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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를 한국사회에 알린 책은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다. 2001년에 1권이, 2006년에 2권이 나왔는데, ‘당신들’이 여러 의미로 읽혀 여전히 기억에 남는 제목이다. 이제 박노자를 이야기할 때 굳이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꺼낼 필요는 없겠지만, 여전히 인간이 사라지고, 평화는 요원하고, 배반과 혼란이 가득하며, 혁명은 더욱 멀어진 지난 5년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읽으니, 여전히 유효한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박노자는 오늘 한국사회가 전례 없이 더러운 시대라 말한다. 나의 사적 욕망을 위해 타자를 짓밟는 게 국시(國是)가 되었고, 국가 폭력, 자본 권력의 억압에 개인은 점차 비굴해진다. 나만 잘 살면 남의 죽음까지도 관심 밖이라는 잔혹함, 이런 태도를 서로에게 겨냥하는 위험한 사회다. 박노자는 한국의 살풍경과 세계의 소용돌이를 살피고, 지식인과 좌파가 가야 할 길을 제안하지만, 모두에게 혁명 투사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변화는 남의 고통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공감 속에는 나의 고통이, 자비심 속에는 구원의 방법이 깃든다. 비장한 논리와 결연한 의지보다 당연하고 단순한 인간의 본원적 의무가 오히려 혁명에 이르는 정확한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