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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팀장에서 시설관리 담당자로 밀려난 필용은 십육 년 전 맥도날드를 떠올렸다. 그리고 맞은편 건물에 걸린 현수막의 익숙한 연극 제목을 보고 십육 년 전,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했던, 연극을 쓰던 양희를 생각했다. 양희를 생각하자 "양희라고 부르면 어디에선가 풀냄새가, 아주 늦은 밤에 자유로를 달려서 도착했던 문산의 어느 리가, 여름이 끝나가면서 유순해진 밤의 공기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렇게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실은 "없음"이 아닌, "있지 않음"의 상태가 되어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등단 십 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일곱 편을 선정해 시상해온 젊은작가상의 일곱 번째 수상작품집. 대상은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을 발표한 젊은 작가 김금희가 수상했다. " 젊고 가난하고 미숙하고 아름답고 안타까운 이들을, 그 마음을, 그 마음의 십육 년 뒤까지를 이렇게 깊이 어루만지는 사람이 세상에는 있어 소설이라는 것을 쓰고, 이런 소설을 읽으며 나는 감동을, 세상의 많은 멋쟁이들이 비아냥거리는 그 감동이라는 것을 받는다."라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평대로, 오래 전 느꼈던 감각들이 되살아나는 순간들에 대한 담백하고 다정한 묘사가 위로가 된다. 눈에 띄는 소설집을 발표한 오한기(<의인법>)와 최정화(<지극히 내성적인>), 지난 해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로 크게 주목받은 장강명의 단편소설 등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