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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는 늘 다시 쓰인다. 역사를 주도하는 힘을 가진 세력이 어디냐에 따라 세계사의 중심이 바뀌기도 하고, 사람들이 어떤 세계를 꿈꾸고 만들려고 하는지에 따라 앞서 벌어진 일들의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렇듯 흔들리는 세계사가 불안한지 ‘균형 잡힌 세계사’를 시도하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누구의 관점에서 혹은 누구를 위한 균형이냐에 따라서 '잡힌 듯 보이던 균형'은 금세 흐트러지고 만다.
그래서 어떤 세계사를 찾는 거냐고 묻는다면, 역시 균형보다는 '매력적인 세계사'가 재미나지 않겠느냐며 이 책을 권하면 되겠다. 동서 교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실크로드를 내세워 서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난 '균형 잡힌 세계사'를 쓰는 듯 보이던 이 책은, 이내 실크로드에도 균형에도 얽매이지 않고, 그야말로 사람과 자원과 권력과 문화가 옮겨다닌 과정을 따라 '세계가 만나고 역사가 흐르는 길'을 밝히며 신나게 달린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으나, 달리는 길이 즐거우니 걱정은 없다. 그렇게 도착한 오늘의 실크로드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일단 세계가 달라 보이니 길은 천천히 찾아도 되겠다. 우선 이 매력적인 세계사를 충분히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