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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김경욱다운, 수준 높은 소설을 발표해온 소설가 김경욱이 '이상문학상'의 40번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병 든 아버지를 돌보느라 점점 도시 바깥으로 밀려나는 딸의 삶. 어머니도, 동생도 새로 결혼을 해서 아버지 곁을 떠나갔지만 그는 아버지에 묶인 이 삶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진짜 삶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라고 묘사되는 참혹한 내면 속에서 늘 아버지의 죽음을 상상한다. 장국영과 커트 코베인의 죽음을 지나, "누군가 살려면 다른 누군가는 죽어야 했던 거야. 생존자들이란 어찌 보면 살인자들인 셈이지." (자선작 <양들의 역사> 중, 이 소설이 2015년 발표된 점이 의미심장하다)라는 서늘한 인식이 도래했다. 죽음이 요양병원의 병원비와 감자 한 알의 저녁식사와 대체되는 삶. 죽음마저도 존엄할 수 없는 요즈음의 삶에 대해, 날렵하게 계산된 잘 짜인 구성의 '단편' 소설이 질문을 던진다.
좋은 소설로 즐거움을 주었던 작가 김경욱의 자선대표작, 작가론 등을 함께 읽으며 작가 김경욱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우수상 수상작인 김이설의 <빈집>, 김탁환의 <앵두의 시간>, 윤이형의 <이웃의 선한 사람>, 정찬의 <등불>, 황정은의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등도 함께 실렸다. 지금 이 순간을 소설로 읽는 기쁨이 새해 만날 수 있는 수상 작품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