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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조선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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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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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월 스트리트를 지배했던 한 사람이 있다. 당시 미국의 경제 호황은 뉴욕 시민 모두에게 성공의 열차에 올라탔다는 환희와 무한한 낙관주의를 선사했다. 이 열기가 흥청거리며 공기를 떠도는 막연한 감정이었다면, 앤드루 베벨은 부의 축복 세례를 정면으로 받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된 돈을 모시며 그 신전에서 거주하는 사람이었다. 풍요의 시대가 그 탄생만큼이나 빠르게 저물며 대공황을 맞을 때에도 베벨의 재산은 계속해서 증식했다. 그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기 베벨에 대한 네 가지의 서로 다른 시선이 있다. "그는 돈의 뒤틀림에 매료됐다. 돈을 뒤틀면, 돈이 자기 꼬리를 억지로 먹도록 만들 수 있었다."라고 베벨을 묘사한 소설 <채권>. 이 소설이 공상에 의거한 악의적인 비방이라며 명예훼손 소송을 건 베벨이 자신의 얘기를 풀어낸 자서전 <나의 인생>. 이 자서전을 대필한 아이다 파르텐자가 쓴 진솔한 후기 <회고록을 기억하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앤드루 베벨의 배우자 밀드레드 베벨이 쓴 일기 <선물>이다.

이 책의 커다란 매력은 글에 따라 문체와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채권>은 상류사회와 사교계를 그린 이디스 워튼의 소설을 닮았고, <나의 인생>은 타인이 언제나 자신의 말을 경청해야 마땅하다고 믿는 "위대한 미국 남자" 프랭클린이나 카네기의 자서전을 닮았다. <회고록을 기억하며>는 일상 속의 작은 어긋남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유명 에세이스트의 글을 연상케하고, <선물>은 한 곡의 재즈처럼 순간의 단상들이 휘갈겨져 있다. 독자는 네 개의 목소리를 넘나들며 숨어있는 진실의 조각을 찾아야 한다. 유례없는 번영의 시대에 대한 생생한 묘사, 돈의 속성에 대한 통찰도 깊이를 더한다. 독서의 묘미를 한껏 맛보며 탐독할 수밖에 없는 수작이다. - 소설 MD 권벼리
추천의 글
에르난 디아스는 내러티브의 천재다. 폭넓은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문장들은 힘있고 유연하다. 『트러스트』는 절묘하고 여유롭게 독자적인 세계와 캐릭터를 구축했다. 정말이지 반짝이고 심오하고 감동적인 소설이다.
- 로런 그로프

에르난 디아스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전능하면서도 비실재적 물질로서 돈이 얼마나 이상한 존재인지 깊이 이해하고 있다. (...) 아주 고전적이면서 아주 독창적이며, 발자크와 보르헤스가 모두 자랑스러워할 만한 소설.
- 레이철 쿠시너

희귀한 보석 같은 책.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랍다. 세상이 소란한 가운데 나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디아스의 탁월함에 빠져든 채 며칠을 통째로 보냈다.
- 재클린 우드슨

과거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오늘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돈, 권력, 계급, 부부 사이의 그리고 부모 자식 간 관계, 인간사에서 신뢰와 배신이 맡고 있는 역할. 선택한 주제에 대한 작가의 전개는 매우 통찰력 있다. 영리하게 구성되고 놀라움이 풍부한 이 훌륭한 소설은 아름답게 구성된 모든 페이지에 진지한 아이디어와 진지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 시그리드 누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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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언 고닉이 몸으로 살아낸 도시, 뉴욕"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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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이고, 뉴요커이며,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 비비언 고닉은 <사나운 애착> &;, lt;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두 권의 에세이를 통해 뉴욕에서 이민 가정의 여성으로 나고 자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드러내며, 날카로우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자전적 글쓰기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사나운 애착>에 이어 비비언 고닉 선집 두 번째 책인 이번 신작은 여성을 다루는 대단한 작품이라고 작가 스스로 평가한, 조지 기싱의 소설 <짝 없는 여자들>에서 영감을 받았고, 작가는 자신을 ‘짝 없는’ 여자라고 명명한다.

‘짝 없는’ 작가는 홀로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의 곳곳을 거닐며 관계를 맺고, 사유하고, 기록한다. 열렬히 사랑했으나 사랑의 종말을 맞이한 연인, 친구들, 어머니와 이웃들, 예술가와 지식인들, 거리의 사람들 등 다양한 존재와 나눈 대화를 작가만의 지적인 언어로 다채롭게 펼쳐 보인다. 대화 속 군중의 면면과 목소리들, 그리고, 작가가 온몸으로 감각해온 삶의 방식을 자유로이 교차시키면서 뉴욕을 사랑, 우정, 관계, 상실, 갈등, 실패, 불안정 등의 총체인 도시로 그려낸다. 뉴욕을 무대로 작가의 걸음걸음마다 펼쳐지는 지성의 세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손상의 정치를 공유하는 사이다, 레너드와 나는. 운명처럼 지워진 사회적 불평등 속에 내던져지듯 태어났다는 강렬한 감각이 우리 두 사람의 내면에서 활활 타오른다. 우리의 화두는 살아보지 않은 삶이다.

추천사
무의미한 고백적 글쓰기가 난무하는 시대에, 고닉은 목적이 분명한 자전적 내러티브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가로 남아 있다. _이사벨라 비덴한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한 짧은 기록들이 만들어낸 서사. -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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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폄훼된 여성들을 위한 문학적 진혼굿"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한승혜 외 지음 /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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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추천도서, 필독도서를 두루 섭렵하던 여자아이는 어른이 되고 나서 이런 깨달음에 배신감을 얻게 되는 순간이 한 번은 온다. "빅토르 위고나 폐기처럼 교과 과정에 있는 작가를 공부해 볼까. 구역질이 난다. 그 안에는 나를 위한 것, 내 상황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묘사하거나 이 끔찍한 순간이 지나가게끔 도와주는 대목은 한 구절도 없다." (아니 에르노, <빈 옷장>) 고전 소설의 작가는 대부분 남성, 화자도 남성이다. 나의 성별에 무심한 채 소설의 관점에 내 시선을 맞추며 성장기를 지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된다. 내가 읽어온 작품들에서 입체적으로 고뇌하는 주인공의 성별은 나의 것이 아님을. 큰 관심 없이 흘려보냈던 맞거나, 강간 당하거나, 무시당하거나, 속물적으로 유혹하거나, 수발을 드는 그 역할의 성별이야말로 대체로 나의 것이었음을.

깨달음 후에 다시 읽는 책들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왜 이 여자는 고작 이렇게 소비되는가. 이 여자는 이 상황에서 정말로 이렇게 생각했을까. 이해되지 않는 장면과 모욕 당한 기분. 마음속에서 버려지는 책들이 어느덧 산처럼 쌓이는 와중에 등장한 이 책은 걸작이라 칭송받는 고전들을 모아 고발한다. 여덟 명의 저자는 각각 고전 한 권씩을 불러내어 여성 혐오에 대한 죄명을 묻고, 심문하고, 폭로하고, 훼손당한 여성 캐릭터의 억울함을 달랜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달과 6펜스>, <안녕 내 사랑>, <그리스인 조르바>... 면면이 화려한 이 제목들을 다시 읽고 확장적으로 재해석한다.

책은 소설의 시대적 한계를 무시하면서까지 현재의 발전적 관점을 강요하진 않는다. 다만 시대와 엮어, 작가가 어떤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 의도로 세상에 내놓은 작품인지까지 추측해 보길 권한다. 이는 작품에 대한 훼손이 아니라 차라리 작품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여러모로 살폈을 때 일부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않는 작품이라면 이제는 칭찬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선언을 해도 되지 않을까.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억울하게 죽은 여성들을 위한 문학적 진혼굿이 필요하다. (…)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는 비평이 이어지길 바란다. 소수자들의 다시 읽기와 다시 쓰기는 해석하는 위치를 점령한 주류 서사에 균열을 내는 저항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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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담장을 사뿐히 넘으면"
조선 미술관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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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하늘 아래 산천초목이 우리를 부르는 봄이다. 만개한 조선의 봄을 그림 속에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간송미술관 연구원으로 일한 고미술계 스타 해설자 탁현규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조선 미술관'을 소개한다. 특별히 그가 주목한 것은 조선 후기의 풍경들이다. '조선의 산천과 의식주를 사실대로 담았던 17-18세기 그림을 통해(관습적으로 그리던 중국의 물소가 사실적인 우리의 황소로 제 얼굴을 찾은 것도 이 시기의 일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9쪽)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부 궁궐 밖의 사사로운 날들, 2부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로 나누어 1부에선 조선 여염의 풍류와 흥취를, 2부에선 숙종과 영조가 '기로소'(왕은 60세가 되면 '기로소'에 들어가는 경사를 누렸다.)에 들어가는 잔칫날의 풍경을 들여다 본다.

신윤복의 <이부탐춘>에서 봄빛을 즐기는 과부를, 김희겸의 <야주취월>에서 저녁 뱃일을 마치고 취기가 적당히 올라 달빛을 감상하는 어부를 본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어 신선의 경지에 오른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하루, 조선의 진면목은 이 평온한 얼굴 속에 있다. 정선, 김홍도, 신윤복 같은 화가들의 담백한 그림과 함께 태평성대 조선을 만날 수 있는 '조선 미술관'으로 입장해 본다. - 예술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그렇다면 이곳은 정선과 이병연이 자주 노닐던 인왕산과 북한산 계곡일지 모른다. 혹시 북악산 백사실 (부암동 백석동천) 계곡이 아닐까. 물고기 잡고 나무하며 천리에 순응하는 소박한 삶을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꿈꾸었다면 정선이 그린 이 그림은 조선 선비들 모두의 바람을 담은 그림이 된다. 이 장면을 오늘날 용어로 바꿔 불러보자. '나는 자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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