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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노린 음모 젊은 근희의 행진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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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우리 삶은 악몽이 된다.”
미국을 노린 음모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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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비명이 동네의 모든 집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밤이 끓어오른다. "그가 대통령이라니." 부글거리는 분노와 탄식. 1940년 미국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찰스 린드버그에게 패배한 것이다. 대서양 무착륙 횡단 비행에 성공해 미국의 위대한 영웅으로 부상한 린드버그는 미국이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하지 않을 것을 공약으로 내세워 기어이 당선됐다.

나치 훈장을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히틀러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온 린드버그. 그는 미국이 독일에 대항하는 것은 기필코 막겠다는 사명으로 고립주의와 친파시즘을 표방한다. 미국 사회는 우경화의 길로 내달리며 편을 갈라 극렬히 나뉘고, 숨어 있던 차별과 혐오가 공공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국경일을 열심히 준수했고, 7월 4일의 불꽃놀이나 추수감사절의 칠면조 요리를 끔찍이 좋아한다고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할 수 있었"던 '나'의 일상도 그렇게 파괴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패배해 3선에 실패하고, 당시 미국 국민의 우상이었던 실존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는 가상의 설정에서 출발한 <미국을 노린 음모>. 미국 현대문학의 명실상부한 거장 필립 로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소설은 2004년에 쓰였지만 십여 년이 지난 후 뜨겁게 다시 읽혔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직후다. HBO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될 만큼 다시 큰 주목을 받았다. "어떻게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나라를 맡게 되었을까?"라는 처절한 물음. 무서우리만치 생생하게 도래할 현실의 얼굴을 하고 있는 소설이다. - 소설 MD 권벼리
추천의 글
로스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썼다. 살아 있는 모든 이의 피부를 파고드는 역사를 그보다 잘 포착해내는 작가는 없다.
- 가디언

그의 최고작이자 그의 다른 모든 작품이 불러일으킨 논란의 합보다 더 큰 논란을 불러올 작품.
- 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

지금까지 로스가 발표한 작품 중 가장 강력하다. 심오하고 창의적이고 끔찍할 만큼 현실적인 작품.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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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젊은 근희의 행진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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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털이 도망갔다는 걸 알아챈 건 작년 말의 일이었다. 먹고 사느라 존엄을 헐어 팔아버리면 머리털도 이 삶을 견디기 어려워 내게서 도망간다. 털이 빠진 내 눈엔 한동안 다른 사람들의 정수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처럼 털이 빠진 사람들을 보면 그들 각자의 슬픔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2021년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이서수의 소설 <미조의 시대>에도 내가 지하철에서 마주쳤을 법한 여성, '수영'이 등장한다. 1970년대에 가발 공장이 있던 '구디'에서 2020년대의 직장여성 수영은 야하고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19금 웹툰을 그린다. '작업을 하다 엎드려 우는 동료도 있었고, 우울증 약을 먹는 동료도'(14쪽) 있지만 그 모두가 내일은 맑은 얼굴로 '약봉지를 흔들며'(희정의 <일할 자격> 중) 직장으로 걸어가야 한다. '떡집에서 못 팔고 버린 떡 같은 하루.'(20쪽)를 건너야 제 먹이값을 벌 수 있다.

미조야, 너 그거 아니? 인간을 육체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간이지만,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것은 시대야. (37쪽)

2023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젊은 근희의 행진>은 서로 결이 다른 한 자매의 이야기이다. 노출의상을 입은 채 독서 유튜브 운영하는 동생 근희를 거북해할 자유가 문희에게 있듯, '정색하면서 안 그런척해서 얼마나 꼴보기 싫은지 몰라'라고 언니 문희를 속물이라고 말할 자유가 문희에게 있다. 참새도 민들레도 아니기에 머물 곳이 필요한 우리, 자산은 너무 먼 곳에 있고 하루는 고통스럽다. 꿈과 현실과 머물 곳 사이의 함수값을 오가며 엉킨 우리가 같지 않은 채로도,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함께 행진할 수 있다고 이 소설들은 말한다. 이서수의 소설처럼, 동시대를 함께 행진하는 소설을 앞으로도 많이 읽고 싶다. 소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같이 읽고 같이 얘기하자고 동시대의 소설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소설. 문장을 빌려 말하고 싶다. 이 소설, 많관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나에게 그 회사를 추천해준 사람은 수영 언니였다.

이 책의 한 문장
집이든 몸이든 뭐든 그냥 다른 사람들이나 떠들라 하고 우리는 이렇게 아이처럼 장난이나 치며 살까. 하지만 자꾸 울고 싶은 일이 생기는 걸 어쩌나.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사건이 우리 가슴에 유성처럼 떨어질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서로 소매가 엉킨 채로 함께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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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디스토피아로부터"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댄 야카리노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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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거나 버스, 지하철을 이용할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핸드폰을 보면서 걷는 사람도 많고 자전거를 타면서 핸드폰을 보는 사람도 보았다. 나조차도 핸드폰 없이 혼자 밥을 먹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광고를 오히려 기대할 때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에 많은 사용자들이 이끌려 다니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폭풍이 지나가고>의 작가 댄 야카리노가 이번에는 현실과 비슷한 디스토피아 이야기를 선보인다. 주인공 빅스가 살고 있는 시대는 '눈'이 따라다니며 이도 닦아주고 옷도 입혀준다. 읽어야 할 텍스트도 골라주고 기계의 주인이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다닌다. 마치 지금의 핸드폰처럼.

'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빅스가 숨은 곳은 폐허가 된 지하의 도시. '눈'이 없는 그곳에서 도시를 탐방하다 도서관을 발견한다.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걸 읽는 자유를 느끼고 '예술과 동물과 우정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자유와 앎의 기쁨. 책과 독서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이 시대에 알맞은 이야기를 볼 수 있다. - 어린이 MD 임이지
책 속에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책을 읽었어요. 몰래몰래. 책을 읽고 사람들은 조금씩 변했어요.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했어요. 더 많은 것을. 더욱더 많은 것을! pp.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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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양효실 추천"
엄살원
안담.한유리.곽예인 지음 /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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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언제나 일정 정도 이상의 선명도를 요구한다. 글이 글로서 완성도를 가지기 위해선 흐릿한 부분을 소거하고 중심부에 더 힘을 실어 날을 세워야 한다. 아쉬운 점은 흐릿한 부분에도 진실이 없지 않다는 데에 있다. 글의 주제가 되기엔 설익었거나 오독될 가능성이 너무 높거나, 충분한 생각이 모이지 않은 작은 이야깃거리들.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며, 가능성을 품은 작은 진실들. 말, 대담집, 인터뷰집의 매력은 꼿꼿한 글과 달리 이 자글자글한 회색 지대에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이 고체의 특성을 지닌다면 말은 액체의 특성을 띈다. 굳지 않은 생각도 흘려낼 수 있다. 그리고 <엄살원>은 말의 이런 효용을 최대치로 활용하는 책이다.

엄살원은 담, 유리, 예인, 3명의 호스트가 활동가 손님을 한 명씩 초대해 비건 만찬을 차려내는 곳이다. 초대받은 손님의 의무는 단 하나, 엄살을 부리는 것이다. 언제나 꿋꿋하고 강철 정신력으로 태어난 것만 같아 보이는 활동가들, "자기 일도 아닌 문제에 자기 일처럼 화를 내는 게 직업"이라 오히려 힘들다는 말을 쉽사리 할 수 없는 이들. 엄살원은 이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낸다. 엄살을 부려달라 요청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이 힘든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를 듣고 한바탕 울고 웃고 화내고 함께 힘을 내본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엔 덜 걸러진 생각들이 뒤섞여 있다. 평소의 삶과 생활로부터 자연스럽게 끌려 나오는 이야기들, 딱딱한 글로는 차마 다 못 담았을 작은 진실들. 바로 이 지점에서 강한 에너지가 나온다. 좋은 기획, 터지는 에너지, 재치있는 편집까지 온통 참신한 요소들이 모여 머리 속에서 생각의 축제가 열린다. 즐거운 독서였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나를 매번 놀랍게 한 것은 활동가들이 타고나기를 강건한 영혼의 소유자이거나 남에게 베풀고 남을 만큼 자원과 사랑이 넉넉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도리어 그들은 아프고 취약하며 그렇다는 이유로 미움받은 역사 또한 긴 사람들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왜? 자기를 돌보아도 모자랄 시간에 왜 어떤 사람들은 남을 돌보겠다고 오지랖을 부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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