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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아빠가 아파서, 어떤 날은 수도꼭지가 고장 나서, 또 한번은 전염병이 퍼지는 바람에. 가족 소풍은 번번이 무산되었다. 드디어 엄마 아빠랑 처음 소풍 가는 날, 한껏 부풀어 있던 디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하루가 펼쳐진다. 엄마 아빠는 디다가 어떤 말을 해도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동문서답만 늘어놓고 있다. 디다는 무사히 차에 오를 수 있을까? 친구 여롬이의 말에 의하면 이럴 땐 소풍 요정의 도움이 필요하다. 소풍 요정을 부르는 방법은 풍선껌을 씹으면서 ‘소풍 요정 나타라’라고 말하기. 그런데 요정들이 언제부터 이랬나? 소원을 들어주기는커녕 피곤하다는 투정에 이것저것 심부름까지 시킨다.
서로의 말에 다정하게 귀 기울여주는 화목한 가족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아이는 끊임 없이 말을 거는 데 어른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대답 한 번 못한다. 낙서도 멋진 그림으로 볼 줄 아는 아이는 그렇지만 상상 속에서 비밀스러운 친구와 만나고 즐거운 놀이를 발견해낸다. 소원이라고 하기엔 너무 쉬운, 작은 바람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동화. 아이들을 제멋대로 판단하는 대신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어른들에게도 일침을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