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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의 현실의 폭력마저 외면하지 않는 또렷한 주시. 장편소설 <바벨>의 '말'이라는 소재에 관한 우직한 고민과 도전적인 서술. 깊이 있는 소설로 질문을 던져온 소설가 정용준이 두번째 장편을 독자에게 내민다. 시공간을 초월해, 삶과 죽음까지도 넘어 사랑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물. 바닷 속의 바다, 오십 년의 시차를 온몸으로 견뎌내 삶의 세계로 돌아온 인물 토니오로부터.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해변. 거대한 흰수염고래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것'. 생명체가 '토니오'로 변해가는 사이 미국인 화산학자 시몬과 일본인 지진학자 데쓰로는 그의 존재를 사유하며 상실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시몬의 실종된 연인인 앨런을 바닷속에서 만났다는 토니오의 말을 믿지 않을 도리가 없는 시몬. 고베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데쓰로에겐 토니오의 이야기는 사이비 교주가 하는 말고 다를 바가 없이 들린다. 어떤 깊은 슬픔이 머무르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가 있다면 위로가 될 수 있을지를 소설은 묻는다. 죽음보다는 삶을, 고통보다는 기억을, 절망보다는 숭고함을 향하는, 상실을 경험한 이들을 향한 토니오로부터의 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