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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각각의 계절 하얀 마물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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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집중력, 안녕한가요"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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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땐 스톱워치를 가지고 다니며 집중해서 공부한 시간만 재기도 했다. 딴 생각이 들거나 멍해질 땐 주저 없이 STOP을 눌렀다. 매일 잠들기 전 워치에 기록된 시간을 보며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하루 집중 시간이 궁금하지 않다. 사실 적극적으로 모르고 싶다. 시계로 재지 않아도 온몸으로 느껴진다. 지난 세월 동안 내게 있던 집중력을 탈탈 털렸음이... 마주하기 두려운 진실이다.

저자는 현대인의 집중력 도둑을 찾아 나서는 사냥꾼을 자처한다.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몰입을 되찾아보고, 세계의 전문과들과 인터뷰를 통해 무엇이 우리의 집중력을 해치는지 연구한다. 그는 집중력 도둑을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것들'과 '너무 적어서 문제인 것들'로 나눈다. 전자는 멀티태스킹, 테크 기업의 감시와 조작, 과각성 상태 등이고 후자는 수면 시간, 소설 읽기, 영양가 있는 음식 등이다. 그가 문제를 하나하나 밝혀내고 근거를 들 때마다 눈이 번쩍번쩍 뜨인다. '이게 바로 내 얘기다!' 싶다.

집중력의 위기가 곧 재앙인 이유와 집중력을 훔쳐 가는 도둑들에 관한 이야기를 거쳐 책은 우리의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 향한다. 저자의 제안은 대담하게 사회 전체의 구조를 저격한다. "주 4일제가 필요하다." 맥락 없이 들으면 의아한 해결책이지만 책을 집중력 있게 읽었다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이 놀라운 결론을 함께 주장하기 위해, 쇼츠와 톡과 타임라인에 중독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과학자들이 발견한 사실은, 자신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사실 사람들은 (얼이 설명한 것처럼) “저글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일 저 일을 전환하고 있는 겁니다. 자신이 그러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채지 못해요. 뇌가 그 사실을 가려서, 의식에서는 아주 매끄러운 경험을 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작업 사이를 오가면서 순간순간 뇌를 재설정하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는 대가가 따르고요.” (1장. 너무 빠른 속도, 너무 잦은 멀티태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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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 작가 신작, 우리가 새로 그린 하루들"
메피스토
루리 지음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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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떠돌이 개의 모습을 한 악마가 있다. 그리고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소녀. 기댈 곳 없던 두 존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 "소원 한 번 이뤄진 적 없는" 소녀와 "별 볼 일 없는 악마" 검은 개는 지루한 하루를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보낸다. 어쩌면 지루하기보다 끔찍했을 하루들. 둘만의 못된 짓은 그런 매일매일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준다. 소녀가 나이가 들어 기억을 몽땅 잃어버리기 전까지.

전작 <긴긴밤>과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로 많은 사랑을 받은 루리 작가의 최신작인 <메피스토>는 독자들의 기다림을 단번에 녹여주기에 충분하다. 단단한 스토리와 그림책-그래픽노블을 넘나드는 형식은 이야기의 힘을 사랑하는 독자와 그림책의 함축적인 형식을 탐하는 독자 모두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그들만의 이야기로 새로 꾸린 하루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 어린이 MD 임이지
책 속에서
지옥은 어떤 곳이냐고 네가 물었어. 지옥에 가면, 가장 미워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평생을 지내게 돼. 그래, 지옥에 가면 너는 네 모습 그대로, 나는 내모습 그대로 지내게 되겠지. 그럼 천국은 어떤 곳이냐고 네가 다시 물었어. (...) 가장 좋아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살게 되려나. 그래, 그럼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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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을 위한 각각의 힘을"
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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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우리는 어떻게든 이렇게 됐어.

사슴벌레처럼 의젓한 말투로, 호젓한 밤 문답을 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사슴벌레식 문답>에 등장하는 네 친구는 대학 기숙사에서 처음 만났다. 매사에 회피하는 편이던 나(는 필연적으로 알코올 의존증을 얻었다.)와 시원시원한 리더 부영, 상냥하고 고지식한 정원과 인내심이 강하고 자신의 벽이 있던 경애. 이 서로 다른 친구들은 꼭 한번 강촌으로 충동적인 여행을 떠난 일이 있다. 긴 시간이 흘렀고 이들은 필연적으로 '어떻게든 이렇게' 됐다. "정원의 이십 주기 추모 모임 단체 대화방에 나는 부영과 경애를 초청했다"가 이 소설의 첫 문장. 정원은 죽었고 우리는 아직 죽지 않았다.

권여선의 소설을 읽노라면 알 수 없다는 것이 사무치게 다가온다. 더듬더듬 삶의 다른 계절로 나아가봤자 그곳은 '모르는 영역'(2020년 출간된 그의 전작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의 수록작 제목이기도 하다.)이다. '직시하지 않는 자는 과녁을 놓치는 벌을 받는다.'(40쪽)는 매서운 문장을 앞에 두고 "사랑해서 얻는 게 왜 이런 악몽이야?"(77쪽) 앙앙거려도 삶은 내게 다른 것을 주지 않는다. 왜 그가 이 세상을 버렸는지, 선한 그 이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 왜 우리 부모는 이혼했는지, 내 친구가 무슨 이유로 나를 떠났는지 알지 못한다. 각각의 계절에 걸맞은 각각의 새로운 힘을 더듬더듬 손에 쥐고, 모르면서 그저 산다. "참 고귀하지를 않다, 전혀 고귀하지가 않구나 우리는......" (114쪽) 삶의 말미에 이 정도라도 알 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 탄식하며.

사슴벌레 문답을 나누던, 한때 친구일 수 있었던 네 여성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하다가 문득 그럴 수도 있지, 한다." (36쪽) 끄덕이며 각각의 그 계절을 또 견딜 것이다. 가차없이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지독한 문장들. 서두르지도 앞지르지도 않고(241쪽) 이 삶에 가장 알맞은 소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권여선 독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사랑해서 얻는 게 악몽이라면, 차라리 악몽을 꾸자고 반희는 생각했다. 내 딸이 꾸는 악몽을 같이 꾸자. 우리 모녀 사이에 수천수만 가닥의 실이 이어져 있다면 그걸 밧줄로 꼬아 서로를 더 단단히 붙들어 매자. 함께 말라비틀어지고 질겨지고 섬뜩해지자. 뇌를 젤리화하고 마음에 전족을 하고 기형의 꿈을 꾸자.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들이 밑도 끝도 없이 샘솟았고 반희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 듯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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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 역사와 공포와 추리의 하모니"
하얀 마물의 탑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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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패전 후 일본. 명문 대학을 다니다 징병되어 전쟁을 몸소 겪은 모토로이 하야타는 환멸에 휩싸여 있다. 한때 믿었던 모든 것이 조국의 침략 야욕이었음을 깨달았고 "우리가 대학에서 배운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거대한 물음표가 되었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국가 재건을 위한 노동의 최전선에 몸담기로 한 하야타이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를 읽고 광산 노동자가 되기 위해 향한 탄광에서 '검은 얼굴의 여우'가 출몰하는 기괴한 사건을 겪고 겨우 탈출했다.

하야타가 두 번째로 향한 곳은 해운의 중심이자 근대화의 상징인 등대다. 그가 탄 배를 산산조각 낼 것만 같은 거친 파도와 짙은 안개, 기암괴석 사이 하얀 등대가 잠시 모습을 드러내지만 등대 쪽으로 좀 더 가까이 가달라는 하야타의 부탁에 어부는 뭔가 숨기는 듯한 표정으로 도저히 안되겠다며 여관으로 데려다준다. 신임 등대지기로서 늦지 않게 도착하고 싶은 하야타가 걸어서라도 등대로 가겠다고 하자, 어부와 여관 주인 모두 한사코 말린다. 해가 진 후에는 절대로 혼자서 숲을 통과해선 안 된다는 말과 함께.

이들은 대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하야타는 탄광에서 느낀 불길하고 꺼림칙한 예감이 되살아나는 것을 감지한다. 미쓰다 신조가 "‘도조 겐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모토로이 하야타’를 탄생시켰다."고 말한 '방랑하는 청년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최신간. 철저한 고증으로 생생하게 재탄생한 역사와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 치밀하게 쌓아 올린 추리의 하모니에 몸을 맡겨보자. - 소설 MD 권벼리
역자 후기
<하얀 마물의 탑>은 그 어떤 인문교양서에도 뒤지지 않는 방대한 지식을 자랑한다. 이 과정은 우리나라의 등대 역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 더욱 유용한 지식이 될 터이다. 관광지로서의 등대만 떠올리는 우리가 앞으로 찾을 등대에서 새로운 시점을 찾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 민경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