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조’는 맨해튼의 작은 인디 서점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에서 일한다. 어느 날 서점에 들어선 ‘벡’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조. 흔해 빠진 베스트셀러가 아닌 조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친구를 위해 두 번째 산다는 벡에게 운명을 느낀다. 조는 벡과 가까워지기 위해 자기 식대로 벡에 대한 모든 것을 하나하나 알아나간다. 벡의 뒤를 쫓고, 몰래 집에 들어가고, 벡이 올린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탐닉하면서. 벡에게는 잘나가는 사업가인 남자 친구가 있지만 조에게 그는 허세로 포장된, 반드시 제거해야 할 방해물일 뿐이다.
2014년 미국에서 출간, 서스펜스 매거진의 ‘2014년 올해의 책’과 영국 데일리 메일의 ‘2014년 올해의 범죄소설’에 선정된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 어느 사이코패스의 사랑》은, 스티븐 킹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미저리》와 2014년 영화로도 개봉되어 큰 사랑을 받았던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와 끊임없이 비교되고 있다. 사이코패스이자 스토커인 조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조를 응원하게 되는, 이른바 스톡홀름 신드롬을 경험하기에 이른다. 한편 이 작품은 소셜미디어 시대의 초연결성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섬뜩하리만치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조는 딱히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고 벡의 정보를 모은다. 벡이 SNS에 과시하듯 올린 글, 사진, 개인정보를 이용할 뿐이다. 그리고 조는 진심으로 벡을 사랑한다. 연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서로의 스마트폰 비밀번호까지 공유하는 그들과 조의 방식이, 글쎄, 과연 얼마나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그야말로 갑자기 세계 인구의 2퍼센트가 사라져 버렸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없어진 것이다. 마치 성경의 휴거와 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이 사건이 휴거가 아니라고 가장 강력히 주장한 자들이 바로 기독교인들이었다. 만약 휴거라면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사라졌어야 했는데 실제로 사라진 자들의 종교는 무신론을 포함해 각양각색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이유를 알 수 없는 대규모 증발 사건이었고, 남은 사람들은 이 사건이 남긴 상흔을 안은 채로 살아가야 한다. 자신을 제외한 가족 모두가 사라져 버린 사람처럼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자기 주위에서는 아무 일이 없었더라도 세상이 어딘가 변했음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 급작스런 증발 이후의 세상은 이전과 똑같았고 괴이한 사건은 더 일어나지 않았으나, 이미 이 세상의 상식이라는 단단한 축은 무너져버렸다.
<레프트오버>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 한 소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상식이 무너진 자리에는 사이비종교나 회의주의나 이유 없는 절망이 깃들고, 이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들도 가지가지다. 누군가는 삶을 포기하려들고, 남은 사람들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새삼 되묻는다. 잊고 살았던 소중함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소중함을 잃어버렸음을 비로소 자각하기도 한다. <레프트오버>는 소도시의 보통 사람들의 삶을 그리는 동시에 중산층의 튼튼한 삶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인생에 중요한 게 무엇인가? 정답이 있었다면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레프트오버>는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시험 문항이 다 달랐다고 말하는 듯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소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