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가 2025년을 이끌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SNAKE SENSE'를 공개하며 그 베일을 벗었다. 2025년 '뱀의 해', 뱀이 그 어떤 사냥감도 놓치지 않듯,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모든 전제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경계를 넘어서는 날카로운 통찰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2025년,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하고 민첩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기로, 뱀의 본능처럼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가 매년 출간될 때마다 필독서로 꼽히는 이유는 그 자체가 단순한 트렌드 분석서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는 지침서로 자리매김한 덕분으로 보인다. 이 책은 단순한 예측을 넘어 우리의 삶과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를 주도하는 요인들을 명확하게 짚어내며, 개인이든 기업이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를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이 책은, 단순한 트렌드 이상의 사회적, 문화적 통찰을 제공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트렌드 코리아는 '늘' 새롭다.
제시된 키워드 중 개인적으론 아주 보통의 하루(아보하)에 주목하고 싶다. '아보하'는 그냥 보통의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하는 삶의 태도다.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고 SNS에 인증하는 대신 집에서 차 한 잔을 조용히 즐기거나, 주말마다 새로운 여행지를 찾기보다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것을 선호한다. 오늘 퇴근길, 난 마트에 들러 와인을 담아 가야겠다. 오늘 '아보하'는 정해졌다.
- 경제경영 MD 김진해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에 한때 창경원이라는 동물원이 있었다. 이 유원지가 영업했던 것은 1909년부터 1983년까지의 일로, 일제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창경궁 복원 계획이 시작되어 현재는 궁궐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과거에 그 자리에서 코끼리를 보던 서울시민들처럼 현대 도시인들은 이제 인스타그램에 궁궐 야행 관람기를 남기며 2020년대를 보내고 있고, 한때 그곳에 원이 있었다는 흔적은 원의 서쪽이라는 '원서동'이라는 지명 정도에나 남아있다. <경애의 마음> 김금희의 장편소설을 이끌어가는 서술자, 30대 여성 '영두'는 한 시절 이 원서동에 살았던 일이 있다. 그 시절의 좋았던 기억마저 분갈이하듯 통째로 파내고 싶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던 어린 날이었다.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의 백서를 기록하는 일을 맡게되며 석모도에서 원서동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영두는 대온실을 수리하는 노동을 통해 원서동에서 꺾였던 자신의 마음과 석모도의 조카 산아의 마음과 대온실 구조 아래 묻힌 역사의 진실을 고쳐 쓰는 일을 대면하게 된다. 함께 일하는 건축 사무소의 사람들, 영두의 가족이 되어주는 은혜와 산아, 낙원 하숙에서 영두와 함께 살았던 문자 할머니, 그 시절 영두의 첫사랑 순신 등의 인물들이 구체적인 묘사와 함께 생동하여 어느덧 영두가 사랑한 그들의 얼굴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상한 마음으로도 마음 다해 일하는 사람들이 대온실 밑바닥의 비밀을 향해 다갈 때 영두가 묻어둔 비밀 역시 조금씩 발굴된다. 비밀이 묻힌 가장 깊은 곳을 향해 뻗어가는 이야기의 가지에서 힘이 느껴진다. 얼음 같은 수난을 녹이는 말을 주고 받으며 나아가는 그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에게 존경을 전하는 품위 있는 소설이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이 추천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처음에 배운 건 수리의 종류에 관한 용어들이었다.
이 책의 한 문장
“사람을 믿는 게 잘못은 아니야. 네 말대로 그렇게 혼자라면 믿어야 살 수 있으셨겠지.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누군가를 믿기도 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회와 인간의 일상을 깊이 탐구하는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그가 두 번째 예보로 돌아왔다. 길어진 수명, 짧아지는 직업의 생명, 그리고 무섭게 발전하는 기술 앞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송길영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포착했다. 그의 두 번째 시대예보, '호명사회'는 핵개인들의 ‘이름’을 되찾는 시대를 예고한다.
<시대예보: 호명사회>에서는 개인들이 더 이상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이름을 찾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기술 발전과 직업의 유동화로 인해 한 번의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조직의 이름 뒤에 숨을 수 없고, 숨을 필요도 없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전작 '핵개인의 시대'가 개인화된 사회로의 전환을 다뤘다면, 이번 책은 그 개인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송길영은 경쟁의 과열, 직업의 불안정, 그리고 새로운 공정성을 바탕으로 한 자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다가올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들을 제시한다.
송길영이 제시하는 '호명사회'는 단순한 예측이 아닌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다. 더 이상 안정된 직업이나 조직에 기대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자신만의 이름을 찾아내고 자립할 준비를 해야 한다. 변화의 시그널을 읽고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도태될 위험이 있다. 대다수를 패배자로 만드는 시대, ‘나의 이름’을 찾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두 번째 '시대(代)예보'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번째 '시대예(豫)보'를 기다리면서 글을 마친다. 앞으로의 시대(時代)는, <시대예보(時代豫報)>에 담긴다.
- 경제경영 MD 김진해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 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 책은, 2023년에 먼저 선보인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대상 수상작 <감염 동물>과 더불어 100% 어린이 심사위원단에 의해 선택된 작품이다. 여러 동화를 집필해 온 김영주 작가는 반려동물이 아닌, '반려 요괴'라는 신선한 콘셉트로 판타지 동화를 집필하여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려 요괴는,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꿈과 상처의 상징이다. 주인공 주희는 춤이 싫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춤을 억지로 추며 자신과 다르게 인기 많고 활발한 쌍둥이 언니 세희와 친구들에게 맞춘다. 어느 날, 신비한 요괴의 세계로 이끌려 가게 된 주희는 그곳에서 반려 요괴를 맞이한다. 요괴 세계의 환경 그대로,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고 살뜰하게 보살피며 반려 요괴에게 자신의 고민과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반려 요괴는 주희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럭무럭 자라는데…
반려인이 귀가할 때면 문 앞까지 마중 나와 반겨주고, "간식!" 하고 말하면 기막히게 알아듣고 총총 뛰어와 웃게 만드는 반려 고양이가 무려 둘이나 있다. 그 작고 보송한 존재들이 지친 삶에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 얼마나 안심되게 해주는지 모른다. 이 책은 동물의 자리에 기묘한 요괴 요소를 집어 넣어 우선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요괴와 인간이 서로가 서로에게 반려가 되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고도 훈훈하게 그린다. 밤코 작가의 알록달록한 그림은 요괴들의 세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 어린이 MD 송진경
심사평 중에서
산뜻하고 세련된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반려 ‘동물’이 아닌 ‘요괴’라는 발상이 흥미로웠고, 요괴가 요괴 혹은 인간의 반려 존재가 된다는 설정도 참신했다.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와 돌봄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키워 가고 관계를 재정립한다는 이야기는 동화의 기본이지만, 요괴, 수레지기 등의 판타지적 요소가 이 작품을 새롭게 보이도록 만든다. - 김서정 (아동문학평론가, 번역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