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고 푸른 점이 지금의 인간에게는 광증으로 뒤덮인 미지의 세계. 인간은 고향 행성을 빼앗기고 지하로 내려왔다. (46쪽)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오늘의 작가상, 중국 성운상, 은하상 등을 수상하고,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로 15만 독자와 만난 김초엽이 두번째 소설을 내놓았다. 식물과 함께 세계의 끝으로 향하던 상상력이 지하 세계로, 균의 서식지로 향한다. 칼 세이건이 말한 '창백한 푸른점'은 이제 타자의 것. 지구 바깥이 아닌 지구 아래에서, 범람하는 균이 유혹적인 빛깔로 문명이 남겨둔 건축물을 잠식한 세계를 상상하며 SF가 시작된다.
광증을 퍼트리는 아포(芽胞), 포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인간은 어둑한 지하세계에 살고 있다. 하늘의 노을과 별빛, 지상의 황홀한 색채를 그리워하는 태린은 지상을 갈망한다. 지상을 오갈 수 있는 존재인 '파견자'가 되기 위해 태린은 자격시험에 응시한다. 지하세계의 질서의 부적응자였던 태린은 그 부적응 덕분에 머릿속 '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쏠'의 도움으로 높은 점수로 태린이 시험을 통과하는 순간 발생한 사건으로 세계는 위험에 처한다. 이제 이어지는 질문, 이제 우리는 위험에 처한 이 세계가 과연 우리의 세계인지, 세계를 위험에 빠트린 의지가 나의 의지인지 그 경계에 대해 답해야 한다.
단행본 430쪽 가량의 분량의, 장편소설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무게감 있는 소설이 속도감 있게 이어진다. 서바이벌 게임의 한 챕터를 넘어서는 감각으로 인물과 함께 상승하며 마주하는 경계에 관한 질문. 이제 게임이 시작된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눈앞의 범람체들이 태린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어서 가까이 와서 자신을 살펴보라고. 직접 만지고 냄새를 맡고 먹어보라고.
"범람체는 인간을 미치게 한다. 이성을 집어삼켜 광기와 죽음에 빠뜨린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태린은 소리를 내어 중얼거렸다. 이 도시는 생명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득찬 곳이라고. 인간은 이 색채들 속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따라오거라. 질문은 일절 하지 말고." 한밤중의 창덕궁, 의녀 현은 불안한 마음으로 의원의 뒤를 따라간다. 한참을 걸어 그가 당도한 곳은 커다란 전각. 현판에 "저승전"이라고 쓰인 그곳은 사도세자의 처소였다. 세자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여러 겹의 문을 통과해 다다른 궁의 깊은 곳엔 한 남자가 이부자리에 누워 있다. "말해보게. 저하의 문제가 무엇인가? 종일 힘을 못 쓰고 피곤해하신다네." 세자빈의 음성에 왕족을 치료한다는 두려움으로 질끈 감았던 눈을 뜬 현은 충격에 휩싸인 채 얼어붙는다.
의원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 태연하게 그를 진맥하고 증상을 읊지만 탕약을 든 현의 손은 부들부들 떨린다. 세자빈은 그런 현에게 계속해서 세자를 치료하고 "전하께서 저하를 부르실 경우 몸져누워 계신다 고하라."고 명한다. 공포에 질린 현에게는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 외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딘가 괴이한 분위기 속에서 마침 세자의 방에 꽂혀 있는 책들도 주술서와 귀신을 다루는 법에 대한 서책이었다. 소문대로 세자는 무언가에 홀린 것인가. 그렇게 흐르던 칠흑 같은 밤은 갑작스레 문을 열고 들어온 내관의 고함에 산산조각난다. "도성에 큰 화가 닥쳤습니다. 마마. 사, 사, 살인,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궁에 들어가는 이들 앞에는 피로 얼룩진 길이 놓여 있다. 피바람이 불 것이야. 너희가 피를 흘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현에게 의술을 가르친 스승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의술을 연마한 혜민서에서 벌어진 미궁의 살인 사건을 마주한 현은 반드시 진상을 밝혀내겠다는 각오로 그 피바람의 중심으로 향한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에 이어 또다시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로 돌아온 허주은 작가의 신작으로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어워드' 수상, '뉴욕공립도서관 선정 최고의 책' 등 미국에서 먼저 큰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에서 "감탄할 만한 정치 스릴러, 치밀한 배경 구축,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은 독자를 완전히 사로잡는다."고 추천했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한 문장
에드거상 후보에 올라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할 때 수상에 대한 기대는 없었습니다.
상을 타지 못할 것이라 확신해 수상 소감도 준비하지 않았어요.
저는 생각했습니다. 한국의 역사, 한국의 비극을 다루고 한국인 여성 탐정이 주인공인 책이 미국의 권위 있는 미스터리상을 탈 리가 없잖아? 그래서 수상자로 호명되었을 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서양 역사와 서양 문화 소재가 아니라고 외면받지 않고, 한국의 이야기가 이토록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대에 산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 한국 독자들에게
아기 고양이가 살아남아 성묘가 될 확률은 3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요소들이 도처에 깔려 있어, 어렵게 살아남더라도 그 수명조차 3년 안팎으로 매우 짧다. 대한민국이란 곳에서 길 위의 고양이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척 혹독한 일이고, 무사히 살아남아 성묘가 된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2009년 첫 번째 고양이 책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시작으로 다양한 고양이 책을 집필한 '고양이 작가'이자, '고양이 식당' 운영자 이용한 시인이 새롭게 펴낸 이번 책은 기적의 40마리 고양이에 관한 특별한 기록이다. '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코너로 어린 시절의 모습과 성묘가 된 이후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오랜 기간 깊은 사랑으로 살뜰하게 보살펴온 고양이 각각의 사연과 성장 과정을 들려주며 울고 웃게 만든다.
- 에세이 MD 송진경
당신이 하나의 방 안에서 평생을 산다고 상상해 보자. 그 안에는 당신과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이 모여 있고, 그 방은 무한히 넓으며,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 방을 디자인할 수도 있다. 다만 그 방에는 문이 하나뿐이며, 입구는 될 수 있지만 출구는 될 수 없다. 즉, 모두 들어오기만 할 뿐 아무도 나가지 못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자기 방에 들어오려고 할 때 까다롭게 따져보고 입장을 허락할 것이다. 당신은 누구를 방 안으로 들이고 누구를 들이지 않아야 하는가? 방 안에 이미 들어와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현대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사람들은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 때문에 우리는 종종 내키지 않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인연을 맺은 뒤 고통스러워한다. 혹은 가족처럼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지쳐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인간관계를 나가는 사람이 없는 하나의 방에 비유한 것은 어떤 면에서 진실과 맞닿아 있는데, 뇌과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방식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알고 지낸 수많은 사람의 영향이 알게 모르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누구를 방에 들어오게 할지, 일단 들어온 사람들은 어디에 머물게 할지 신중히 결정해야 자기 삶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갈 수 있으며, 이 책은 ‘문지기’와 ‘관리인’의 개념으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개념은, 그 방의 주인이 바로 당신이라는 것이다.
- 자기계발 MD 박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