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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오늘날 인류가 가장 쉽게 접하는 생명이다. 콘크리트 속에서 초록빛을 찾아보기 어려워도, 씨앗은 아침 식탁 위에, 오후 커피와 간식으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입과 코를 타고 목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그런데 씨앗이 생명의 역사에서 자연스러운 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게다가 인류가 씨앗의 생명력을 알아채고 문명의 역사에 끌어들인(?) 건 그보다 훨씬 짧다. 씨앗과 인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작 <깃털>로 존 버로스 상을 수상하는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 눈에 띄는 저자로 떠오른 소어 핸슨은 씨앗에 담긴 자연의 생존전략 그리고 이와 경쟁, 협력하며 오늘에 이른 인간의 모습을 함께 담아내며 자연사와 문화사를 한데 엮는 특유의 글쓰기를 보여준다. 이런 글쓰기는 인류가 커피를 즐기는 것인지, 커피가 인류를 활용해 종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인지 되묻게 하여, 인류가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걸 깨닫게 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한다. 소어 핸슨의 다음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