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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0일생
2월 30일생
김서진 지음
추천자:
김용언(미스테리아 편집장)

이를테면 『토지』의 주인공이 뼈대 있는 양반가의 마지막 핏줄 최서희가 아니라, 살아남겠다는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김두수나 임이네였다면 이 소설의 방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2월 30일생』의 주인공 박대길이 그런 인물이다. 힘에 대한 무시무시한 의지만으로 생을 질주해온 대길이 최후의 순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혈육과 대결하는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60년 시공간을 넘나드는 미스터리는 지칠 줄 모르고 많은 사람들을 옥죄어 들어온다. 누군가는 과거란 내쳐야 마땅한 비루한 족쇄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거를 직시하고 기억하려 결심하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탈출의 가능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 현대사와 미스터리의 멋진 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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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추천자:
장은수(문학평론가, 편집인)

황정은의 문장은 정말 독특하다. 간결한 압축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고밀도로 응축하는 단문의 미학이 이 소설에서 하나의 경지를 넘어섰다. 이는 짧기만 하고 내용은 부실한 소셜미디어식 단문체를 혁신한다. 계속해 보겠다니? 무엇을 계속해 보겠다는 것일까? 당연히 삶이다. 이 부실한 세상에서도 우리는 사랑을, 희망을 품고 계속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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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추천자:
정용준(소설가)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문장으로만 표현된다. 소설을 하나의 몸을 가진 생물이라고 가정해 볼 때 문장은 피와 살과 뼈, 팔과 다리와 머리다. 최진영이 쓴 이 소설은 첫 페이지를 펼치고 한 문장만 읽어 봐도 이 소설이 어떤 생물일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어떤 피부를 갖고 어떤 기운을 품고 있는지, 심지어 눈동자에 어려 있는 날카로운 빛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독자는 이 문장을 다 읽고 싶은 욕망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어떻게 생긴 생물인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껴안고 싶은 소설이다. 아니, 잡아먹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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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시장
국경시장
김성중 지음
추천자:
김효선 (알라딘 소설 MD)

경계 밖에 존재하던 세계가 현실이 된다. 소설은 환상의 이미지를 천연덕스럽게 경계 안으로 끌어들인다. 자유롭게 확장하는 아름다운 세계에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더 아름다운 것을 욕망한다. 기억과 화폐를 교환하는 국경의 환상에 취해 모든 기억을 잃을지라도 순간의 환상을 구매하려 하는 여행자들. 천재적 재능을 얻는 대신 짧고 고통스러운 삶을 얻는다는 ‘쿠문’을 기어코 선택, 선명한 고통을 경험하며 육체를 잃고 마는 사람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야기 본연의 욕망, 소설 안에서 생생하게 꿈틀대는 인간의 욕망이 맞물린다. 기어코 예정된 불행을 향해 발을 딛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세계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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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구병모 지음
추천자:
이승우(소설가)

복잡하게 얽힌 도시의 구질구질한 뒷골목을 닮은 특유의 만연체 문장으로 구병모는 세태와 인간의 내부를 샅샅이 휘젓는다. 세태를 세밀하게 그리되 인간의 본성도 놓치지 않는다. 일상의 평범함을 추구하는 가장 소박한 꿈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인물들의 비루한 현실을 환상과 병치시킴으로써 써낸 한 편의 묵시록 같은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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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이 아닌 모든 것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이장욱 지음
추천자:
김슬기(매일경제신문 기자)

2015년 상반기 가장 다채로운 재미와 지적 포만감을 주는 소설집이었다. 이장욱은 문체와 언어뿐만이 아닌 형식을 통해서도 한권의 책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최대치의 실험을 보여준다. 이국적인 제목 혹은 말장난 같은 제목의 단편들은 예술과 예술가의 탄생에 대해, 소문과 실체에 대해, 사랑이란 감정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결국 누군가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집요한 질문을 이어간다. 이상한 이장욱의 나라의 인물들은 별나지만 기묘하게 현실적이어서 기억에 잔상처럼 남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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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누나
하일지 지음
추천자:
금정연(서평가)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는 버릇이 있다. 직업병이다. 가끔은 밑줄을 치는 일을 잊는 책을 만나기도 하는데, 하일지의 『누나』가 그랬다. 과연 이 작품을 “현대판 삼국유사”(이영준) 또는 “새로운 질마재 신화”(장석주)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끝내주게 웃기는 책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낄낄대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부당하게 잊혀진 이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건 누나의 이름이기도 하고 하일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책장을 덮은 후 오랜만에 하일지의 지난 소설들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한참을 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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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시간
도시의 시간
박솔뫼 지음
추천자:
박태웅(독자)

이 소설의 매력은 짧고 사색적인 문장, 극적 사건이나 갈등보다 시적 문체와 비현실적 사건, 꿈같은 현실, 반복되는 일상을 그림으로써 죽음과 무의미, 사랑 등의 특징을 인상적으로 그려 냈다는 데에 있다. 때로 랩을 연상하게도 할 정도로 작가가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사유의 편린(片鱗)들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는 멍한 눈으로 칠판을 바라보며 누군가 죽은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건 차갑고 굳은 몸이 생겼다는 것”이라는 문장은 결코 가볍지 않은 작가 특유의 사유의 힘을 보여준다. “시간은 모든 사람의 수만큼 길을 걷고 그건 슬퍼할 일도 안심할 일도 아니고 너무 많은 우리는 단지 그 길에 던져졌다는 그 정도의 일”이라는 문장은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젊음의 낯선 아름다움과 고뇌의 시간들을 보여준 ‘도시의 시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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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자화상
두번의 자화상
전성태 지음
추천자:
김미월(소설가)

소설(小說)을 한자로 풀이하면 ‘작은 이야기’지만 무릇 훌륭한 작가는 그 작은 이야기를 통해 거대한 세계, 그리고 그 너머까지도 상상하게 만든다. 그것을 확인시켜 주는 귀한 책이 전성태의 소설집 『두 번의 자화상』이다. 전성태는 등장인물 개개인의 남루하고 초라한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지금 이곳 우리 사회의 역사적 현실을 이야기하고 나아가 인간 세계 전체의 환부를 들추어낸다. 작품마다 좋은 질문이 가득한데 섣부른 대답은 없다. 내용은 비극적인데 그것을 묘사하는 작가의 시선은 서정적이다. 그래서 더욱 뼈아프게 읽히고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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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깔들의 밤
모든 빛깔들의 밤
김인숙 지음
추천자:
신준봉(중앙일보 기자)

극적인 사건 전개, 인간 감정의 극단적인 모습들을 절절하게 묘사하는 데 장기가 있는 김씨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 작품이다. 소설의 여주인공 조안은 한국소설에 반복해 등장하곤 하는 커다란 상처로 인해 극도로 자폐적인 삶을 사는 '자기 안에 갇힌' 여성이다. 조안의 곤경이 뚜렷한 사회적 부조리 때문에 발생한 대형 사고로 인해 생겼다는 점이 소설의 특징이다. 사소한 실수가 쌓이고 쌓여 재앙에 가까운 대형 참사가 되어 버린 지난해 세월호 사건과 여러 모로 겹쳐 시사성이 높다. 단순히 소재적 흥미 이외에 개성적이면서도 생생한 인물 묘사가 소설 가독성을 높이는 윤활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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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들 1
목격자들 1
김탁환 지음
추천자:
김수정(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소설 속 과거 인물 백탑파가 통쾌하게 현재 우리를 치료한다. 우리 모두에게 엄청남 충격과 아픔을 가져온 세월호 사건…….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조운선 침몰의 기록을 가져와 치밀하게 사건을 재구성한다. 선박침몰 사건과 연이은 살인사건, 부패한 권력은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소중한 생명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진다. 이에 맞서 매력적인 탐정 ‘백탑파’는 치열하게 사건을 파고들어 해결해 나간다.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라 목격자가 되어야 한다.” 힘 있는 메시지와 함께 희망을 주는 이 소설의 미덕은,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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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추천자:
도진기(소설가)

진시황의 불로초 사냥, 서복 전설과 현대의 상상력이 만나 이루어지는 모험 이야기이다. 소설이란 원래 재밌는 이야기이고 이런 신나는 거였다는 걸 새삼스레 일깨워준다. 작가의 자기만족이 아니라 철저히 독자의 재미를 위해 쓰인 책. 역시 책을 집어 들게 하는 힘은 주인공의 고뇌나 목적의식의 강렬함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이다. 전설의 기원이 된 중국이나, 서복이 도착했다는 일본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한국에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걸 알면 중국과 일본이 머쓱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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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사람
신중한 사람
이승우 지음
추천자:
오은(시인)

착하게 살아도 난데없이 뒤통수를 맞는다. 신중해도, 아니 신중해서 불이익을 당할 때도 있다. 신중함은 일종의 기질이겠지만, 삶의 기만 앞에서 그것은 매순간 비겁함으로, 소심함으로, 때로는 어리석음이나 우유부단함으로 둔갑한다. 이 소설집을 읽으면 ‘신중함’이라는 말이 약간 “기우뚱”해지는 기이한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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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금지, 에바로드
열광금지, 에바로드
장강명 지음
추천자:
김이환(소설가)

에반게리온 오타쿠로 살아온 주인공은 단지 에반게리온 이벤트를 완료하기 위해 5개국을 여행한다. 어째서 주인공이 이런 일을 하는 가를 질문한 소설은, 오타쿠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로 이어져, 젊은 세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리고 타인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로 질문을 확장한다. 주인공이 걷는 '에바로드'는 소설의 결말이지 본론이 아니다. 소설은 어째서 주인공이 에반게리온을 사랑하는 오타쿠로 살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주인공을 이해할지 그러지 않을지 판단은 독자의 몫이겠으나, 그 시도에 큰 의미가 있다. '소통'이 화두인 이 시대에 가치 있는 주제를 다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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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별 1
유다의 별 1
도진기 지음
추천자:
최혁곤(소설가)

일제 강점기 백백교 교주의 자살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현대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상상력으로 접목시킨 작품. 시공을 넘나드는 서사는 명쾌하고, 사건을 파헤치는 변호사와 형사 콤비의 캐릭터는 선명하며, 예상치 못한 결말은 놀랍다. 유기적인 복선의 연결구조는 마지막 장까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저자의 법률 전문가 이력이 사건 전개의 디테일을 한껏 살렸다. ‘재미있는 추리소설’의 기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 인간의 탐욕과 광기의 숭배에 대한 성찰 또한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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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동 사람들
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지음
추천자:
이용훈(서울도서관장)

정아은 작가는 서민들이 살던 잠실 주공아파트 단지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우리 자신의 현재를 드러낸다. 작가는 독자들에의 시선을 뜨겁게 만들어 주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소설은 그런 역할을 잘 해 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장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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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들의 세계사
차남들의 세계사
이기호 지음
추천자:
최재봉(한겨레신문 기자)

『차남들의 세계사』에서 ‘차남’이란 가해와 피해, 억압과 굴종, 진실과 허위가 길항하며 습합하는 정치적 맥락을 품은 말이다. 고아원 출신 택시 기사 나복만이 엉뚱하게도 시국사범으로 몰려 고문을 당한 끝에 조직 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평생을 수배자이자 도피범으로 지내야 했다는 게 이야기의 대강이다. 학식은 얕아도 심성만은 맑고 깨끗했던 나복만이 ‘한 건’을 노리는 정보기관원의 먹이가 되어 파멸하고 마는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작가는 특유의 입심과 능청으로 유장하게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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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추천자:
이영준(문학평론가)

천명관 소설은 능청스럽다. 이 능청을 통해 천명관은 가혹한 현실이 때로는 폭력적으로 우리를 좌절시키고 때로는 간교하게 훈육해서 걸보기에는 멀쩡한 외피를 갖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천명관 소설에서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이 외피 아래 갇힌 욕망이 조금씩 비어져 나오는 순간이야말로 천명관 소설이 노리는 바다. 오늘의 현실에서 죽은 목숨이나 진배 없이 살아야 하는 목숨에게, 산 목숨이 죽은 목숨보다 조금이나마 나은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 천명관의 소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삶이 비루할 대로 비루해졌을 때, 그 비루함을 그 자체로 긍정하면서 또한 동시에 부정하는 관점, 인간에 대한 연민이라 할 이 관점을 천명관의 소설은 천연덕스레 보여준다. 이 능청과 천연덕스러움은 우리 시대 소설의 큰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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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토우의 집
권여선 지음
추천자:
손정수(문학평론가)

인간 내부의 어두운 의식의 세계를 냉소적인 문체로 그려내던 작가의 시선이 점차 역사적 사건으로 향한 이래, 이 작품에 이르러 역사와 역사의 운명을 감당해야 하는 인물을 말하는 새로운 한 가지 독창적인 방식이 성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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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추천자:
박해현(조선일보 기자)

성석제의 『투명인간』은 오늘의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시대정신이 돋보인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그 존재감을 상실했기에 보이지 않는 소외 계층의 고단한 삶을 활달한 서사로 그려냈다. 1960년 생 인물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겪는 역사의 격랑과 개인사의 우여곡절이 잘 뒤섞여있고, 오늘날 중산층 몰락에 직면한 한국 사회의 상황을 지적한 시의성도 눈길을 끈다. 세태와 풍속의 변화를 반영한 작가 특유의 입담이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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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트렁크
김려령 지음
추천자:
원미선(북이십일 문학개발실 실장)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가장 치열한 관계, 결혼은 무수한 사이의 그물로 고유한 인물의 표상을 무한히 낳는 소재다. 『트렁크』는 독자들에게 결혼을 ‘출장’으로 던졌다. 생계를 위해 피할 수 없지만, 되도록 심플하게 임무를 끝내고 싶은 어떤 지경. ‘매번 음주측정기를 부는 것 같고, 도로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때문에 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느낌’에 끊임없이 시달리지만, ‘조금 병신 같아도’ 그런 삶을 덜 상처받는 길로 선택한 인물의 과장된 ‘홀가분함’이 악쓰기보다 외면이 더 익숙한 어떤 세대의 들숨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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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지음
추천자:
백다흠(은행나무 편집장)

제목이 주는 호기심으로 읽게 된 『한국이 싫어서』는 나도 모르는 순간 완벽한 수동태가 되어 단숨에 끝나 버리게 되는 허무함이 매력이다. 빠르고 경쾌하다. 그리고 한국이 싫어 고통 받는 한국 사람에게 이 소설은 위안이 된다. 이런 아이러니라니! 이 소설은 적확하게 이 아이러니를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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