다가 뒤늦게(?) 확인된 일곱 원소를 소개하며 완벽함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 그 빈칸을 채우는 과정에서 벌어진 온갖 일들, 그러니까 과학자들이 서로 다투고 속이고 모른 체하고 잘난 체하는 이야기, 합리와 논리를 확인하려 벌이는 실수와 우연을 전하며 주기율표에 담긴 인간사와 세상만사의 진면목을 들려준다. 이쯤 되면 주기율표에 내 이야기도 담기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물론 기대다, 그럴 만한)
프로트악티늄, 하프늄, 레늄, 테그네튬, 프랑슘, 아스타틴, 프로메튬. 비로소 입구에서 벗어나 생전 처음 듣는 일곱 개의 원소를 만났고, 이제는 여전히 외울 수 있는 스무 개의 원소보다 이 원소들이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사연을 알면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면 공감하게 되니, 비로소 나를 이루는 원소들, 그 원소를 담은 주기율표가 한데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 꿈 같은 이야기지만,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